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잃은 개] (34) 녹음 속의 오솔길 ⑦
발행일1966-05-22 [제519호, 4면]
알랭 로베르는 그들의 조그만 꾸러미들 쪽으로 우스꽝스럽게 몸을 구부리고 있는 그 검은 농삿군 부부에게 다시 매몰찬 눈길을 던지고는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수풀 쪽으로 달아났다.
-그러나 그의 다리는 솜으로 만든 것 같았다. 왜냐하면 그 이상 서 있을 힘이 없고 머리가 꽝꽝 울리고 추워서 그런지 열이 나서 그런지 덜덜 떨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오솔길이 이렇게 뿌열까? 왜 땅을 밟지 않고 날아가는 것 같은 느낌이 늘까? 왜?…
녹음 속의 오솔길은 그에게 의외의 일을 또 하나 마련해 좋고 있었다. 그가 반쯤 실신해서 쓰러진 것은 바로 끌레랑 의사의 품이었으니 말이다. 소년이 의사를 겨우 알아볼까 말까 할 찰라, 말을 물어보려고 입을 벌릴까 말까 할 찰라였다.
『그래, 나야, 이 친구야, 너하고 또 다른 애들 몇몇하고 어떻게들 있었나 보러 온거다』
의사는 건성으로 말하며 다만 까무러치는 소년을 붙들어 주고 흡뜨는 눈을 살펴보고 꺼져가는 맥을 찾아내는데만 정신을 썼다. 마침내 의사는 소년을 안고, 일요일이라 아무도 없는 의무실까지 가서 발로 문을 밀고 들어갔다. 그는 알랭 로베르를 침대에 내려놓고 약병과 약 「튜브」를 찾으려고 흰 장을 이것 저것 뒤졌다. 프랑소아즈 여대장이 휘익 들어왔다. 그리고 머리를 뒤로 넘기니 불안으로 번개처럼 버들거리는 파란 눈길이 드러났다.
『누구에요…?』
『알랭 로베르. 까무러쳤오. 갑작스러운 충격을 받은건데 어떤 충격인지?』
『집으로 돌아가는 이애 양부모를 방금 지나쳤어요. 그렇지만 그 이들은 금방 왔었는데요…』
『이애 양부모? (의사는 알랭 로베르의 일건 서류를 더 잘 생각해내려고 눈을 감았다. 그가 눈섭을 치켜올렸으므로 커다란 눈에 흰자위만 남아서 눈길이 없어져 마치 거만한 장님 같았다) …면회 오기를 기다리던 딴 사람이 있어서 그런 모양이군!』
『어떤 면회인이요? 이애는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고 편지도 한장 못 받는 걸요. 화보신문을 빼고는요…』
『그 화보는 나나 내 여조수가 보내는거요』
『이애 치료하시는걸 도와드릴까요?』
잠시후에 여대장이 물었다.
『이 휴식 이렇게 어쩔 수 없이 잊어버리는 것이 무엇보다도 좋은 약이요. 이거봐요(그는 깜박이는 일이 결코 없는 것 같은 꾀 까다로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 여자를 똑바로 쳐다보아다. 개 눈과 같은 시선이었다) 이애가 당신을 몹시 좋아합니까?』
『좀 지나치게요. 보름전에 제가 병이 들렸었는데 이애가 동무 넷을 설득시켜가지고 같이 단식을 했답니다…』
『병이 나으라고?』
『나를 낫게 해 주십사고 「천주께 강청하려고」요!』
『그래 천주가 계략에 말려 들었오?』
자기의 의술밖에는 아무것도 믿지않는 의사는 물었다.
『천주께서는 언제나 어린이들의 「계략」에 호응하신답니다!』
여대장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는 이틀만에 나았어요』
『이애를 너무 이뻐하지 마시요!』
의사는 잠시 잠잖고 있다가 애써 툭명스러운 투로 말을 이었다.
『아니 적어도 다른 애들보다 더 귀여워는 말아요 …그리고 이애가 당신에게 너무 애착을 가지게 버려두지 말아요!』
『그렇지만, 그게 제가 이애한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선심인걸요!』
『가장 나쁜 일이지 이애가 당신을 잃게되는 날! …여대장님 약혼했오?』
그여자는 얼굴을 숙였다. 금발이 극장의 막처럼 그의 얼굴 앞에 드리워졌다.
『한거나 마찬가지예요.』
프랑쏘아즈는 조그만 목소리로 대답했다.
『「센타」밖이요?』
의사는 자기가 늘 하는 식으로 질문을 계속했다. 열의도 없고 그렇다고 호기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자기의 살 길을 잘 알고 서슴치 않고 그리로 향해 가는 사람 같이 조용하나 힘차게 묻는 것이었다.
