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스메르나끄의 소설 「의사 지바고」는 미국 MCM사가 1천2백만 「달라」를 들여 데이비드 리인 감독의 손으로 영화화하여 「오스카」의 작품상 등을 탔다.
각색자 볼트씨는 영화 「의사 지바고」와 원작자 빠스떼르나끄에 대한 그의 일가견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문=소설 「의사 지바고」의 사명을 영화에서 어느정도 살렸는가?
▲답=일반적인 의미에서 이 소설이 어떤 사명을 띄고있는지의 여부는 미지수다.
이 소설은 모습을 달리한 시(詩)와 다름없는 상징적인 소설이라 하겠다. 빠스떼르나끄는 사람들이 휘말려 들어간 궁지(窮地)를 심리적으로나 화체적(話體的) 솜시로 묘파(描破)하느니보다 그 본질을 탐구하고 밝혀보는 면에 보다 큰 관심을 가진듯 하다. 그러므로 이 소설이 지닌 어떠한 사명을 꼬집어서 지적하기는 힘들 것 같다. 다만 지적할 수 있다면 무엇보다 삶(生)에 대한 가장 광범한 긍정적 신념이며, 그것도 개인에 대한 긍성적 신념이라 하겠다. 그러나 이런 경우 그 개인은 사회적 및 공적 혹은 역사적 사명에 반대되는 개인적 사명을 수행한다고 할 수 없다.
개인은 개인의 사연에 대한 사회적 배경이 된 로시아 혁명의 막중한 의의와 그 자연스런 도덕적 대세(大勢)에 몹시 민감했기 때문이다. 빠스떼르나끄는 이 소설에서 사회적 배경으로부터 독립된 개인생활을 생각해 볼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범위에서 그는 아주 뚜렷이 개인편에 섰다.
그는 말하기를 인생에 있어서 가치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개인에게 부여되어 있으며 사회를 요약하여 가치를 얻을 수 없고 오직 개인에게서만 가치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이것이 인간의 사명에 가장 가까운 근사치(近似値)라고 생각한다.
▲문=시적(詩的), 상징적 성격 이외에 원작의 어떤 요소를 재생시키고자 했는가.
▲답=내가 원작의 진미(眞味)를 살리고자 애쓴 점의 하나는 이 소설이 대단히 부드럽고 약간 애매하면서도 장면의 변화가 세련되고 까다로운 가운데 가장 거치른 사건들과 그 결과들이 전개되는 점이다.
이 작품은 전형적인 로시아 소설로 느껴진다. 일부 비평가들이 이 소설을 「전쟁과 평화」나 「안나 카레니나」 및 도스또에브스키의 걸작과 비교한 것은 약간 과장된 것이며, 이 소설이 걸작이에는 틀림없으나 앞서 말한 선구(先驅)들의 걸작과 같은 위대한 고전(古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이 영화에서 포착하고자 한 둘째번 것은 무대가 서방(西方)이 아니고 로시아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서구(西歐)에서는 로시아가 낯서른 이방(異邦)으로 생각되고 낭만적이면서도 약간 두려운 나라이기 때문이며 그곳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어떤 소식이나 확인하여 친숙해질 수 있는 어떠한 것도 유용함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한 이 점(点)이 빠스떼르나끄의 소설이 서방에서 열광적 환영을 받게된 이유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문=각색에 구체적으로 나타난 로시아적인 것은?
▲답=「전쟁과 평화」나 「안나 카레니나」에서 어떤 특유한 로시아적인 것을 지적할 수 있을지 의문인 것처럼 어려운 질문이다.
로시아 사람은 썰매를 타고 우리는 타지 않는다는 것이 특유한 것일까? 그보다 더 미묘한 것이 있다. 그것은 국민들의 케케묵은 동물적 생활감정과 미묘한 모든 것이 함께 뒤범벅이 되어 거의 위축되고 있는 감정이 결합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톨스또이 작품에서 눈이 아프도록 볼 수 있는 땀, 머리털, 진창 등 이런 모든 것이 이 소설 속에도 있다. 이런 것들이 적어도 문학에 있어서는 로시아적인 뚜렷한 특징이라 생각된다. 구라파 문학에서는 이런 것을 찾아 볼 수 없다.
