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國籍(국적) 없는 小女(소녀) (102) 蘭草(난초)와 채송화 ③
발행일1965-06-27 [제476호, 4면]
역을 나와서 광장을 지나 교통이 분비는 횡단보도를 건너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동안 나의 머리에서는 「미스터」옹기의 초췌하고 쓸쓸해 보이던 얼굴이 떠나지를 않았다.
어제까지는 그가 아버지로서 자식에게 대하여 너무하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지금 그를 만난 후로는 오히려 그의 심정에 동정이 가기도 했다.
그들 부자간은 오로지 미움으로 연결되어 있을 뿐이었다. 자식은 아버지의 재산을 노리고 아버지가 짐짓 빨리 죽기를 바라고 그 기미를 안 아버지는 자식에게 한푼도 남겨 주지 않을 생각으로 그의 재산 전부를 고아원에 기부하겠다고 유서를 미리 써놓고 있으니, 그들 사이를 그렇게만든 것은 돈이었다.
「미스터」옹기의 그러한 사정을 모르고 여행을 떠나는 그를 만났다면 나는 돈 많은 사장님의 여행을 부러워했을 것이다.
초라한 의복에 행상을 하고있던 역 구내의 행상인들은 배사장을 보고는 팔자도 좋다고 한숨을 내 쉬며 바라보았을 것이었다.
그러나 행복이란 이름의 보물을 잔뜩 간직한 듯한 옹기같이 불룩하던 그의 허리와 배에는 자식에 대한 미움과 고독에 서리어 있었던 것이다.
나는 세상의 「비밀」 창구를 들여다 본듯한 기분이 든다.
발끝에 힘을 나는 주며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갔다.
『나의 인생에 좀 더 자신을 가질수도 있지…』
나는 「버스」속에 서서 흘러가는 창밖의 상점가의 불빛을 바라보며 스스로 타일렀다.
그날밤, 집에 돌아온 나는 이렇다할 이유없이 공연히 유쾌했다.
하늘의 별과같이 높이 쳐다보이던 위치의 사람의 집안이 욕구(慾求)가 충족된 평화보다는 불만에 가득찬 싸움으로 아로새겨있고 사랑과 미소보다는, 미움과 한숨이 그 생활을 가로지르고 있지 않은가?
자식과의 사이는 그렇다 하더라도 부부간의 정은 어떠한가? 부인이 오래 병석에 누워있기때문에 실증이난 것일까?
막연히 이런 상상을 하며 자려고 이불을펴고 있을때 귀익은 「미스터」배의 목소리가 밖에 들렸다.
『누구니?』
남자의 음성에 양부의 눈은 방울만 해졌다.
『웬 놈팽이냐?』
양부는 경계하는 기색을 보였다.
『우리 회사의 중역 「미스터」배야요…』
『중역이니?』
양부의 굳었던 표정은 금시 풀어졌다.
『자기 아버지가 큰 회사의 사장인데 곧 아버지 회사의 부사장으로 갈 사람이야!』
이렇게 둘러낸 말은 근방 효과가 났다.
『그럼 어서 나가보아라』
양부는 오히려 꾸물거리는 나를 재촉했다.
『아버지가 나가셔서 몸살감기로 누워 있다고 말좀해주세요!』
그를 만나기가 싫어서 이렇게 말했다.
『너의 회사의 중역이 일부러 찾아왔는데 안만나다니, 어서 나가서 만나라!』
나는 양부의 의심많은 심리를 역이용하기 위해서 일부러 그렇게 말한것은 아니었다.
그의 아버지의 말을 듣고 보니 「미스터」배라는 인간이 싫어졌다.
『「미스」양!』
「미스터」배의 목소리가 또 밖에서 들렸다.
양부가 떠미는 바람에 나는 허는수 없이 밖으로 나왔다.
양부는 창문을 비끔이 열고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엿듣기는 것이 싫어서 저만큼 떨어진 곳에서 「미스터」배의 말을 들었다.
『…당장 약혼식을 올려야겠어!』
「미스터」배는 아무런 허두도 없이 이렇게 힘있게 말한다.
