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잃은 개] (28) 우리 숲속의 새들 ⑥ // 녹음 속의 오솔길 ①
발행일1966-04-03 [제513호, 4면]
■ 우리 숲속의 새들 ⑥
「이빨」이 로베르 대장 쪽으로 돌아서는데 로베르 대장은 그를 이내는 알아보지 못했다.
이런 소년이 커진 것 같은 그의 얼굴에 괴로운 표정이 나타나 있었다.
『착한 어린이들이라고? 천주께서는 착한 어린이들을 만드셨지! 허지만, 우리는 순경이니, 「16세 이하 입장불가」라는 영화니, 대폿집이니, 밀주업자들이니 따위로 그 애들을 어떻게 만들어놓았느냐 말이야…』
『당신은 모든 걸 혼동하는구먼!』
『그렇지! 나 혼자만이 모든걸 혼동한단 말이지? 「빠리」 변두리에서 사는 열살짜리 소년의 생활, 그건 논리적이고, 아무 혼동도 없고, 모든 것이 척척 제 자리에 놓여있단 말이구먼!』
『그래도 그애들은 착한 소년들이야…』
로베르 대장은 안경을 치켜올리며 한마디 던져 보았다.
『어떤 날은, 왜 그런지 모르지만 토끼 눈을 후벼파고, 멧새를 생으로 잡아먹고 고양이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이는 착한 어린이들이지! 그애들이 그렇게 하는건 아니지, 그건 우리가 다 알아, 환경이 그렇게 시키는 거지, 할아버지의 매독, 아버지가 매일 열병식 마시는 술, 어머니의 폐병 따위가 그렇게 시키는 거지. 그건 우리가 다 안단 말이야, 이 사람아, 그렇지만 우리는 그애들을 상대해서 행동해야 된단 말이야, 어른들은 너무 때가 늦었으니까! 행동하고… 또 늘 감시하고!』
『난 당신 말을 믿기가 힘들어! 내가 보기에는…』
그는 입을 다물었다.
정원 저쪽에서 고함소리가 들려 올라왔다.
창문 너머로 「이빨」의 눈에는 밤의 더움을 뚫고 그보다 거 컴컴한 소년들의 일단과 「도끼」와 뷔팔로가 그들에게로 달려가서 뺨을 이리 저리 갈기며 쫓는 것이 보였다.
『로베르 대장, 이리 와요!』
그들이 숨을 헐덕이며 수풀 어귀에 이르렀을 때에는 교사와 뷔팔로만이 있고 그 앞에는… 그러나 그것은 무엇이었건가? -까치 한마리였다.
『그애들이 바로 오늘 아침에 니놈을 치료해 주었는데, 이 우스꽝스러운 붕대를 봐요!』 「도끼」가 설명했다.
『그런데 저녁에는 돌로 쳤단 말이야…』
『집합시켜 놓았던 것이 약이 올라서 그런거겠지?』
로베르 대장이 넌지시 말했다.
『혹은 또 그놈이 낫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르지!』
「이빨」이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쓰디쓴 말투로 덧붙였다.
『착한 어린이들…』
새는 그들의 발밑에서 그 투박한 주둥이를 이쪽으로 움직옇다 저쪽으로 움직였다 했다.
그 조그마한 눈이 한곳을 보며 반짝이고 있었다. 벼란간 까치는 고개를 탁 젖혔다. 그 검은 깃 위에는 새로 흘린 피 얼룩이 크게 나타나 있었다. 암살당한 재판관과도 같았다.
■ 녹음 속의 오솔길 ①
『신난다! 주일이다…』
「레이다」는 이런 생각을 하기가 무섭게 뜨뜻한 잠의 물속으로 다시 미끄려져 들어갔다. 그 맞은편 침대에서는 더 약아빠진 마르끄가 더러운 물과 찬 물 사이를 헤엄쳐 다니고 있었다. 일부러 아주 자지도 아주 깨지도 않은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반쯤 잠이 깬 마르끄는 반쯤 잠이 든 마르끄의 꿈꾸는듯한 휴식을 향락하고 있었다… 그는 잠이 그 모래사장에 갖다 놓아 주는 분명치 않은 이야기를 마음대로 늘이고 있었다. 그가 누덕 누덕 해진 꿈조각을 너무 새 천으로 된 커다란 조각으로 기우는 바람에 오래지 않아 헌 꿈조각은 산산이 흩어지고 마는 것이었다. 그의 마지막 이야기는 어머니의 모습을 가진 프랑쏘아즈 여대장과(동생 죠죠를 닮은) 알랭 로베르가 홍수가 진 들판 가운데 있는 집 지붕에 피난해 있고, 자기는 날아 다니는 말을 타고 묵묵히 달리고 있는 것이었다…
바로 맞은 편에는 「비로드」가 담요 속에 숨어서 가만히 하모니카를 불고 있었다. 그는 제2동의 그 작자의 누나 오렛드를 생각하고 있었다. 3주일전 일요일 그 불평객이 마침내 「비로드」와 오렛드를 인사시켰었다.
