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잃은 개] (27) 우리 숲속의 새들 ⑤
발행일1966-03-27 [제512호, 4면]
로베르는 뼈가 앙상한 코 위에 미끄러져 내려오는 안경을 치켜 올린다.
『그럼 얘들은 밤새껏 여기 이대로 있을건가?』
『필요하다면, 그렇지… 감기 들 염려가 있단 말은 하지 말게. 우린 지금 대단히 중요한 게임을 하고 있는거야, 이 사람아! 얘들은 모두, 혹은 거의 모두가 도둑질을 한 경험이 있단 말이야…』
『그건 이애들 탓이 아니야, 우리가 사는 사회가…』
『동감일세, 하지만 난 사회를 맡아 가지고 있진 않아, 난 단지 소년 육십명을 곤란한 지경에서 구해낼 책임만 있는거란 말일쎄, 만약에 내가 애들에게 그들이 희생이 되었다고 설명해 주면 애들은 평생을 두고 희생이 될거야. 그건 자네가 생각하는 것 보다도 더 편한 역할일쎄. 난 애들에게 언젠가는 다른 사람들 모양으로 가정과 직업을 가지게 될터인데 도둑질과 대포집 드나드는 것 보다는 그것이 더 훌륭한 것이라고 설득시키고 있네. 이것이 좀 지나치게 점잖다는 것도 알고 울리가 얘들에게 가리키는 종류의 명예가 이제는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는 점도 알고 있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우리는 「쌩제르맹 데쁘레」(역자 주=한때 실존우의 문학의 본바탕이었던 곳)에 있는게 아니니까!…』
소년들의 집단은 굴하지 않는다. 아무 눈길도 빠울로 쪽으로 돌려지지 않고 속삭이는 소리 한마디 안들린다…넙적다리가 검붉게 얼기 시작한다. 골롬보는 달달 떨고 미셀은 재채기를 한다. 레이다는 생각한다. 『고자질하지 않아야 하는걸 그랬나부다… 그렇지만 500 「프랑」이 어디야! …매부가 뭐라고 할거야? …아니야, 난 개자식이야! 자식들 날 원망하겠지…』 「자식들」은 사실 이렇게 생각한다.
『「레이다」는 못할 일을 했어! 우리끼리 해결했어야 할건데… 500 「프랑」이라, 알아! 그 돈 참 근사하더라…』 그리고 빠울로는 생각한다… 아니, 빠울로는 아무 생각도 안한다. 그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다른 건물의 소년들은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을 빙빙 돌아다닌다. 로베르 대장은 닭을 쫓듯 그들을 쫓아 버린다.
『이거 봐요, 전염되지 않는단 말예요!』
구경군중의 한놈이 내뱉는다.
이렇게 꼼짝하지 않고 있는 것이 五십七분이나 되었다. 집집에는 불이 켜진다. 식당들의 냄새와 소음이 꼼짝 않고 있는 소년스무명에게까지 온다.
대단히 참기 어려운 순간이다… 빠울로는 생각하지 않기가 점점 더 힘이 든다. 그는 별을 세어 보기로 한다.
끌레망쏘가 쇠고랑을 어깨에 메고 무거운 걸음거리로 잔디밭을 건너간다.
『아아니! 또 무슨 일이 생겼어?』
「이빨」이 설명을 해준다.
『응?』
-노인은 잘 듣지 못했기 때문에 이렇게 되묻는 것이다.
『그건 옳아! 말할게 없어!… 허지만 감기가 들릴 애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그는 올라프만을 바라보며 이렇게 덧붙인다.
『포르죠, 윗송, 골롬보는 침실에 올라가서 망또와 목도리를 가져오너라!』
빠울로는 패짝이 그의 망또와 목도리를 갖다 주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 참말로 고맙다는 말을 하는 소년은 그밖에 없다. 패짝은 이상한 눈으로 그를 들여다보며 속삭인다.
『자아식, 고맙긴!』
다른 건물의 소년들은 식사를 끝냈다.
텅-빈 스무개의 배에 몹시 괴로움을 주는 그릇 부딪히는 소리가 아직 좀 들려온 다음, 이제는 조용히 온 밤을 새우려. 일평생을 향해서 세시간째로 접어든다…
올라프는 너무나 오래 싸운 끝에 간청한다.
『대장님, 변소에 갔다와도 돼요?』
그는 가는 중에 어떻게 되지 않을까 걱정하며 뛰어 간다. 무사히 가기는 했다. 그러나 하마터면! 그런데 줄을 잡아당길 순간에는 또 다른 근심으로 가슴을 친자. 그는 이렇게 하면 뱀 한떼를 놔주는 것 같은 생각이 늘 드는 것이다. 그는 멀리 떨어져서 사슴을 잡아 당기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친다.
여럽시三십三분이다. 벼란간 자신도 왜 그러는지 모르는 사이에 빠울로가 두발작을 나서며 말한다.