누가 누구하고 약혼을 한다는 이야기지요?』
『누구긴 누구야, 나하고 「미스」양이지!』
『…먼저 아버지와 화해하세요. 지금 이런 조건 밑에서는 결혼하고 싶지않아요.』
문득 이렇게 대답을 해놓고나니 나 자신도 재산에 안목을 두고하는 말같아서 그에게서 반발이 나오지는 않나 걱정이 되었다. 한편으로는 어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럴 필요가 있어서 서두는거야…』
「미스터」배 조금도 언잖은 기색을 안보이고 의논죠로 다가들며 말을 이었다.
『…어머니와 의논도 했는데 우선 약혼을 하고 보기로했어. 아버지가 나를 미워하지만 「미스」양은 좋아하니 약혼을 했다면 맘이 풀릴지도 몰라! 만약 그래도 안풀린다면 결혼으로 「꼴인」 해버리는거야! 결혼한다면 자연 아버지의 친구들도 모일거고 세상에 알려질테니, 아버지가 아무리 구두쇠기로 팔짱끼고 우리를 내버려두지는 않을 거란말이야! 내말 알겠지?』
『아버지가 상무자리라도 주시게된단 말인가요?』
『그렇지, 만약 아버지가 나하고 같이 일하기를 싫어한다면 그대신 재산의 몇할쯤은 뚝 잘라서 날줄지 모를꺼야!』
『안주면 어떻게 해요?』
『…그러니까 「미스」양이 아버지의 비위를 맞춰주어야해!』
『왜 「미스터」배 자신이 아버지의 비위를 못맞춰요? 내가 만약 「미스터」배라면 전력을 다하여 아버지의 비위를 잘 맞추겠어요.』
『맞췄지, 그러길래, 아버지가 말한대로 남의 회사에서 일년이나 밑바닥에서 일하고 있지 않았느냐 말야』
『그럼, 아버지가 아끼는 난초화분은 마구 왜 깼어요? 나라도 미워지겠어요』
『그건 아버지가 먼저 나에게 야속하게 굴었으니깐 그렇지. 우리 아버지는 자식도 모르고 가정도 몰라, 그저 금고 열쇠를 꼭 쥐고있는 것이 그의 인생의 전부야. 젊은 놈이 화 안나겠나, 생각해보란말야? 그러나 며느리를 본뒤에는 아무리 노랭이라도 생각이 달라질거야.』
『…아버지 한테서는 아마 돈 한푼도 안나올꺼야요.』
『어떻게 알아?』
『누구를 좀 전송할 일이 있어 역에 갔다가 댁의 아버지만났어요. 조용한데가서 몸을 휴양하러가는 길이라면서 안색이 나쁨디다.』
『몸이 아프데?』
「미스터」배는 이렇게 되묻더니, 오히려 그 얼굴에는 활기가 돈다.
『아버지는 만약의 일을 생각해서 이미 유서를 써 놨데요.』
『「미스」양에게 그런 말을 해?』
『「미스터」배 보고 전하라고 그럽디다.』
『그래 뭐라고 유서를 썼데?』
『전재산은 전국의 수백 고아원에게 기부하기로 하셨데요?』
『아니…그게 정말이야?』
「미스터」배의 얼굴은 팍 죽고, 목소리는 처진 「바이올린」줄 같이 힘이 없었다.
『그 늙은이가 미쳤나?』
잠시 후 「미스터」배의 얼굴에는 새로 증오의 불이 타기시작했다.
『…제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지않고, 남을 주다니 사람 미치겠네…… 그러나 공갈일거야!』
『말씀의 투가 지나치는 공갈갖지가 않았어요!』
『내가 아버지 단골 공증인을 아니까, 거기가서 알아보면 돼!』
「미스터」배는 차츰 냉정해 지더니 믿어지지 않는다는 쪽으로 확신을 갖기 시작했다
『어떤 노랭인데, 쌍통도 모르는 남들에게 재산을 옛소하고 내던져! 어림도 없는 소리지!』
이튿날 「미스터」배는 아침에 회사에 나왔다가 하루종일 보이지않더니 저녁 퇴근 무렵에야, 너털 너털 들어왔다. 그 얼굴에는 술기가 벌겋게 서리어 있었다.
『알아 보셨어요!』
물었더니, 그는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혼자말 비슷이 중얼거렸다.
『나한테는 한푼도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