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잃은 개] (25) 우리 숲속의 새들 ③
발행일1966-03-13 [제510호, 4면]
『알랭 로베르!…알랭 로베르!…』
『내가 무슨 일을 저질렀나?』
하고 야성적인 이 소년은 본능적으로 생각한다.
『자아! 우편물에 네게 온 신문이 한장 있더라!…』
『나한테 신문이?』
그는 우선 어안이 벙벙해서 그를 쳐다보는 올라프와 끌레망쏘에게 눈길을 돌린다. 그는 배신을 했다고 자책한다.
그의 손에 들린 이 화보신문이 우편물이라고는 받아본 적이 없는 그들과 자기 사이를 갈라놓는다… 그 신문이 얼마나 무겁게 느껴지는가!
『자, 가져가라!』
그가 신문을 거들떠 보지도 않고 올라프에게 주니, 올라프는 마치 땅속에서 방금 파낸 보물이나 되는 것처럼 무게를 가늠해보고 뒤집어보도 한다. 알랭 로베느는 훨씬 더 귀중한 보물! 알지 못하는 사람의 글씨로 쓰여진 제 이름과 주소가 적혀있는 대봉(大封)을 포켓 속에 쳐넣는다…
저쪽에서는 우편물을 나누어 주고 읽고 되읽고 하는 일이 다끝난 모양이어서 이제는 소년들의 무리가 야채밭으로 우우 몰려든다.
소년들은 누구라도 마음만 있으면 야채밭에 땅 한평쯤 맡아 가지고 성격에 따라 식사에서 나오는 과일씨를 심기도 하고 꽃이나 채소를 가꾸기도 한다.
꽃 가꾸는 소년들과 채소 기르는 아이들은 원수라고 진 것처럼 서로 참견을 하지 않는다. 소년들은 쭈그리고 앉아 땅을 들여다보고 무엇인지 알 수도 없는 새싹이 하루 하루 얼마나 자라나 재본다.
물을 너무 많이 주거나 너무 적게 주거나 한다. 씨앗과 「파리아」 야자잎을 바꾸기도 한다. 그리고 새 길들이는 아저씨처럼 소년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가운데 우뚝 서있는 끌레망쏘에게 말도 되지 않는 질문을 퍼뭇는다. 포켓에 빵부스러기를 잔뜩 넣어 가지고 닭장으로 걸음을 재촉하는 소년들도 있다. 그들은 각기 정성스럽게 다리에 고리를 끼운 암탉을 한 마리씩 가지고 있는 것이다. 제각기 제 닭이 자기를 알아볼줄로 확신하고 닭 이름을 부르며 붙잡거나 쓰다듬어 주려고 한다. 눈이 밝은 암탉들은 질겁을 해서 날개를 치며 신경질적인 주둥이로(수탉이 올라타고 욕심을 채운 때 모양으로) 흐트러진 깃을 다음는다. 얼마동안 귀찮은 꼴을 당해야 할 판이다. 「잡혀온 공」이라고 불리는 쎌레스땡은 외따로 떨어진 곳에서 그의 비둘기들을 불러 모이를 던져준다. 그가 원호소에 올 적에 다 떨어진 트렁를 들고 왔지마는 또 한손에는 비둘기 한쌍이 들어있는 새장을 들고 있었다. 식부가 야단을 치고 완두를 가지고 매일같이 놀리는데도 불구하고 비둘기가 이제는 여덟마리가 되었다. 비굴기들 자신은 저희들 이름을 모르지마는 쎌레스땡은 그놈들의 이름을 일일이 다 알고있다.
『어! 이거봐라 얘들아!』
야채밭 저 끝에서는 까치 한마리가 다리를 절면서 걸어다니며 대성당 앞에서 장의사 아저씨가 하듯이 수풀 어귀를 왔다갔다 한다.
소년들은 의논을 한다.
『다쳤구나 …치료해줘야 해! …그렇지만 어떻게? …그리구 누가 저걸 잡니? 난 잡을 수 있어!(이렇게 말한 것은 「잡혀온 공」이다.)』
『가만 있어!…』
불패의 빠울로는 주머니칼을 꺼내 가지고 자리를 고르더니 이를 악물고 팔목을 깊숙이 찌른다. 이제 의료실로 달려가기만 하면 그만이다. 그는 「빨간 약, 가제, 붕대, 바늘못따위를 가지고 돌아온다. 이만하면 넉넉히 까치를 치료해줄 수 있다. 쎌레스땡은 까치를 붙잗으로겨 해본다. 그러나 그놈은 비둘기 형제들보다는 덜 온순하다…
『빙 둘러싸라! …이제는 앞으로! … 아니야, 놀래주지마라!』
마르끄가 눈앞에 머리칼을 드리운채 열심히 붕대를 처매주고 (「비로드」라는 별명을 가진) 도가나가 하모니카로 「진정시키는 곡조」를 부는 동안 까치는 놀라서 숨을 할딱거린다. 예복을 입은 공증인(公證人)이 거인 깽들 손에 붙잡힌 것과도 같은 광졍이었다. 마침내 그 투박스런 붕대 덕분에 다리를 덜 전다고- 참말이야 자아, 봐요! - 곧 나을거라고, 아니 벌써 다나았다고 확신하며 까치를 노아준다!
