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잃은 개] (29) 녹음 속의 오솔길 ②
발행일1966-04-10 [제514호, 8면]
『야 올라프! …야! 여태 자니…』
「또똘라피앙뜨」는 깜짝 놀라 눈을 떴다.
거무튀튀한 걸레쪽 위에서 어떨줄을 모르고 있는 쥐와도 같다.
『조용히! 야 떠들지마! 주일날이야!』
함박웃음이 나타났다가, 얼굴이 찡그러지고 다시 미소가 나타난다.
꼬마는 차례로 이런 생각을 한 것이다.
『늦잠… 다른 애들 면회… 끌레망쏘…』
『이거봐, 오늘 오후엔 뭘 하지?』
『할아버지가 수풀에 데리고 갈거야…』
『응응! 버섯따기? 귀찮아!』
알랭 로베르는 이렇게 말하지만 다른 대답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던 것은 아니다.
올라프는 그의 야영(野營)을 꾸민다. 우선 침대를 적시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다… 안 적셨다. 맨숭 맨숭한 뜨뜻한 운기가 올라올뿐 매일 아침 같이 시큼털털하고 척척한 기운이 올라오지 않는다! 부랑아 올라프는 쭈그리고 앉아 자기 보물들을 거기에 벌려놓는다. 헌 입장권 수집한 것, 알랭 로베르가 주는 「타아잔」 그림책, 그리고 조그마한 물병(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늘 채워 두는 물병…)
지금은 침실 전체가 잠이 깨서 속삭인다.
큰 소리 한마디, 노래 하나, 다투는 말 한마디 없다! 소년들은 그 큰 빵 한가운데에 놓여 있는 둥지를 인자한 태도로 지켜본다.
꼭 닫힌 그 알을 눈으로 품고 있다. 여대장의 작은 방이다. 고요… 그 문이 열리고 여느때보다 더 가늘게 파진 눈, 잠으로 팽팽해진 눈을 하고 머리채를 느러뜨리고 그방을 건너질러 자는 시간부터는 사뭇 방향이 달라진다.
『잘들 잤니, 얘들아!』
아침일찍이라 쉰목소리가
『여대장님, 안녕하세요?』 하고 합창을 하는데
『누나, 안녕하세요?』 하는 소리도 몇마디 섞인다. 마르끄가 추종자를 몇명 만든 까닭이다. 프랑쏘아즈가 제일 먼저 화장을 하고 옷을 입는동안, 침실은 각자가 자기 배에서 부산히 움직이는 조용한 포구가 된다. 「레이다」는 보라색 연필로 손톱을 청소한다. 「잡혀 온 공」이라는 별명을 가진 쎌레스땡은 10분전부터 동무가 되어 오는 코딱지를 두 손가락으로 한없이 굴리고 있다.
「기만해」는 그날의 첫번째 검을 씹으면서 식단을 꾸민다. 새우 치즈짐, 마요네즈 끼얹은 닭고기 버섯볶음, 버섯얹은 토스트… 그가 마술적인 단어를 주워모으니, 침이 고이고 또 고인다. 이따가 「기만해」는 이 새 식단을 그가 매일 저녁 되읽는 「요리수첩」에 다른 식단들 다음에 「고틱」글자체로 써넣을 참이다.
알랭 로베르는 그가 수집한 그림엽서를 따라 여행을 한다.
에르끼니의 뒤발 빵집, 뿌셀르오에 있는 1870~71년 전사자기념탑, 「결혼행렬」(브르따뉴)… 올라프는 매가 구질구질한 그 노끈으로 새 매듭을 발명한다. 「비로드」는 손을 뜨뜻한 조갑지 모양으로 모아 얼굴에 갖다 대고 자기 입김을 도루 들이마신다. 왜냐하면 「비로드」는 자기 침대와 자기체온과 자기 냄새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비로드」는 행복하다….
마르끄는 금이간 거울 앞에서 머리모양을 시험해본다. 왼가리마… 니야, 그럭허면 머리통이 뽀죽해보여… 바른가리마?… 괜찮아, 저삐뚤럭한 머리만 없으면 괜찮겠는데!
몇 침대 저쪽에서는 어린 미셀이 굽이친 머리를 정어리 기름으로 붙이려고 해본다. 빠울로는 「몰룅」의 공중변소 벽에서 본 그림을 따라 나체화를 그리고 있다. 그러나 여대장의 아주 조용한 목소리를 듣고 펄쩍 뛴다.
『빠울로야, 그건 도무지 이쁘지 않다! 정말이지 안이뻐! 잠간만 기다려라…』
무엇을 기다리라는 것인가? 「불패의 소년」은 지독한 벌을 받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머리를 어깨 속에 쳐박고 등을 구부린다. 그러나 프랑쏘아즈는 사진 몇장을 들고 돌아와서 여전히 조용한 목소리로 말한다.
『나체화를 그리고 싶으면 여기 아름다운 「모델」들이 있다. 밀로의 뷔너스, 마네의 「올림피아」 앵그르의 샘… 이것들을 복사해 봐라, 빠울로야! 그리고 네가 그릴 수 있는걸 오늘 저녁에 보여다오…』
빠울로는 완전한 육체들을 자기가 연필로 그적거리던 짐승 같은 것과 비교해보고 모두 지우고 고무 찌쩌기를 손등으로 쓸어비리고는 혀를 빼물고 그 좁은 이마를 찌푸리며 다시 일을 시작한다.
