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바티깐」 공의회 폐막후 우리가 최초로 맞이하는 부활절이 임박하고 있다. 「알렐루야」를 부르짖는 예수 부활현의는 상례적(常例的) 축전(祝典)의 하나로서 그저 한번 춘절(春節)에 지내버릴 행사가 아니요 「빠스까의 현의(玄義)」가, 우리가 죽는날까지 일상생활(日常生活) 전반에 걸쳐 실현되어 그리스도와 더불어 부활의 개선(凱旋)으로써 결실할 때까지 끊임없이 계속될 성질의 것이다.
■ 聖年意義 妄却한 恩赦爲主 信仰
공의회 역시 성대한 폐막식을 올림으로써 끝난 것이 아니요, 이제 그 모든 의결이 천주니의 백성인 교회안에서 또 그 구성원(構成員) 각자 안에서 실천에 옮겨져야 할 성질의 것임은, 이번 이례적(異例的) 특별 성년 제정(制定)에서도 넉넉히 엿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구주탄신 매 25년마다 맞이하는 성년과 이번 성년이 다른 점은, 각 개인의 개과천선과 버둘어 천주의 백성 전체의 개심(改心)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은사(恩赦)의 본뜻에도 어긋나는 타성적(惰性的)인 사고 방식에 젖은 우리 한국교회에서는 이번 특별성년의 핵심(核心)을 비켜놓고 은사를 이기주의적(利己主義的) 특혜물(특혜물)로 취급하여 은사의 조건에만 억양(抑揚)을 두는듯한 인상을 받게하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교종 바오로 6세의 성년제정에 관한 교황령 「미리피꾸스 에벤뚜스」(MIRIFICUS EVENTUS)를 훑어볼 때, 공의회 의결사항(議決事項)을 실천에 옮기기 위한, 천주의 백성 전체와 각 개체(個體)의 개심, 공의회 의결문서(議決文書) 연구, 계몽, 주교의 사목직책 중 제1위에 속하는 교도(敎導), 주교좌 성전의 의의(意義)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동시에 오는 5월 29일로 마치게 되는 이 특별성년은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요, 공의회 의결사항 실천의 제일보(第一步)요 그 서곡(序曲)이라는 것이 강조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성년은 이미 과거에 속해버린 것 같은 분위기를 느낄 때 한심한 마음 금할 수 없다.
■ 「빠스까」의 公議會
공의회의 필요성(必要性)과 목적성(目的性)은 바로 「빠스까」의 필요성과 목적성과 동일(同一)한 것이다. 천주의 백성 전체와 각 개체가 죄에 죽고 그리스도와 더불어 부활하기 위하여, 즉 죽음에서 생명에로 건너가는 「빠스까」의 현의를 알뜰히 실현할 필요와 목적하에 송의회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나는 이런 의미에서 이번 공의회를 「빠스까의 공의회」라고 부르고 싶다.
■ 敎役者와 奉仕精神
애국심에 있어서 다른 민족에게 뒤지고 싶지 않은 우리 한국교회의 천주의 백성은 모름지기 한국 성교회 전체와 개체의 개심만이 이 겨레와 이 나라를 구할 수 있음을 명심할 것이다. 교역자(敎役者) 자신들부터 생각을 고쳐야 할 것이다. 교역자는 행정관(行政官)이 아니요, 천주의 백성에게 봉사하는 종이나 고역자의 개심이 되는 거울은 주교사목직분 율령, 사제직분 및 생활 율령에 있다.
일반신도의 개심의 거울은 수도자 생활 쇄신 율령, 신도사도직 율령에 있다. 흔히 위정자(爲政者)들이 내거는 구호(口號)식의 격려(激勵)만 가지고 우리 할 일을 다했다고 안심할 수 없는 처지에 우리 한국교회가 놓여있지 않은가. 솔직히 말해서 반성직사상(反省職思想, ANTICLERICALISM)의 씨가 이미 이 땅에도 배태(胚胎)되었다고 보는 것이 현명하지 않은가.
사회악을 제거하기 위하여 남에게 그 책임을 돌릴 것이 아니라, 그 원인이 바로 내게 있다는 것을 우리가 자인하고 우리가 사회인(社會人)으로서의 자기비판(自己批判)을 겸손되이 할 때 나와 우리 겨레의 살길이 있다는 것을 신도(信徒)된 우리가 각성해야 할 때가 이른 것이다.
■ 天主의 百姓의 進路
우리가 하늘에 속한 자의 모상으로 변화될 때 우리는 우리 주위 사람들에게 빛과 소금이 될 것이요 우리 자신이 죄에 죽고 그리스도와 부활 할 때 우리 사회 우리 겨레의 부활이 실현될 것이다. 영(靈)이 지배(支配)하게 될 때 육(肉)으로 표현되는 이 지상(地上)의 질서가 유지죌 것이다.
이와같은 천주의 백성의 진로(進路)는 장차 천주의 백성이 될 우리 겨레의 이정표(里程表)가 또한 될 것이다.
『부활하신 그리스도여, 당신의 부활의 은혜를 고루고루 우리에게 베워주소서 알렐루야!』
韓공렬 主敎(全州敎區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