『우리숲의 새들은 참된 헌신을 할 수 있다…』
점심종이 울려 구조대원들이 흩어졌다. 소년들이 그곳을 떠났으므로 「떼르느레」의 가금들과 풀들은 마침내 숨을 돌리게 되었다.
소년들은 벌써 훈훈하고 구수한 식단(食單)이야 어떻든 언제나 같은 -냄새를 맡으며 식탁 앞에 앉아있다. 그런데 어쩐지 거북한 느낌이 들어서 그들은 그 이유를 찾느라고 불안한 눈을 두리번거린다 …저거다! 대장들 식탁에 빈 자리가 하나 있다. 「마미」가 결석이다. 불안으로 둥그래진 그 모든 눈과 호기심으로 벙싯 벌어진 그 입들에게 「이빨」은 거침없이 설명을 한다.
『「마미」는 좀 아파서… (그리고 목소리를 떨어뜨리고 거의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덧붙인다) 얘기를 낳을려고 한단다…』
『성탄도 아닌데!』
한 소년이 쉰 목소리로 말한다. 그러나 아무도 웃지 않는다.
식사가 끝나자 소년들은 또다시 풀려 나와 잔디위에서는 공놀이가 시작되고 여기저기서 씨름이 벌어지고 잠시 친했다가 헤어지는 소년에 영영 틀어져 버리는 아이에, 허풍일 치는 소년들이 생기는 쉬는 시간이다.
그런 다음 「떼르느레」는 종소리와 더불어 하오의 조용한 항구로 기어들어간다. 정적 …느릿 느릿 구름이 지나가고 나무잎이 떨어지고 끌레망소는 인기척 없는 그의 왕국에서 터밭일을 한다. 해가 늙고 반백(半白)이 되어간다.
다섯시. 「도끼」는 학생들을 놓아보낸 다음 칠판을 지우고 곰방대를 피워 물고 창문을 연다.
「뷔팔로」는 텅 빈 그의 작업장 문을 닫고 지나는 곁에 한떼의 소년이 옹기 종기 달라붙어 있는 반쯤 분해된 「비뒬」을 기부자의 쓸쓸한 눈으로 바라본다.
여대장 프랑쏘아즈는 몇시간 전부터 「마미」의 베개맡에 앉아서 기우고 있던 속옷가지를 해방됐다는 느낌으로 개키고 챙긴다.
그여자는 마침내 자기의 소년들에게로 돌아가게된 것이다. 그리고 「이빨」 자신도 해방된 학생처럼 서류들을 밀어젖치며 후하고 크게 한숨을 쉰다. 하오 한나절을 그는 회계원 경리원 감독관 건축가 재배자 접골사 직업지도자 고백을 듣는 사람 예언자 노릇을 했다. 즉 「센타」의 대장 노릇을 한 것이다. 이제는 애들이 몹시 그립다. 그들과 함께 놀고 뛰고 어울리고 싶은 생각, 생동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그는 성큼성큼 뛰어 올라가 「마미」를 안아 주고
『워 필요한거 없오?』
축구 심판을 보러 올라갈 때보다 더 빨리 내려온다.
이렇게 해서 「뷔팔로」 「도끼」 그밖의 대장들이 소년들에게 진력이 날 바로 그 무렵에 「이빨」, 프라쏘아즈 그밖의 몇몇 사람이 소년들을 물려받는다. 소년들은 강물과 같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이 수문에서 저 수문으로 흘러간다.
「떼르느레」의 하늘을 저공으로 소년들의 머리 높이로 날아가보자…
알랭 로베르는 괭이자루에 몸을 기대고 눈살을 찌푸리고 입을 벙싯 벌린채 올라프의 비밀폭로 이야기를 듣고 있다.
『그래 넌 마르끄가 왜 여기왔는지 아니? 병든 어머니를 위해 먹을걸 훔쳤기때문이란 말이야! 그래서 잠중에 나가서 살그머니 가게까지 갔단 말이야. 그때…』
마르끄는 이 이아 저 아이에게 속내 이야기를 하는 동안 제 이야기를 점점 아름답게 꾸몄다. 이제는 그것이 퍼져나가게 버려두기만 하면 그만이다. 그 이야기가 돌아다니는데 따라 하나의 서사시(敍事詩)가 되는 것이다. 내일이 되면, 죄없는 마르끄가 폐병을 앓는 짝패이 어머니 대신 단죄된 것으로 될 것이다…
알랭 로베르와 올라프는 다시 밭일을 시작했다. 갑자기 야성적인 소년이 물었다.
『넌 보호자가 누구냐?』
『물론 아무도 없어!』
하고 「떼르느레」의 놀림감은 거지들에게 특유한 자존심과 겸손이 뒤범적이된 투로 대답한다.
『손 좀 다오!』
알랭 로베르는 너무 긴 소매에서 손을 애써 밀면서 이렇게만 말한다.
꼬마는 아주 뜨겁고 아주 가냘픈 거무튀튀한 손을 알랭 로베르의 손바닥에 갖다놓는다.
『넌 좋은 아이야…』
『닥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