祖國(조국) 언제나 나의 祖國(조국) - 南美行(남미행) 가톨릭移民國(이민국) 航海記(항해기) ⑩
가도가도 덥쳐오는 파도
人生(인생)을 가르치듯 다듬듯
발행일1966-03-27 [제512호, 4면]
【12월 5일】 앞으로 7·8일 동안은 쭉 배를 타고 있어야 한다.
지루한 항해에 찌는듯한 무더움으로 시달릴 생각을 하니 기가 질린다. 산모(産母)가 진통을 치르듯 견디어내지 않으면 안될 어려운 고비가 무슨 일에나 꼭 따르는 법일까.
누가 말했던가 『인생이란 숱한 고통과 싸우는데 그 의의가 있다』고 인생에 순조로운 일만 있고 평탄할 길만이 있다면 얼마나 단조롭고 지루할 것인가고. 그러나 그 고통이란 것 투쟁이란 것 자체는 보다 안락하고 보다 안정된 휴식처를 찾기위한 노력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 사라은 목적보다는 방법, 경과보다는 과정에 가치를 두고 이야기한 것일까? 하기야 찾아올라간 산봉우리는 끝없는 산맥의 한 적은 부분이요 오르면 또 오르고 싶은 숱한 산들이 열지어 있겠지만.
브라질 이민이란 실제 모험과 개척열로 이 루어지겠고 따라서 희생이나 낙방도 어느정도 전재로 되어있는 것이겠지만 파도가 밀려와 닥칠 때마다 발버둥치며 안간힘을 쓰드가도 햇빛 비치고 따스한 날 그 깎기고 헐러운 상처가 아름다운 조각으로 변하여 있음을 발견한 해변의 암석처럼 밝은날의 꿈을 가지고 일전, 유유히 그리고 묵묵히 참아 내어야겠다.
배에서도 긴 항해를 위한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아이들에겐 반별로 많은 놀이기구를 배급하고 침소가운데 있는 창고에 새로이 탁구대를 마련해 주었다. 「시이트」도 깔고 휴지도 또 나누어주었다. 단장은 세대주 회의를 소집하였다. 배에 반환할 물건들, 담요나 오락기구 등을 잘 간수하자는 것, 또 아이들이 구명종(救命鐘)을 잡아 다니거나 기타 구조작업을 위한 설비에 손을 대지 않도록 지도하자는 것, 그리고 물을 아껴쓰자는 것에 대한 말씀이 있었다. 밤에는 「해녀」라는 영화를 상영했다. 소피아 로렌 주연 바다속의 진경(珍景)이 볼만.
【12월 6일】 파도는 높고 검은 회색의 하늘은 차겁게 내려앉았다. 많은 부녀들이 멀미로 누워 버렸다. 언제나 출항한 이튿날이 심하다. 그러나 이번엔 미리 겁을 먹어서인지 특히 더한 것 같다.
거의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그들을 위해 오늘부터는 끼니때마다 죽을 쑤어 준다고 한다. 그러나 브리질어 수업은 본격적으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네가지 강좌가 시간에 맞춰 제대로 진행되었다. 9시부터는 연구반 장년반으로 연구반은 브라질에서 30년간 살았고 잠시 고국에 다녀온다는 중국인이 교수, 장년반은 초보적인 성인(成人)에게 회화를 중심으로 알아 듣기 쉽게 강의한다. 10시에는 청년부로 영어를 좀 아는 학생층 이상을 위한 프린트 교재 중심 「스피드」식 강의가 있다.
오후 1시엔 아동부다. 점심이 끝나면 공책과 연필을 들고 부지런히 모여든다. 빨리 가야 좋은 자리에 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층 홀이 빽빽하도록 모여든 아이들의 낭독 소리는 명랑하다 못해 요란하다. 힘에 겨운 꼬부랑 글자를 배우려고 일일이 토를 달아가며 애쓰는 모습은 귀엽고도 신통하다.
그러나 좀 어려운 것을 새로 배울 때는 더러 조는 아이도 있다. 이웃동네 한 아이는 그것들을 따라 읽으라고 할 때 「째즈」 쪼의 『노새 노새 젊어서 노세』로 불렀다가 옆에 있는 아이가 나중 부모에게 일러 호되게 혼났다. 마지막 「아베쎄」 노래만은 신나게 들린다. 그땐 모두 고래 고래 소리를 지른다. 아래층에 일하는 중국인들도 이제는 따라할 정도로 듣는 이도 이제는 익숙하다. 오늘부터 병원에선 「카드」를 발급하였다. 친절하고 책임있다는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