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의 수도 「로마」가 전세계 가톨릭의 중심지라는 것은 이미 잘 아는 바이며 그곳 「로마」에 3년간 거주하면서 매년 부활절때마다 보고 느낀 것을 기억나는대로 그려 보려는 것이다.
전이태리 및 「로마」의 부활절은 성당에서는 물론 일반사회에서까지 예수부활을 찬미(讚美)하는 종교적 축제분위기 속에 온 나라가 떠들썩하며 심지어 외국관광객들까지도 호기심과 축제분위기에 이끌려 가톨릭 신자들과 더불어 행동하며 기구하는 것이다. 「로마」의 부활절은 특히 부활대축일을 준비하는 성주간행사(聖週間行事)가 성대히 거행된다. 이 성주간에는 교황청의 모든 사무는 중지되고 각 대학은 방학을 하며 세계 각처에서 유학온 각종 각색이 학생신부들은 성주간행사를 돕기 위해 손이 모자라는 각 본당 또는 수녀원에 파견되는 것이다.
현재 포교성에 계신 시지스몬디 대주교님을 모시고 본인도 프란치스꼬수녀원에 가서 3일간 예절을 갖던 일이 생각난다. 성주간행사라 하면 특히 성목요일 성금요일 그리고 성토요일 행사를 주요하게 여기며 또한 성대히 집행된다.
다른 곳과는 달리 「로마」에서는 성목요일 미사후에 무덤제대(墓地祭臺)를 아름답게 꾸미기 위하여 일반교우들은 각양각색(各樣各色)의 아름다운 꽃다발을 바침으로써 제대는 꽃으로 수놓아지며 그 향기는 묘소는 물론 멀리까지 퍼져나가는 것이다. 교우들은 물론 심지어는 외인들까지도 어느 무덤제대가 더욱 아름답게 단장되었는가 하는 호기심에 피로할 줄 모르고 수많은 묘소(墓所)를 순방함을 볼 수 있으며 여섯군데의 무덤제대를 순방하여 주모경 영광경을 드리면 전대사를 얻을 것이다. 더우기 온가족이 한무리가 되어 정다운 표정 속에 묘소를 순방하는 모습은 문자 그대로 아름다운 한폭의 그림을 보는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성금요일에는 각 성당 수도원에서 오후 3시면 예수수난을 묵상하는 뜻으로 성로신공을 드리는데 좀 색다른 것은 신자들의 묵상을 돕기 위하여 각 처마다 신부가 이삼분간 예수수난에 관해 강론을 한다.
특히 책이나 「스크린」을 통하여 우리에게 낯익으며 많은 순교자들의 피가 얼룩진 「꼴로세오」라 일컫는 원형극장에 많은 군중들이 모여 성로신공을 하는 것은 색다른 점의 하나다.
「꼴로세오」 옆에 있는 성 보나벤뚜라 프란치스꼬 수도원에 안치된 성 레오나르도 다 뽀르도 마우리시오 성인께서 처음으로 성로신공을 행하셨기에 그때 사용되었던 십자가를 바로 이날 들고 「꼴로세오」에서 성로신공을 하는 것이다. 더우기 최근에는 뽀르도 마우리시오 성인께서 쓰셨던 십자가를 교황께서 직접 드시고 이곳에서 성로신공을 드리며 많은 성직자 수도자 및 일반교우들이 참석하는 것이다. 아주 색다른 것은 순교 당시를 상기하는 뜻에서 수십명의 사람들이 두 눈 부분만 구멍을 낸 두건(頭巾)을 쓰고 참석하는 것이다.
성토요일에는 신부들이 각 교우들의 가정을 일일이 방문하여 강복을 주며 부활절 성찬준비 음식에 강복하여 주기도 한다. 대개 본당신부만으로는 손이 모자라 유학온 세계각국 신부들이 인종이나 빛깔에 구애(拘礙)됨이 없이 이를 대행하여 교우들은 물론 외인들까지도 흐뭇하게 하여준다.
또한 고대 이스라엘 백성들이 부활절에 어린양(羔羊)을 천주님께 바치고 모두들 즐겨 먹던 예절을 기념하는 뜻으로 지금도 어린양으로 마찬을 베푼다.
각처 성당에서는 오후11시부터 망부활예절이 성대히 거행되며 자시미사로 사순절이 끝나는 것이다.
부활절날은 망부활의 성대한 예절로 말미암아 전과같이 부활참례날의 성대함을 느끼지 못하나 대략 10시경에 성 「베드루」대성전에 교황께서 친히 드리시는 미사에 참례하려는 일반 교우들은 「로마」시내는 물론 인근 지방에서까지도 이른 새벽부터 모여들기 시작하며, 교황께서 임하실 때 승교(乘轎)위에 성좌(聖座)하면서 만인에게 강복하시는 품은 실로 예수부활의 실현인듯 그 자비와 영혜에 보는이로 하여금 형용할 수 없는 지대한 감명을 주는 것이다.
安仙鎬 神父(프란치스꼬회원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