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착민인 「인디안」을 제외한 모든 미국국민은 각처에서 자유를 찾아 이주해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부활절에 대한 그들의 문화적 유산들도 다양(多樣)하다. 그러므로 나는 미국국민 사이에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뚜렷한 풍습 몇가지만을 말하고자 한다.
미국에서도 구라파에서와 마찬가지로 부활절에 사람들의 주목을 끌게하는 것은 여러가지 색깔로 장식하여 구운 부활절 달걀과 암탉 병아리 어미오리 새끼오리 토끼 어린양 그리고 아름다운 「리본」으로 가장자리를 꾸민 바구니라 하겠는데 각양각색의 밀짚으로 장식된 그 바구니에는 색칠한 달걀과 설탕으로 조린 병아리와 토끼 등이 담겨진다.
이와같은 우아하고 아름다운 선물들은 대부분 어린이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마련되지만 어른들도 큰 어린이에 불과하기 때문에 어린 자녀들과 함께 즐길 줄 안다.
달걀과 병아리와 암탉을 부활절 음식으로 사용하는데는 의의가 있다. 암탉은 알 속에 든 병아리가 독력으로 그 껍질을 깨고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날 때까지 알을 품어준다.
이로 미루어볼 때 어미오리와 새끼오리 그리고 암탉과 병아리는 상징적인 뜻을 지니고 있음이 당연하지만 토끼는 다르다. 토끼는 그리스도교적인 입장으로 전의(轉義)되었다고 할까? 그리스도의 구속(球贖)사업과 부활에 대한 소식이 온 세상 방방곡곡에 전달되기 전에 어떤 민족들은 그들에게 고유한 봄맞이 축제를 갖고 있었다.
따스한 햇빛과 신선한 비가 메마른 지각(地殼)을 기름지게 하여 새 생명을 일깨우는 봄은 풍요한 다산(多産)을 상징했다. 그래서 새끼를 많이 낳아 인간의 수요(需要)를 충족시켜 주는 조그마한 토끼는 동물 중에서도 다산(多産)의 본보기가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동물 중에서도 가장 큰 영광을 받은 것은 어린양이다.
왜냐하면 그리스도가 그의 「빠스까」 희생의 상징으로서 어린양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린양은 부활절 장식물 중에서 으뜸가는 자리를 차지한다.
어떤 가정의 주부들은 어린양과 같은 모양의 빵들에다 밀가루 반죽을 부어 빵을 구어낸 후 설탕을 발라 순결하고 솜털이 보송보송한 어린양과 꼭같은 모양의 빵을 만든다.
그리고 그 어린양의 어깨에다 그리스도의 승리를 나타내는 깃발을 꽂아둔다.
부활절 철야(徹夜)가 끝난 후 가족들이 함께 모여 부활축일을 지내는 가정에서는 그날 아침에 어린이들이 장식한 바구니와 부활절 달걀을 찾는 소동을 벌인다. 그 바구니는 전설에 의하면 토기가 가져왔다고 한다.
프로테스탄 신자들은 부활주일 새벽에 높은 언덕이나 산정(山頂)으로 올라가 새벽기도를 드린다. 그들은 마치 옛날에 그리스도의 제자들이 「오리와」동산으로 주 그리스도를 찾아 나선 것처럼 그들도 역시 부활한 그리스도를 찾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신자들은 봄의 부름에 호응하는 초목(草木)들과 마찬가지로 가장 훌륭하고 아름다운 옷으로 단장하고 부활한 그리스도를 환영하러 교회로 간다. 국제적으로 유행의 중심지라고 알려진 「뉴욕」 5번가(街)의 성 「패트릭」 대성당에는 부자나 가난한 자나 다같이 미사에 참례하는데 부활주일 미사에는 좀 가난하거나 좋지못한 옷을 입은 사람들은 새벽 미사에 많이 참예하는 것 같고 부자나 좋은 곳을 입은 사람들은 날이 밝은 후에 집전되는 미사에 많이 참예하는 것 같다.
아뭏든 희망은 부활절 전례가운데 가장 명백히 드러나는 미덕이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승리에 바탕을 둔 희망을 가졌기에 기뻐 용약하는 것이다.
가브리엘라 修女(메리놀회 수녀, 협동교육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