『이쪽은 누나 오렛드… 이쪽은 패짝 도가나…』 여섯 단어에 초콜레트 여덟장이라니, 더러워서! 지금 「비로드」는 언제나 제몫의 초콜레트를 보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오렛드에게 줄 것이었다.
「귀여운 내 사랑」의 곡을 하모니카로 연습하고 있는 것도 오렛드를 위해서였다. 오렛드가 「귀여운」 을 음정이 틀리게 노래했기 때문에 그와 같이 음정을 틀려가며…
주일날 아침이라 소년들은 각기 자기 침대에 제2의 육체 모양으로 묶여 벌렁 누워서 거칠은 천으로된 가죽을 뒤집어쓰고 행복에 잠겨 있었다. 그 침대들은 모두가 비슷하면서도 하나도 똑같은 것은 없었다. 이 침대들을 -제각기 제침대- 그들은 눈을 감고 손가락 끝으로 만지기만 해도 아주 조그마한 표로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더 거칠은 침대다리라든지, 몸 무게로 파인 모양이라든지, 삐걱거리는 소리라든지… 파란 하늘을 인 11월의 차거운 기운이 늘 열려있는 창문으로 들어와서 그들의 얼굴을 스쳤다. 말이 없이 눈을 뜨고 있는 소년들은 자고있기 때문에 아직 자기들의 행복을 알지 못하는 아이들을 일종의 멸시섞인 동정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 아이들도 하나 둘 눈을 떴다.
그들의 얼굴에는 버림 받은 어린이의 고민이 나타났다가 잠시 후에는 주일날의 미소가 떠오르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모든 얼굴이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무표정한 얼굴에 차디찬 눈을 보면 보호소에서 온 아이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지경이었다.
『주일이라… 면화라… 다른 작자들의 부모친척, 아주 못생긴 작자들, 그렇고 말고, 알지 못하는 자기들의 부모에게 비하면 분명 아주 못생겼다- … 하여간 패짝들이 그 못나니 가족들, 절름발이 할머니 캡을 쓴 아버지, 머리를 산발한 어머니 따위를 좋아하다니…』
아동보호소 출신들은 주일날마다 그러듯이 이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알랭 로베르는… 아니, 그애가 어디있나? 홋이불 속에 숨어있다. 그는 매주 받는 화보의 대봉(帶封) 석장을 감추어 둔데에서 꺼내어 눈도 깜박이지 않고 오래 비교해 본다. 첫번 대봉은 남자 글씨 나머지 두장은 꼭 같은 여자 글씨다… 물론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다! 그들은 마침내 아들을 찾아냈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사랑이 용솟음쳐서, 『미안하다… 이내 만나자! 이내!…』라는 뜻으로 이 화보를 목요일마다 보내주는 것이다.
알랭 로베르는 눈을 감고 그렇게도 자주 눈물로 적시고 입을 맞춘 그 회색 종이를 얼굴에 슬슬 문지른다.
그의 뺨, 그의 입술을 쓰다듬어 주는 것은 어머니와 손이요, 아버지의 손이다. 그는 두 손을 썩 잘 구별한다… 그 손들… 그를 버린 손들, 그를 쓰레기통에 -그렇다니까 「쓰레기통」에 넣은 손들을 말이다!
『내가 보기싫게 생겼던 모양이지! 그렇지만 한살 먹은 내가 부모에게 해를 끼칠 수는 없었을텐데! 그럼 왜? 왜?… 물론 그들이 잘못한거지! 그들에게 말할테야! 따져보겠단 말이야! 진짜야, 그건 너무 쉬운 일 아니야! -아니, 이 망할 자식아, 네가 감히 어머니를 공격한달 말이냐? 아아, 잘못했어요, 용서하세요… 내가 사랑을 받게 할 줄을 모른거예요… 아무도 절대로 나를 사랑하지 않을거야, 절대로… 그런데 그들이 오게된다면, 바루 오늘 오후에 말이야? …화보는 나한테 미리 알리려고 보낸거지…』
눈살을 찌푸리고 작은 목소리로, 야성적인 소년은 외국말의 단어 모양으로 힘들여 주심주심 『아빠… 엄마…』하고 부른다.
그러나 갑자기 결심한다.
『천만에, 아니야! 그들이 오면 난 여기 있지 않을테야… 아주 멀리 가진 않고 산보를 하고 있을테야. 한번 본때를 보여 주자는 거지! 나를 너무 기다리게 햇거든 진짜야!… 종을 치고 나를 부르려 애들을 보내고 해야될거야… 그렇게 하면 자식들이 모두 알겠지! 그러면 우리 어머니의 금발하고 백90「센티」되는 우리 아버지 키를 보고 패짝들이 이런 상판을 하나 볼만할거야!… 그래 맞았어, 올라프하고 산보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