[집 잃은 개] (24) 우리 숲속의 새들 ②
발행일1966-03-06 [제509호, 4면]
비둘기 한떼가 날아들듯 소년이 모두 한꺼번에 이리 저리 돌아다니며 들이닥칠 참이다. 모두 한꺼번에 변소로, 다음에는 수도있는데로 그 다음에 작업장으로 이렇게 몰려가서는 같은 침실에서 자는 동무들에게 아침나절에 일어난 일들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는 방금 우편물이 도착한 「이빨」과 「마미」의 집으로 우루루 몰려간다. 다른건물의 대장들과 여대장들은 벌써 거기 와있다. 하루의 이순간이야말로 그들에게는 나머지 세계가 존재하는 시간이고, 그들의 우주가 무릎이 더러운 소년들로 꽉 들어차 있지만은 않은 시간이다 그래서 그들은 이 순간을 햘가한다. …프랑쏘아즈 여대장은 머리를 갸웃둥하고 그 긴 손으로는 머리칼을 「커틴」 모양으로 펼쳐 잡고 매일 아침 받는 파란 편지를 읽는다. 마르끄는 멀찌감치 서서 손을 포켓에 찌르고 성난 발길질로 조약돌을 차낸다.
『마르끄야 심부름 좀 해주겠니? 시간표 쓴 공책을 내 방 책상 위에 놓고 나왔는데 …』
『곧 가졍로께요! 고맙습니다. 여대장님!』
『여대장님』이라고 부르지만 속으로는 『누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여자의 심부름을 하는 것이 몹시 기쁘다. 그 여자가 일을 시키는 것이 그는 참으로 좋다! 뛰어 가면서 그는 영화의 한 장면을 생각한다. 「누나」가 인디안에게 붙잡혔는데 말을 네 굽 놓고 달리는 호위대의 앞장을 서서- 따다당, 따다당- 카나다의 붉은 제복입은 순경들이 멀리서 지켜보는 앞에서 흑인 보안관보다 훨씬 앞서 그 여자를 구해주는 것은 바로 마르끄 자신이다….
그는 제삼동 건물의 층계를 다름박질로 올라가 하루종일 잠이들어있는 침실을 건너질러 발끝으로 살짝 살짝 걸어서 늘 열려있는 여대장 방으로 들어간다. 소박한 천을 덮은 낮은 침대, 등이 해진 책이 한줄, 그리고 벽에는 소년단의 작은 기와 높은 산을 찍은 사진이 꽂혀있고 십자고상이 걸려있다. 창문을 활짝 열어 놓았는데도 방에는 언제나 처녀의 아주 신선한 향기가 발산된다. 마르끄는 한번 더 숨을 들이쉬고는 붉은 뚜껑이 달린 공책을 움켜쥐고 용감한 3총사의 한사람 모양으로 뛰어가서 추기경의 호위병들이 지키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왕후에게 그것을 전한다. 『여러분, 말께 오르시요. 말께 올라요!』
어린이들에게 우편물이 분배되었고, 여대장들은 그중 작은 어린이들이 모두 같은 글씨로 쓴 것 같은 편지들을 읽는 것을 거들어준다.
짝패들이 겉으로 무관심한체 하며 지켜보는 가운데 성급해서 떨리는 손으로 꾸러미를 끄른다. 미셀은 사슬에 묶인 개 만큼이나 독이 오른채 불쌍하게 아이들이 모여선 둘레를 빙빙돈다.
그는 매일 아침 같이 어머니의 편지를 기다린다. 그러나 또 매일 아침 같이 어머니의 편지를 받지 못하리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비로드」는 좋아서 어쩔줄을 모른다. 부고(한 증조모)를 받았는데 거기에 그의 이름이 인쇄되어 있었다.
『그렇다니까, 이 사람아, 박혀있단 말이야! 이거 봐 …여기 …열여덟번째, 「로베르 도가나씨」… 로베르 도가나씨는 나란 말이야!…』
『저리 가지못해!』
외따로 떨어져서 뼉다귀를 핥고 있던 불패의 빠울로는 투덜거린다. 두달 전에 「르아브르」에서 부친 편지가 -마침내! 도착한 것이다. …그것은 「오래 된 짝패 미밀」이라는 서명이 들어있는 편지였는데, 형무소에서 정신병자보호소로 -다시 교정원(矯正院)으로 갔다가 마침내 「떼르느레」로 그를 쫓아온 것이었다. …쫓아왔으니, 그럼 그는 잃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르아브르」의 짝패들이 그를 잊지는 않았다! 빠울로는 용기를 되찾았다. 그것은 슬픈 일이었다!
그의 수호(守護) 악마인 오래된 여짝패 미밀은 지금 장당에 대장 프랑쏘아즈와 뷔팔로를 압도한다. 이렇게 패배를 당하는 줄을 알아채지 못하고 다른날 아침에나 마찬가지로 「떼르느레」 출신들의 편지를 읽으면서 희망에 부풀어 있는 「이빨」도 압도한다. 그들의 편지는 이런 것이었다.