『내가 했어요!』
『좋아』
「이빨」은 가장 침착한 투로 말한다.
『다른 애들은 식당으로… 넌 날 따라 올라와! 그리고 손을 포켓에서 빼라!』
「불패의」 빠울로는 다만 자기자신에게 져서 「이빨」을 따라 대장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래, 참 잘 했구나… 널 어떻게 하면 좋겠닌
3
『날 이렇게 할게 뭐 있어요!』
빠룰로는 거만스럽게 대답한다.
『판사한테 알리면 어떻게 되는지 아니?』
『유치장 신세는 벌써 져봤어요!』
『안다. 알아! 그래 거기가 좋더냐?』
『있이나면 되는거지요!』
『여기서처럼 잘 먹고, 응? 여기서처럼 운동도 하고 나무도 있고 영화도 보고 주일날 놀기도 하고? 그리고 한평생 믿을 수 있는 아주 훌륭한 패짝들도 있고? 아! 알겟다. 거길 도루 가고 싶은거지?』
『아무것도 할려는게 아냐요, 난 이젠 다 틀렸어요!』
「이빨」은 벌떡 일어나 소년에게로 가서 머리를 움켜쥐어 얼굴을 쳐들게 하고 눈을 똑바로 들여다본다.
『아니다, 빠울로야, 너는 나쁜애가 아니다. 너는 「패짝들이 아무래도 선채로 밤을 새울 순 없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자백하고 나섰지. 너는 그 돈이 새거기 때문에 가지고 싶었던거지- 네 마음을 알겠다! 누구나 다 그걸 가지고 싶은거야! 그렇지만 그보다 더 근사한건 그걸 버는 거란 말이다. 빠울로야! … 얘야, 뷔팔로의 헌 차가 지금 뜯어져 있지, 응? 빠울로야, 네가 그걸 맞춰 놓으면 내가 그것하고 꼭 같은 돈을 주마! …기계속을 배우기만 하면 되는거야! 뷔팔로는 작업장에서 네가 맘에 든다더라…』
『그럴거야요.』
『「빠울로 서비스공장」, 이 사람아, 이 다음에 이러면 어떻겠냐 말이야. 너는 기게를 고치고, 네 색시는 가솔린 스탠드를 맡아보고 또 애기들은…』
『말 같지 않은 말을 왜 해요?』
『네가 일만 잘 하면 그렇게 되지 말란 법이 어디 잇니?』
『난 패가 붙었어요.』
『너야 말로 되지도 않는 말을 하는구나, 빠울로야. 그 얘긴 다시 하기로 하고… 이젠 띠메움한테 돈을 갖다 쥐라. 다만 오늘 저녁은 먹지 못하는거다.』
『배 안고파요!』
『안다.』
그는 웃으며 소년과 악수를 했다.
빠울로가 나간 뒤에, 「이빨」은 책상 앞에 앉아서 머리를 숙이고 잠자코 있었다. 둘이 이야기 하는 것을 듣고 있었던 로베르 대장은 감히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애는 다 틀렸어』
마침내 「이빨」이 침중한 소리로 말했다.
『틀렸단 말이야…』
『그렇지만…』
『너무 늦었어. 자넨 그애 아버지, 어머니네 동네를 몰라서 그렇지… 일곱살 적에 빼내서 거기서 나오게 햇어야 옳았을거야! 그리고 그애를 다룰 적에 많은 잘못을 저질렀어, 감옥이다, 보호소다. 교정센타다 하고. 그래서 지금은…』
『그러나 「떼르느레」에 꽤 오래 있으면 혹은…』
「이빨」은 마치 상대편의 시선을 피하려는 듯이 창문쪽으로 가서 섰다.
『그렇네, 이사람, 그게 비극이란 말이야! 그 애도 구해야 되지, 그러나 또 먼저 다른 아이들을 모두 보호하기로 해야 된단 말일쎄. 그애가 다른 애들을 타락시키고 말거든!』
『그애가 「떼르느레」를 떠나면 어떻게 될건가?』
『이 센타에서 저 센타로, 이 교정원에서 저 교정원으로 전전할테지. 스물한살이 되면 석방돼서 가정으로 돌아가고 어릴적 패짝들을 다시 만나게 되겠지. 그러면 술을 마시고 그놈들처럼 도둑질을 하다가 때가고… 경범재판소, 재범, 유형(流刑)…』
『그렇지만 이젠 도형수(徒刑囚) 감옥이 없어지지 않았나?』
『없어졌지, 그러니까 죽을때까지 중앙형무소에 갇혀 있게 되는거지.』
『그럴수가 있나? 열다섯살난 그 소년을! 설득시키고 잘 보살펴 줄 수가 있을텐데… 자, 그애도 다른 애들 모양으로 착한 어린이란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