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와서 그리스도 중심사상을 더 강조함으로써 전례는 일보진전하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고 심각한 문제가 남았으니 그리스도의 부활과 인생은 우리의식이 중추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의식 속에 계신 그리스도는 천주성만이 남아있는 것 같다. 천주성자 그리스도가 동정녀 몸에서 인성을 취하사 사람이 되셨다는 것을 말하면서도 그리스도의 부활은 천주성의 부활로 착각하기 쉽다.
이와 같은 그릇된 인식은 성체성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영성체를 할 때 영광스러운 그리스도의 인간성과 하나가 된다는 것 보다도 그 안에 계신 그리스도의 천주성만을 생각한다면 성체의 참뜻을 망각하는 것이다. 전례 부흥의 목표는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중개역을 재인식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영광스러운 인성을 통하여 천주성부께 나아간다는 이 구원의 현의를 잘 깨달음으로써 그리스도 부활의 의의를 더욱 깊이 알아들을 것이다. 인간 그리스도는 천주성자로서 지극한 사랑과 죽기까지한 순명의 정신으로 성부에게 나아가셨다. 그러나 이 지상에서는 인간 예수도 죄악과 괴로움과 죽음의 세계에 계셨던 것이다.
비록 자신은 완전히 무구하셨지만 그는 죄악으로 파열된 이 세상의 악조건에 순응하셨다. 이러한 죄와의 갈등과 괴로움 중에서 그리스도는 사랑을 계속하시고 마침내 희생과 죽음으로써 자기의 사랑을 절정에까지 드러내셨던 것이다. 이러한 사랑의 극치는 죄악과 죽음에서 인류를 해방시키고 부활의 신세계를 이룩하셨다. 인간은 그리스도 안에 묵은 사람에서 새 사람으로, 죽음에서 부활로, 시간에서 영원으로 옮아가게 된 것이다.
이것이 곧 그리스도안에 실현된 사랑이신 천주의 구원행위이다. 그리스도의 업적과 성취는 우리 안에도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도 죄악과 죽음의 이세상을 벗어나서 부활의 신세계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 고통에서 기쁨을, 극기에서 승리를, 미움에서 사랑을, 발견함으로써 우리도 그리스도의 부활현의에 적극 참여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이 그리스도의 가르침이나 영세를 받았다고 참된 크리스챤이 되지는 않는다.
참된 크리스챤은 그리스도의 구원행위에 실제로 참여하는 것이다. 그런데 주의해야 할 것은 신자들이 그리스도의 구원행위는 과거의 유물로서 우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구원행위는 지금도 성사적으로 또 계속적으로 전례를 통하여 실현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역사상에 나타난 과거의 구세사업이 어떻게 지금 세속적으로 전례를 통하여 실현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에 있어서 성 토마스의 말에 의하면 『구원이 선물을 받을 때 그리스도의 업적은 우리 안에 일어나는 모든 변화의 원인이 된다』하였다.
예컨대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기 때문에 우리도 부활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의 부활은 지금 바로 이때에 부활의 영광을 누리시는 그리스도의 현 행위에 기인할 뿐 아니라 과거 그리스도의 부활 자체에서 오는 원인과 영향으로 우리의 부활이 성취된다고 하는 것이다. 시공(時空)을 초월하신 천주께서 먼 옛날에 이룩한 업적이 오늘날에도 현실적으로 그 영향을 인간에게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구원의 역사를 구성하는 신비와 현의는 지금 이 장소에서 우리가 거행하는 전례중에 구원을 성취한다. 따라서 부활하신 그리스도는 전례중에 현존하시며 우리에게 부활의 영향을 끼치신다. 그런데 인류구원의 현의는 천주자체인 사랑의 신비이다.
그리스도의 전생애가 사랑의 표현이었고 처음부터 끝까지 탄생 죽음 부활에 이르기까지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일생을 마치셨다.
이 사랑은 역사속에 침투하였으나 또한 역사를 초월하여 영원히 계속하고 있다. 이 사랑은 아직도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심장 속에서 불타고 있으며 이 사랑 때문에 전례중에 구원은 실현되며 성취된다.
이와같이 그리스도는 전례중에 실제로 계시고 활동하시며 우리에게 영향을 끼치신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우리는 전례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다. 사실 그리스도는 성스러운 「이미지」로 꾸민 성사의 범주를 통하여 구원사업을 계속하시고 신도들에게 당신의 생명과 죽음과 부활을 베풀고 계신다. 이와 같이 그리스도는 자기의 재림시까지 모든 것을 완성에로 이끄실 것이다. 그리스도가 다시 오실 때에는 우리는 모두 죽음에서 살아난다.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밝으신 길을 따를 것이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우리 부활의 전표(前表)이며 모범이다. 우리의 부활한 새 생명은 그리스도의 부활하신 삶의 한몫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마지막 부활과 우리의 현재 크리스챤생활과의 밀접한 연관성을 깨닫는 것이다.
徐상우 神父(성 베네딕도회 회원 · 純心中高校 校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