▲문=영화에 조화시키기 위해 「플롯트」의 어떤 점을 변화시켰는가?
▲답=실질적으론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소설에서는 중요하지 않는 인물을 영화에서는 중요한 인물로 왜곡(歪曲)시킨 바가 한가지 있다. 그것은 신비스런 의형제(義兄弟)인 예브그라프이다. 빠스떼르나끄는 그 의형제가 주인공 유리에 대하여 대단히 중요한 인물이라고 하면서 모든 사람의 생활에는 실제로 그 생활에 참여하지 안는 어떤 인간이 그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는 수가 있다고 짤막한 구절로 말해주고 있다. 나는 이 사실을 포착하고 예브그라프를 「내레이터」로 만들만큼 중요한 인물로 등장시켜 그를 실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준 관찰자로 삼았다. 이것이 유일한 왜곡이고 그밖의 것은 압축한 것이다. 이 소설 전체를 영화화 한다면 상영시간이 3일 걸린다. 이것을 3시간으로 단축시키기 위해 소설에 있는 것을 24대1 줄여서 모든 것을 함축시켜야 한다. 이 압축 때문에 왜곡은 피할 수 없다. 예를들면 여러군소(群小)인물들을 한 인물로 꾸몄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화면(畵面)에서 2분마다 새인물을 보게될 것이다 이점을 제외하고는 충실히 원작을 따르려 했다.
▲문=주요 장면(場面)은 어떤 것인가.
▲답=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유리와 라라가 만나는 장면이다. 특히 그들이 이별할때와 주인공의 가정(家庭)의 장면들인데 이런 것들은 작은 장면들이다. 큰 장면은 혁명초기의 광경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노력한 장면이다.
로시아 전선이 붕괴 농민군의 집단적 귀환, 임시정부가 전선을 고수(固守)하려는 기도(企圖), 그리고 이런 사태를 이용한 볼괘비키의 정권장악, 등등, 로시아전선(戰線) 배후의 아주 큰 장면들을 일목요연(一目瞭然)하게 재현(再現)코자 했다. 또한 혁명전 암흑의 금요일에 로시아 기병대가 시위자들을 집단학살하는 현장을 방불(彷佛)하는 장면은 가장 큰 장면이라 생각한다.
한편 이 소설속에는 빠스떼르나끄의 조국 로시아에 대한 애국심이 어디에나 스며있다. 그는 조국의 사태를 개탄하면서도 로시아를 사랑했다. 왜냐하면 그것이 자기의 조국이기 때문이었다.
▲문=당신은 어느정도까지 예브그라프나 라라같은 상징적 이물을 실제보다 과장된 인물로 표현하려했는가.
▲답=상당히 그렇게 하려고 했다. 빠스떼르나끄가 그린 일부 인물들은 만화에 가깝다고할 디킨스의 인물들처럼 과장되어 있다. 예를 들면 꼬마르브스키느 놀랍게도 거칠고 지나치게 표현된 인물이다. 라라는 여성과 모성(母性) 및 수동적인 여인의 절대적 화신(化身)이다. 또오냐는 가정적 성실의 완전한 전형(典型)이며, 유리는 불꽃처럼 팔락이는 애매한 얼을 가진 인물이다. 이런 인물들은 모두 얼마쯤 과장되어 있다. (미카엘 · 퍼시발 記 「크리틱」誌에서)
■ 脚色者 … R. 볼트
영국에서 가장 학식있고 성공한 극작가로 알려진 로버트 볼트씨는 1924년 「만체스터」에서 탄생 「만체스터」대학에서 역사학학위를 얻은 후 라디오 「드라마」와 희곡(戱曲) 등을 발표햇으나 계속 식패하다가 1957년의 「꽃핀 벗나무」로 드디어 성공 이어 「호랑이와 말」과 유명한 「모든 계절의 사나이」를 발표했고 「라아비아의 로렌스」와 「콰이江의 다리」로 세상에 크게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