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잃은 개] (31) 녹음 속의 오솔길 ④
발행일1966-04-24 [제516호, 4면]
「비로드」는 지난 일요일부터 매일 답사해온 아직 푸른대로 있는 나무 밑으로 패짝의 누나 오뎃드를 끌고갔었다. 그 여자는 오늘 아침에는 약간 지나치게 머리를 볶았었고 그는 또 미사 동안에 슬적 한 알랭 로베르의 향수를 그의 밤색 비로드 같은 상고머리에 너무 많이 뿌렸었다. 그는 하모니카로 「나의 작은 사랑」을 불려고 해보았으나 흥분해 있는 탓으로…
『나도 좀 불어볼께!』
하고 오뎃드가 청했다.
그 여자의 입술이 하모니카에… 한 주일동안 내내 「비로드」는 눈을 감고 악기에 입을 맞추며 그 구멍에서 꿀집보다도 더 달콤한 여자친구의 신선한 입김을 들여마실 것이다.
일주일동안 내내 「행복자 비로드」는 자기 체취보다도 다른 냄새를 더 낫게 생각할 것이다. 그는 사랑을 알게된 것이었다.
오늘 아침부터 (「잡혀온 공」이라는 별명을 가진) 쎌레스땡은 한숨을 쉬며 때때로 시계를 들여다 보았다. 그의 쌍둥동생이 왔을 적에야 그만두었다. 오후에 주욱 그들은 한겨레의 소처럼 같은 걸음걸이로 아무 말도 없이 숲속길을 산책하는 것이 보였다.
내일이면 그들은 각각 가들이 갈린 뒤부터 생활 대신이 되어온 찌푸린 꿈을 다시 시작할 참이다. 일주일이 지루하지 않게 하려고 「공 제2호」는 오늘 저녁에 조그만 상자에 (그의 유일한 짐) 비둘기 한마리를 넣어 가지고 돌아가서 수요일에 놓아주면 그의 동네에서 「떼르느레」로 날아올 것이다.
고독한 큰 소년의 애무에서 쓸쓸한 큰 소년의 애무 쪽으로…
대장들과 여대장들에게는 몹시 고달픈 하루였다. 일주일동안 아주 점잖은 아이들을 상대하고 난 뒤에 주일날은 어린애 같은 부모들 상대를 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면회자가 없는 소년들에게는 어느때보다도 더 아버지 어머니 노릇을 해야 되기도 했다. 10월의 파리처럼 이 소년들은 대장들 주위를 빙빙 돌아다니며 각 대장을 붙잡고 꼭 매달려 쓸데없는 질문을 하곤 했다.
여대장이 짜증을 내는 것 같은 태도만 보여도(혹은 그 여자에게 말을 하는 소년을 「더 예뻐하는 것」 같이 보이지 않으려고 만해도) 실망의 발작을 일으킬 것이다.
주일날 저녁에는 탈출이 얼마나 많은가! 로베르 대장은 입을 헤에 벌리고 그의 말을 듣고 있는 어떤 뚱뚱한 어머니에게 순응하지 못하는 소년들에 대한 일장의 강의를 팔을 홰홰 내저으며 하고 있었다. 지나가던 뷔팔로가 그의 저고리 소매를 끌었다.
『이 사람아, 우리에겐 순응하지 훗하는 소년의 훈제가 되게한, 저 여자에게는 제 아들 훈제란 할이야, 알겠나?』
그러나 벌써 제2동 쪽에서 그를 부르고 있었다.
『또 훠야?』
『골롬보 말이야. 그의 「의부」가 면회를 왔는데 그애는 의부를 보더니 나무위로 피신했단 말이야…』
나무에 기어올라가야 했다. 그러나 꼬마깜둥이도 그대로 올라가고 있었다. 뷔팔로는 땀을 흘리며 소년이 제일 상가지에 올라 앉아 발발 떨며 새파랗게 얼어있는 것을 보았다.
『난 안흘(볼)래! 안 안흘래!』
『호고 싶지 않단 할이지, 좋다! 그래도 난 호고 싶지?』
이 공중대화는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공포와 추위로 시퍼렇게 된 저 가엾는 짐승을 주정뱅이 포주에게로 떨어뜨려 준다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 아니었다. 한동안 뷔팔로는 도로 내려와 작자보고
『빨리 꺼져오, 그렇잖으면 얼굴을 묵사발을 만들어 놓을테요!』
하고 말할까도 생각했다.
그러나 그 작자는 골롬보의 어머니(그 갈보!)의 편지를 손에 들고있었으니 신성불가침이었다. 그것은 결정적인 미끼였다. 소년은 자기 어머니를 때리기는 하지마는 그에게 엄마의 편지를 갖다주는 손을 쥐는 데 동의했다.