『저는 건강이 꽤 좋습니다. 이 말을 듣고 선생님이 기뻐하시리라고 믿으며 선생님도 안녕하시리라고 생각합니다. 운운. 오늘은 더 드릴 말씀이 없으니 선생님과 「마미」에게 간절한 인사를 보내그립니다.』
「레이다」는 기쁜소리를 지른다. 그의 열여섯돌 생일을 축하하느라고 누나가 보낸 편지에 오백 「프랑」짜리 돈을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동무들에게 모두 그것을 보이며
『여기 구석에 자주빛으로 찍힌 작자있지. 이 자는 틀림없이 돈을 발명한 사람일거야…』 하였다.
그는 또 신부차림의 자기 누나 사진을 이 「그룹」 저 「그룹」으로 보이며 돌아다닌다. 어떤 사람의 처남이 되었다는 생각을 하니 「레이다」는 어깨가 으쓱해진다.
『오백 「프랑」이라, 야 어떠냐?』
그의 두 귀는(하나는 귀바퀴가 거의 오글오글하고 또 하나는 생기다 만) 기쁨으로 인해서 샛빨개졌다. 꼭 두대의 갈비쪽 같다.
그러나 신비에 싸인 「기만해」는 아버지한테서 일년에 한번 오는 편지를 받은 길인데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다.
『오래지 않아 너를 보러 가겠는데, 네가 깜짝 놀랄걸 하나 가져갈테다…』
소매치기요 사깃군인 아버지 윗송이 아들에게 이렇게 그것도 똑같은 말로 약속하는 것이 여섯해째가 된다.
『한번 더 기다리 「기만해」 이 사람아!』
그는 손수건을 꺼내서 웬지 모르지만 부옇게 김이 서린 도수높은 안경알을 닦고는 아무말 없이 조작을 다시 시자간다.
『알랭 로베르! 누구 알랭 로베르 못봤니? 걔한테 신문이 한장 왔는데…』
올라프도 그렇고 보호소의 고아들의 누구나가 다 그런 것처럼 알랭 로베르도 편지 나누어 주는 데에는 참석을 하지 않는다. 누가 그에게 편지를 보냈겠느냐 말이다. 이 시간에 그 두 소년은 「떼르느레」의 정원사와 함께 야채밭에서 일을 하고 있다. 숱한 흰 콧수염이 재갈처럼 비꺼 있는 둥글고 불그레한 얼굴, 움푹 파지네는 먼지가 케케 앉고 보라빛이 반사되는 베레모, 양쪽 귀에는 커다란 거미같은 빽빽한 귀털에 그 털보다도 덜 하얀 솜이 끼어 있고 며칠째 깎지 않은 털수염, 이것이 「떼르느레」 전체가(개발코가 그 얼굴을 유순하게 만들어 놓고 말았는데도 불구하고) 「끌레망쏘」라는 별명으로 부르는 사람이다. 「떼르느레」 전체가 그렇게 부르지만 다만 올라프만은 「할아버지」라고 감히 부르지 목하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는 것이다. …그리고 끌레망쏘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올라프를 「내 아들」이라고 부르고 둘이만 있을 적에는 「아가」라고 부르고, 그 아이를 생각할 적에는 「귀여운 녀석」이라고 부른다 …정원사도 역시 구호소의 고아였다. 그리고 쉰 다서살이 되어서야 겨우 가족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즉 「옆얼굴이 섬세하고 몸짓에 모양을 내는 이 어린 소년」 - 이 여덟달반짜리 올라프가 -「떼르느레」에 왔을 적에 말이다. …둘이는 밤에 잠이 들 때에 서로 상대편을 생각한다. 끌레망쏘는 사철 쓰는 베레모를 마침내 벗기 전에, 올라프는 뒤집어쓰고 자는 점은 신문장을 그의 회색 얼굴에 덮기전에.
그리고 그들은 각각 눈을 뜨면서 웃음을 머금고 「아버지」…「아가」…하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 이런 말을 한 적은 없었다. 알랭 로베르가 역시 부모미상의- 「떼르느레」에 오자 올라프는 제 「아버지」 끌레망쏘를 뺏을가바 겁을 냈다. 다행히도 새로 온 소년은 「엄마」 하나 골라 잡았다.
그것은 여대장 프랑쏘아즈였다. 이렇게 해서 가정불화가 일지않았다! 매일 같이 그들 셋은 나란히 야채밭을 가꾼다.
알랭 로베르는 눈쌀을 찌푸리고 입을 벙싯 벌리고, 뺨이 움푹 파인 올라프는 숨을 헐덕이고 새발가락 같은 손가락으로 너무 큰 연장을 잔신히 쥐고. 끌레망쏘는 인자한 눈으로 그를 지켜보며 『재간도 있지! 그리고 나이에 비해선 힘도 세고!…』하고 생각한다.
영감이 이 손 저 손에 침을 뱉느라고 일손을 멈추면 올라프도 점잖게 그가 하는대로 따라 하며 그게 무슨 소용에 닿는걸까 하고 생각해본다. 학과시간이 끝나면 두 소년은 야채밭으로 달려간다.
알랭 로베르는 체면상 올라프 보다 늦게 도착한다.
『아! 아가가 왔구나!』하고 끌레망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중얼거린다. 그러나 벌써 십분전서부터 조바심을 하며 흙투성이 손으로 끊임없이 조끼에서 투박한 회중시계를 꺼내보았었다.
『자아! 일을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