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라파 겉 핥기錄(록) (24) 국제기구 많은 중립국
세계의 수도 「즈네브」 도처엔 국제기구들
「몽부랑」 名勝地(명승지)가 유혹하는 곳
사치에 질색하는 實利(실리)의 도시
발행일1966-05-01 [제517호, 3면]
「즈네브」 주재 한국 공관엘 찾아갔다. 내가 찾아갔을 무렵의 공관장은 김용식씨였다. 그는 우리를 반갑게 맞아준다.
『정말 오래간만이군요 …내가 직접 안내를 해드리죠』
그는 손수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시내 구경을 시켜주겠노라고 자청하는 것이었다. 「레망」 호수에서 흐르고 있는 「로느」강을 중심으로 해서 이룩된 「즈네브」의 아름다운 거리가 펼쳐지고 있었다.
『저기 저쪽에… 저 호수 저편에 멀리 보이는 저 흰 산 봉우리가 이른바 「몽부랑」이란 산이죠』
호수면에까지 투영되는 이 아름다운 산은 불란서 땅에 들어있는 것이라 했다.
『그러면 여기서는 구경갈 수가 없나요?』
『원 천만에, 여기까지 왔다가 「몽부랑」 구경을 못하고 간다는데 말이됩니까? 허지만 불란서 땅이기 때문에 간단한 입국수속은 맡아야죠』
나는 성급하게도 「즈네브」 구경을 하면서도 불란서 땅안에 들어있는 「몽부랑」 구경부터 서두르고 있었다.
『자 그러지말고 오늘은 나하고 「즈네브」시가 구경이나 우선하고 점심이나 같이 합시다』
국제접십자가 본부 옆을 끼고 1920년에 생긴 국제연맹본부로 찻머리를 돌리고 있었다. 1946년까지 국제적인 활동을 한 곳이다.
그 넓다란 잔디의 정원이며 웅장한 건물이며가 전쟁과 평화를 논하면서 인류의 행복과 자유를 조절하던 곳이다. 이제는 한밭 관광객들의 구경거리 장소로 활용되고 있는 듯한 인상마저 주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이 도시는 「국제」란 글자가 붙은 건물이 꽤 있다. 국제노동기구본부, 국제전기통신연합, 국제공교육국(公敎育局), 세게보건기관, 세계기상기관 등등이 있다. 「바레 데 나시옹」 정면에서 국제연합본부의 장려한 건물을 감상하면서 보려니 여기 저기 사람들이 「그룹」이 되어 모여있다. 관광객들을 모아 놓고 안내원들이 유래를 설명하고 있는 것이라 한다. 우리는 김용식씨로부터 대충의 설명을 듣는다.
『이 화려한 건물의 완성은 1937년이랍니다.』
파란 잔디밭 위에는 금빛으로 된 윌슨 기념의 지구의(地球儀)가 반짝이고 있었다.
『아니 언제나 이렇게 구경군으로 들끓고 있나요?』
『원 천만에, 보통땐 오전 9시30분부터 11시30분까지 그리고 오후는 2시30분부터 4시까지만 구경시키고 있죠』
아직도 원자력 평화회의라든가 열각국의 거두회담 같은 것이 개최되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각 회의 장소를 두루 살펴 보았다. 각국의 기증품으로 장식된 총회장, 이사회실, 각 위원회실 등을 볼 수 있었다.
『여기서 점심이나 합시다.』
기공관장은 파란 호수가 내다보이는 식당으로 안내한다. 우리는 국제연합회 본부건물 안에서 호수가를 바라다 보면서 점심들을 나누었다.
『여기도 중국음식점이 있읍니까?』
나는 어느동시엘 가든 으례히 이렇게 중국음식점 있는 여부를 알아두는 습관이 생겨버렸다. 느끼한 서양음식에 지친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선 동양적인 체취가 그리웠다. 어쨌든 축소를 정해놓고는 중국음식점과 병원의 위치부터 알아두는 습관이 생긴 것이다.
『중국 국제반점(中國國際飯店)이란 집과 금룡주점(金龍酒店)이란 집이 있죠… 그렇지만 갈때는 요일에 조심해야 합니다.』
『건 또 왜요!』
난 의아스럽게 물었다. 『식당마다 쉬는 날이 있어요. 가령 중국 국제반점은 월요일마다 쉬고요, 금룡주점은 화요일마다 정기적으로 쉰답니다.』
이태리사람들은 한여름에 너댓시간만 일하고는 쉬고 여기 사람들은 평일에도 쉬는 날이 또 따로 있다. 그러고서도 살 수 있는 나라다. 개인소득률이 높은 때문일까? 모든 물가가 비싸기만한 소비 도시이다. 돈벌이는 별로 못하면서 낭비많은 한국의 생활생리를 생각해본다. 월급의 반액을 하루밤 술값으로 쓸 수 있는 한국, 한달수입액 전부를 양복해입는데 사용할 수 있는 우리나라… 이들 실리주의자들이 안다면 불가사의로 생각할 것들 뿐이다. 직장인의 복장이 우리나라처럼 위아래 같은 ㅈ오류로 잘 차려입은 나라도 드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