커다란 백둥이 녀석이 촛점 잃은 눈으로 그 햐얗고 흐늘흐늘한 손을 내밀고 이 대장 저 대장 찾아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보세요, 대장님, 날 기억하시겠지요, 마르쎌이요?… 큰 걱정거리가 있어요. 들어보세요…』
그는 대장들에게 5백 「프랑」을 빌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별로 고맙다는 말조차 하지 않으므로(큰걱정거리!) 빌려주는 사람들이 「그 이상 도와주지 못하는 것을」 거의 사과할 지경이었다. 백둥이는 물러나 다른 사람에게 자기의 큰 걱정거리를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이빨」도 당하고 말았다.
그 주일날 「이빨」은 사방에서 온 쎈타 출신들에게 둘러싸였다.
『대장님 내 약혼녀 사진 좀 보세요… 이 보세요 이건, 내 지난번 급료계산표에요… 참말이지! 대장님, 행복한 때는 그걸 절대로 모릅니다… 대장님, 내 따귀를 마구 갈기던 날 생각이 나세요? 참 멋있었어요! …대장님, 전 르뚜르의 소식을 받았어요. 인도지나에 가있는데 괜찮다는군요… 이보세요, 대장님… 이보세요, 대장님…』 그리고 마미는 그의 탕자(蕩子), 몹시 충실한 그의 자식들에게 키쓰해 주기 위하여 발돋움을 해야 했다. 나서 크는 것을 그들이 본 어린 띠에리는 이품에서 저품으로 날아다니며 깔깔거리며 웃고 있었다. 그런 다음, 선배들은 낯익은 곳, 야채밭, 침실, 작업장으로 흩어져 다니며 입에는 연방
『아! 이거봐! 우리땐…』을 담고 있었다.
『어, 끌레망쏘 영감님, 여전하시구먼!』
늙은 정원사는 주는 담배를 받고 오년 전에 맞았어야 할 따귀를 살짝 때리며 약간 위압을 주는 그 큰 청년들과 자랑내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보호소에서 온 아이들, 면회자가 없는 아이들은 도로 그들이 이곳에 오던 날의 얼굴이 되고 그 날에 맛보았던 고독의 심연을 되찾았다. 그들은 일요일마다 도로 버려진 아이들이 되는 것이었다.
그들이 포켓에 손을 찌르고 이 「그룹」 저 「그룹」 주위를 빙빙 돌며 패짝들의 형제자매, 그들의 목도리, 그들의 너무 작은 캡, 귀걸이들을 차디찬 시선으로 쳐다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저 부모들, 특히 그 보기 흉한 부모들에게 그들은 혐오와 분노가 섞인 호기심을 가지고 가까이 갔다.
『우리 부모는 지금 이 시간에 자동차로 드라이브를 하고, 「메재브」에서 스키를 타고, 오페라극장의 비로드 깔린 특별석에서 빼고 있다니!』
왜냐하면 그들의 부모는 신문의 운동란이나 연예란에 사진이 나는 그런 종류의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들의 부모는 포스타나 그림잡지표지의 모델노릇을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머리가 반백이 된 저 할망구들은… 이 빰에 쪽, 하고 입을 맞추고! 내참! 자식들 싫지도 않은가바…
이와같이 다른 소년들의 순박한 기쁨 사이로 「보호소」 출신들은 조용한 항만 속에 있는 전함들 모양으로 거드름을 피우면서 본체만체 하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래서 「떼르느레」는 주일날이면 모든 사람이 서로 만나면서도 찾아내지 못하고 서로 스치고 지나가면서도 알아보지 못하며 입술에는 거짓 웃음을 띠고 마음 속에는 길을 잃지 않을까 하는 불안을 안고 헤메는 넓다란 숲속의 오솔길이 되는 것이었다.
알랭 로베르와 올라프는 포켓에 먹을 것을 잔뜩 집어넣고 숲속을 산책하려고 끌레망쏘에게로 갔다. 그러나 영감은 신병처럼 기뻐하며 베레모를 돌려쓰고 자기보다 키가 큰 옛날 원생들과 함께 추억담에 꽃을 피우고 있었다.
『끌레망쏘 영감, 얘긴 이만하고 우리 대포 한잔 하러 갑시다!』
이러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자기를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여덟달반짜리하고 버섯을 따러 가는게 더 좋다고 대답할 수 있겠는가?
그는 두 소년을 돌아보며 말했다.
『꼬마들아, 이 다음에 가자! 요담 일요일에! …자, 자네들은 같이 가세!』
그들 「그룹」은 꽤 무안해 하는 알랭 로베르와 가슴속 깊이 상처를 입은 올라프를 남겨 두고 떠나갔다. 올라프는 「아빠」가 점점 멀어져 가며 무슨 장면을 흉내내거나 껄껄 거리며 그의 등을 툭툭 치는 큰 녀석들을 증인으로 삼기 위하여 몇발자국 가다가는 멈춰서는 것을 보고 있었다. 올라프는 벼란간 알랭 로베르의 손, 그에게 남아있는 유일한 손을 붙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