『나하고 미사참례 갈 사람은 지금 일어나야 할거다!』하고 여대장이 알린다.
『성교쟁이들 일어나!』하고 악의 없이 조롱하는 침실의 나머지 아이들이 소리친다.
그러나 소년들이 기꺼이 일어나는체 하기에는 이것으로 족하다. 이런 이유로 기사 마르끄가 미사에 가는 것이다.
누나와 함께 사람이 덜 있는 쪽에, 조롱을 받는자들 편에 남아있기 위해서다. 아! 지금도 그리스도교 신자들을 사자들에게 던져 주기만 한다면!…
또 알랭 로베르는 여대장 프랑쏘아즈 하고 같이 가기 위해서 미사에 가고, 올라프는 알랭 로베르와 같이 있기 위해서 간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딱딱한 빵 한덩어리를 별로 씹지도 않은채 급히 삼킨다.
『왜 그렇게 처넣니?』
알랭 로베르가 눈살을 찌푸리며 묻는다.
그는 그 빵 한입이 거무튀튀하고 쭈굴쭈굴한 목으로 궁한 길을 가는 것을 근심스러운 눈으로 지켜본다. 꼭 거북이 달걀을 삼키는 꼴이다. -휴우! 됐다!
『이 친구야, 난 살이 쪄야겠단 말이야, 이젠 혁대에 구멍이 남지 않았거든!』
『내 빵을 주마…』
좀도둑 같은 눈길로 옆침대들을 한번 슬쩍 보고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확실하자 알랭 로베르는 그 조그만 병에 든 향수를 관자돌이에 문지른다… 이 무슨 창피람! 바로 그 시간을 골라서 여대장이 그에게 소리치다니,
『벌써 다 준비했니? 애, 너 세수를 안했구나!』
『천만에요, 여대장님! 이것 보세요…』
그는 프랑쏘아즈에게 가까이 가서 반짝거리는 눈섭을 눌르니, 손가락으로 짜면 풀줄기에서 물이 나오듯 양쪽 눈섭에서 말간 물방울이 나온다. 파란 눈길에 기쁜 빛이 비낀다.
『이제 암말도 안하마!』
프랑쏘아즈 여대장이 웃은 것이 잘못이었다. 그의 등뒤에서 연극이 구며지고 있는 것이었다.
빨강 머리 「기만해」가 안경을 벗어 머리맡 탁자에 놓았었다. 그는 근시안자들의 나라에서 발걸음을 가볍게 방황한다.
모든 것이 가능해지고 친구와 원수가 희미한 빛깔로 물든 구름 속에서 혼동되는 눈뜬 집속을 헤매는 것이다.
그러나 올라프가 그 물건을 -그가 그리던 것- 집어들었다. -
모양이 변할 수 없고 뚫어지거나 더러워지지 않을 물건을 소유한다는 것! … 무엇보바도 그를 「딴 사람」이 되게하는 물건!- 왜냐하면 올라프는 올라프를 도무지 믿지 않고 사랑하지를 않는다. 그래서 그는 작자의 안경을 집어 쓰고 이번에는 그 역시 똑똑하고도 멀리 보이는 딴나라로 들어간다.
『내 안경! 어떤 새끼가 내 안경을 가졌니?』
「기만해」는 맨눈으로 힘 빠진 얼굴로 미지의 세계를 향해 팔을 벌리고 앞으로 걸어간다. 침실 전체가 일제히 웃으며, 심장의 고동이 이에까지 울리는 이 비장한 소경, 알아볼 수 없이 된 이 패짝을 조롱한다. 「기만해」는 생전 처음으로 안경에 대한 근시안자의 절실한 애착을 뼈저리게 느낀다… 온 세상이 그에게서 사라졌다! 대번에 그는 안경없이 지낼 그의 나머지 생애를 상상해본다…
『이 친구야 죽기만 하믄돼! 죽기만 하믄!』
그의 목소리가 갈려나온다.
『어떤놈의 새끼가…?』
어떤놈의 새끼가 아니라, 올라프가 자리옷을 입은 이갈색 머리도깨비의 주먹질을 당할 것을 미리 생각하고 벌벌 떨며… 달아난다- 그러나 어디 안경을 쓴채로 뛰어보아라!
올라프와 「기만해」는 소경이 춤을 추듯 서로 찾고 피하고 누구를 붙잡고 무엇을 때리는지 알 수 없는 환상의 세계에서 뒤잡이를 한다… 다행히 올라프가 안경을 떨어뜨려 시력이 회복되자 달아난다.
「기만해」는 캄캄한 속에서 안경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자기의 금전이 움직이는 소리를 들은 수전노 모양으로 그는 펄쩍 뛴다. 그것을 찾느라고 더듬거리고 마침내 찾아내서 좋아라고 다시 쓰고 자세를 가다듬는 동안에 도둑놈은 벌써 사라졌다!
「기만해」는 어떤 일요일 아침 누가 자기의 가장 귀중한 재산을 살짝했었는지를 영원히 알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