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잃은 개] (30) 녹음 속의 오솔길 ③
발행일1966-04-17 [제515호, 4면]
조그마한 「그룹」은 빙하가 하얗게 된 울타리 사잇길을 지나 성당으로 간다. 얼어붙은 공기속에 입김이 연기같이 뿜어진다. 포켓 속에 꽂은 손들이 빨갛게 된다.
『침대 속에 있으면 훨씬 더 따뜻할텐데!』
커다란 형이상학적 의심이 그때에 「성교쟁이들」의 머리를 엄습한다.
『이보세요, 여대장님 그 예수 그리스도는 결국…』
그러나 숲속에서 빠져 나오자 태양이 벼란간 환히 비치어, 딱딱해진 밭들의 모양을 바꿔 놓고 갈색 나무숲과 여대장이 금발을 아로새긴다. 소년들은 소리를 지르며 껑충 껑충 뛰어가다가 메리차한떼를 뜅기니 그놈들은 해를 향하여 둔하게 날아올라간다. 하느님 만세!
성당에 이르니 아직 아무도 없다. 그래서 프랑쏘아즈 여대장은 기다리는 동안 큰 소리로 기도를 하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골롬보는 추워서 새파랗게 질린 손가락으로 기도문이 있는 책장을 찾느라고 마냥 꾸물댄다. 알랭 로베르는 자기 책에서 상본을 하나씩 하나씩 떨어뜨린다. 그것은 루이종 보베, 띠노 룻시, 게리 쿠퍼…의 사진이다.
『아아니 이건 뭐 하는거야 안하는 거야 그 기도?』
마르끄가 큰 소리로 말한다. 성당이 찼다. 소년들은 주일날이 농삿군 냄새를 -검은 옷과 빳빳한 속옷냄새에 초와 향 냄새가 섞인 것- 맡는다. 그들 생각으로는 그것이 바로 천주의 냄새다. 그들은 자존심으로 인해서 있는 알랭 로베르를 빼고는 프랑쏘아즈 여대장이 하는대로 따라한다.
골롬보는 여대장과 동시에 매번 책장을 넘기지마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책안 같은 것이 아니다…
올라프는 보미사 하는 소년들에게서 눈을 떼지 앟는다. 신부는 그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올라프는 자기가 결코 어른이 되지 못하리라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어째서 어떤 아이들은 저렇게 붉은 옷을 입고 「복주깨」 보자를 쓰고, 레스로 만든 덧옷을 걸치고 보란듯이 설칠 수 있는 것인가? 그리고 왜 어떤 녀서들은 안경을 쓰고 어떤 녀석들은…?
대관절 어디 가서 이 불공평에 대한 보호자와 변호인을 찾아낸단 말인가? -알랭 로베르? 천만에! _는 마르끄가 있어야 돼… 그럼 마르끄는? 그애는 여대장이 있어야 하구… 끌레망쏘? - 너무 늙었어!…아니야,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 어쩌면 프랑쏘아즈 여대장이 말하는 예수 그리스도…? -
천만에! 그 사람은 개자식들한테 당했거던! 그 사람은 올라프처럼 불쌍한 사람이었어! 더 못하지, 따귀를 두대나 맞으면서도 도망을 치지 못했으니 말이야!…
그렇지만, 그 사람은 혼자서 군인들을 떠나 밀면서 무덤에서 나왔지! 바위 위를 걸어다니고, 폭풍을 멎게 하고 여러 작가를 고쳐주고… 그 예수 그리스도… 그러나… 아!
올라프는 소리를 질렀다. 알랭 로베르가 팔꿈치로 쿡 찌른다.
『무슨 일이냐?… 얼굴이 하얗게 됐으니』
『이거봐, 난 알아냈어! 알아냈단 말이야! 예수 그리스도는 말이다. 타아잔이야…』
입을 벙싯 벌리고 눈살을 찌푸리고 알랭 로베르는 이 의외의 사실을 점잖게 받아들이며 귀가 더러운 예언자를 살펴본다.
『여대장한테 얘기할테다』
『여대장한텐 더구나 말하지 마! 이건 우리 둘이의 비밀이야!』
미사는 계속된다.
골롬보는 조그만 목소리로 미사경문을 읽는데, 언청이인 까닭에 불란서말인지 라티말인지 알 수 가없다 … 알랭 로베르는 미사의 진행을 따라가지 않고 흘리고 흘리는 사람 모양으로 눈이 흐려지도록 성모상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애정의 눈물이 지 피로에서 오는 눈물은 아니다. 왜냐하면 그는 눈물이 나오도록 자기 친어머니를 이렇게 바라보는 것이다! 그렇다, 알지 못하는 여인, 선녀 여기 있는 것은 바로 「그여인」이다 …내 사랑 마리아, 내 눈물 마리아… 버려진 아이들은 행복하다. 그들은 성모 마리아의 아들이라 불리울 것이기 때문이다. 마리아의 이 위대한 신비가 어른들에게는 가려졌으나, 어린이들에게는 알려졌다… 알랭 로베르는 자기 몸을 더 작게 만들려고 무릎을 꿇는다. 그는 울며 얼굴을 양손에 파묻는다.
