祖國(조국) 언제나 나의 祖國(조국) - 南美行(남미행) 가톨릭移民國(이민국) 航海記(항해기) ⑦
準備(준비)해간 飮食(음식)들은 모두 썩고
귤 · 「바나나」 · 椰子(야쟈)들만 당겨
街路樹(가로수)는 椰子(야자) · 「바나나」나무
實感(실감) 안나는 熱帶(열대)서의 聖誕節(성탄절)
발행일1966-03-06 [제509호, 4면]
【11월 29일】 지독히 더운 「싱가폴」의 날씨다. 선내는 푹푹 찌는데 바람통에서 나오는 바람마저 뜻뜻하다. 한국서 가져온 사과가 푹푹 썩는다. 모두들 짐을 뒤졌다. 달걀도 썩고 장조림도 맛이 변한 듯 싶다. 먹고 싶은 것은 과실과 「쥬스」뿐이다. 요새는 「바나나」와 귤과 사과가 나온다. 한국에서 준비해 올 것 없이 먹는 문제는 해결될 듯하다. 고추장이 입맛을 돋구어 주나 짐속에 꾸려넣은 고추장이 웬만한 그릇이면 터져 버리고 흐를 것 같아 걱정들이다. 외출에서 돌아올 땐 「파인애풀」과 「바나나」를 한묶음씩 들고온다. 농구볼보다 길이만 더 긴 「파인애풀」이 2백원 정도다. 어른 두손바닥만한 바나나가 3·40원 정도, 아이들은 함성을 지르며 받아들인다.
「차이나 타운」은 더럽기 매일반, 도시이 쓰레기를 다 이곳에만 버린 것 같다. 인도인과 중국인만 사는 것처럼 맨 중국옷 인도옷이다. 맨발벗고 다니는 깡마른 샛까만 노인도 보인다.
인도엔 전차가 없다. 「뻐스」와 「택시」뿐이다. 자가용이 즐비하게 길을 건널 땐 서울보다 더 신경을 써야한다.
역시 일방통행인데 「모타카」와 「싸이클」까지 합쳐 몇겹씩 질주해 오기 때문에 재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안된다. 옛날 영국이 닦아놓은 멋없는 포도, 하얀 석조전이 여유있게 서있는데 야자가 달린 야자수와 가지가 풍성하게 뻗은 나무들, 「바나나」나무들이 가로수가 되어 한가롭게 서 있다. 「뻐스」는 「홍콩」과 달리 단층인데 「터반」을 두른 인도인이 타고있는 손님에게 돈을 받고 표를 끊어준다.
차창을 열어 놓은채 달린다. 이 뜨거운 하늘아래 「크리스마스 씨즌」이란 도시 어울리지 않으나 백화점 상가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장식이 대단하다. 자동차 상점이 이색적이다. 커다란 「홀」들을 해놓고 자동차가 진열되어 있다. 회사에 따라 각기 자기의 것을 팔기 위한 선전이 대단하다. 차를 타고 썩나서면 「아파트」와 개인집들이 나선다. 모두 푸른나무들에 휩싸여 있는데 20여층 되는 「아파트」가 30여동 서있는 곳도 있는데 여기 주차장이 볼만하다.
새까맣고 못생긴 여자들이 품위있게 차를 운전하고 다닌다. 중국 여자들도 아이들을 태우고 간다. 길가 군데 군데 넓은 풀밭이 있다. 거기서 아이들이 축구를 한다. 맨발로 뛰어노는 인도 소년들을 보니 한국아이들 생각이 난다. 저렇게 넓고 안전한 곳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었으면. 그리고 차를 태워서 학교에 편히 다닐 수 있고 동양에서 누구보다도 늠름하게 잘생긴 사람들인데 복은 기다렸다 한꺼번에 주어지려나. 최씨댁 따님들과 다른 두 댁내 따님들이 오늘은 물색 고운 치마저고리를 입고 외출하여 대단한 인기를 모았다. 지나가던 차들도 모두 멈추고 음식점에서는 서로 모셔가려 하고 한국 여성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잘 기억해 두십시오. 특히 대한 무역진흥공사에서는 들리는 사람마다 차대접을 했다. 그밖에 곤한한 점에 대해서도 친절히 설명 소개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