야성적인 소년은 그 차디찬 마음속에서 혼자서 바로 기도의 자세를 발견한 것이다.
마르끄는 외람스럽게도 초조하게 거량성체를 기다린다. 온 성당 전체가 머리를 숙이고 있는데 그는 예수 그리스도의 그 실재(實在)라고 하는 것을 쳐다보며 확인을 해보려고 한다. 그는 벼락을 맞지 않을까 하고 막연히 겁이 난다. 무엇보다 바로 그 순간에 종이 울리기 시작할까봐 겁이난다… 할 수 없다! 처음에는 한눈만 빼끔히 내밀었다가 다음에는 두 눈을 다뜨고 아주 머리를 치켜들고 화가나서 누나쪽으로 몸을 돌린다.
『이봐요, 예! 아무도 없어요!』
『쉬!』
마르끄의 생각을 딴데로 돌리게 하려고 프랑쏘아즈 여대장은 미사책을 그에게 빌려주었다. 마르끄는 요구가 너무 많은 손가락으로 책장을 넘기며 험상궂은 눈으로 특히 성가를 찾는다.
『이봐요 여대장님!』
『또 뭐냐?』
『다 있진 않아요!』
『뭐가 없단 말이냐?』
『「눈 내리는 밤의 별」도 없고, 「싼타클로스 할아버지」도 없어요』
프랑쏘아즈는 모든 설명을 나중으로 미룬다. 미사가 끝났다. 이제는 성호만 한번 그으면…
『너희들 예수전 말이다. 진짜야, 빌어먹을!』
하고 「그룹」의 반장 마르끄가 소리를 지른다.
그들은 성수를 이마에 잔뜩 찍어바르고 그들의 「칼라」처럼 흰 권연에 불을 붙이는 성장한 농부들 사이로 나온다. 어떤 사람들은 「가엾고 불행한 소년들」이라고 생각하고 어떤 사람들은 「꼬마 악당들」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아이들과 같은 아이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들은 잎 떨어진 나무숲 밑 길로 해서 「센타」로 돌아오는데 배에는 미사 뒤의 시장기를 간직하고 얼굴에는 떠날 적에는 없었던 그 무엇인가를 가지고 돌아온다.
이번에는 「성교쟁이들이다!」하고 광고하는 녀석이 하나도 없는 것으로 그것을 알 수 있다.
14시27분 버스로 첫번째 친척들이 도착했다. 오늘 아침의 농부들과 보기에는 별로 다를 것이 없다. 옷은 덜 단정하게 입었지만, 더 인간적이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 서로 「시골뜨기」와 「도시의 건달들」처럼 살펴보았다.
그들은 이번이야 말로 저 사람들이 자기들의 식량을 생산하고 이 사람들이 그들이 짓는 곡식을 산다는 것, 따로 떨어져서는 살지 못한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장바구니를 든 할머니, 구러미를 든 어머니, 「아침에 입은 깨끗한 형제자매가 「떼르느레」로 몰려왔을 적에는 대장들과 여대장들이 방문을 받지못하는 소년들에게 줄 조그만 꾸러미를 다 만들기도 전이었다. - 그리고는 혼잡이 시작되었다.
그들은 뺨에 네번씩 키쓰를 하였다. 행복감이 몇분은 계속되지만 그다음에는 늘 벌어지는 실갱이가 벌어지는 것이었다.
『아니, 왜 좀 노력을 하려들지 않는거냐? 기술학원졸업장은 생전 받지 못할거다! 집에 돈 한푼 벌어오지 못하는 애를 어떡하란 말이냐? 왜 이번 주일에는 편지를 안 보냈니? 할말이 아무것도 없었다구? 물론 할말이야 도무지 없지! 그래도 소식을 전할순 있단 말이다!』
손을 포켓에 찌르고 입으로는 끊임없이 사탕을 우물그리며 다리를 연방 이쪽저쪽 옮겨 디디며 소년은 다른 날에는 그렇게도 그립던 그 기분좋은 소나기를 맞고 있었다.
그것은 늘 들어오던 천둥이어서 이제는 무섭지가 않았다. 그는 「떼르느레」의 넓은 정원에서 서로 쫓고 잡고 놀리고 하려고 은데데, 륄뤼, 내동생 삐에로 쪽을 보고 눈을 찡긋한다. 『아버지 말씀이 맞았다. 넌 언제까지고 말썽일거다…』 하는 말이 나오게 되자 소년은 마침내 어린 것들을 끌고 빠져나가며
『잡았다! 네가 술래다!…』 하니, 어머니들은 이제는 자기들까리 속을 털어놓는 길 밖에는 없었다. 올적에 버스 안에서 그랬고, 돌아가는 길에 기찻간에서 그럴 것처럼.
『그럴리가! 참 야단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