『네 「센타」 밖이에요 선생님. 「한거나 다름 없다」고 말씀한게 바로 그때문이에요…』
『그럼 꼬마가 당신을 너무 좋아하지 말아야 하오, 프랑쏘아즈 여대장님!』
『제가 「떼르느레」를 떠날 때는 알랭 로베르가 완전히… 나았을 거예요!』
그 여자는 자기자신을 설복시키려고나 하는듯이 큰 목소리로 잘라 말했다.
끌레랑은 그 여자를 잠시 살펴보더니 아주 조용히 말했다.
『난 그렇게 생각 안해요. 대기니 미소니 물질적으로 대단히 깨끗하니 하는 것이 이곳에 결여되어 있는 의사, 정신요법 의사 대신을 못해요… 알랭 로베르에게 있어서는 그애 어머니 노릇을 해준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고 「어머니 없이 산다는 생각을 머리 속에 박아 주는 것이」 문제가 돼요…』
(그들은 입을 다물었다)
그러다가 의사가 말을 이었다.
『이젠 자리를 좀 비켜 주겠오?』
십분이 지난 뒤에는 소년이 의사에게 모든 것을, 가장 중요한 것, 즉 자기의 크나큰 희망, 확신, 실망을 빼놓고는 모든 것을 털어놓았었다.
끌레랑은 다른 것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어떤 밤새들 모양으로 그는 분명히 볼 수 없을 적에는 적어도 장애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것을 돌아갈 줄을 알았다.
『내가 너만 했을 적에는 무슨 잘못을 하면, 간단히 말해서 내 자신에 불만이 있으면 구역질이 나곤 했다. 네가 이런 지경이된 걸 보면 너도 너 자신에 아주 만족하진 않은 모양이구나. 하긴 넌 자유다. 네가 그 사람들을 보기 싫으면, 잘 왔오? 잘 가소. 하는거지! 어떤 아이를 안아주려고 5백 「킬로미터」를 왔다고 해서 그 아이더러 자기들에게 웃어 달라고 강요할 순 없는거지 - 할 수 없고 말고! 하지만 내 생각에는 그저…』
『선생님 생각엔 어떻다는 거예요?』
알랭 로베르는 너무나 길다고 생각되는 침묵이 흐른 뒤에 느닷없이 물었다.
『내 생각에는 그게 「영리한 짓」일까 하는거다. 알겠니? 우린 자유다. 하지만 바보짓은 하지 않도록 힘써야 한단 말이야- 그렇지?(소년은 눈을 깜박이지 않고 그렇다고 했다. 이 작자가 신경을 건드리긴 하지만 워 말은 바른 말이었으니까…) 그런데 결과는 바로 꽤 어리석단 말이다. 그 두 노인은 무슨 영문인지를 도무지 알 수 없어 매우 상심해서 돌아간다. 그리고 그이들이 가져온 선물은 아이들이 잡아채서 주워가지는데, 약간 훔치는 것 같은 마음도 들고 해서 조금도 기분이 좋지 않다! 그리고 너는… 너는 의무실에 와 있고! 참말이지 난 이건 실패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 사람만의 잘못으로. 너 아니고 다른 애가 그랬다면 넌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겠니? 그 작자를 어떻다고 생각하겠니?』
알랭 로베르는 대답을 안했다. 꽤 침착하게, 의사에게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신발을 다시 신고 하얀 방에서 나갔다. 이제는 의시가 자기를 살펴보지 못하리라는 것을 확실히 알자 소년은 뛰기 시작했다.
유리창 뒤에 숨어서 의사는 창살문과 행길쪽으로 도망치는 것을 보았다.
『그 노인들을 따라잡지는 못할거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다.…』
쓸데없이 다름박질을 하고 돌아온 알랭 로베르는 마르끄가 어떤 알지 못하는 사람과 이야기 하는 것을 보았다.
『라미 선생님 제 패짝 알랭 로베르예요… 야 이리와!』
하고 마르끄가 말했다.
『너를 알게돼서 기쁘다. 알랭 로베르. 너 축구에서 무얼 보니?』
『「라이트 풀빽」이요』
『난 「레프트 풀빽」을 봤지. 「풀빽」이 다른사람보다 힘이 덜든다고 생각하는 건 축구를 도무지 알지 못하는 작자들 뿐이야』
『고와로가 바로 그런 말을 해요!』
소년은 점잖게 눈섭을 치켜 올리며 말했다.
『고와로의 말은 아무것도 모르는 소리다』
판사는 자기의 흰머리춤에 손가락을 갖다대며 잘라 말했다.
『자아! 알랭 로베르 잘 있어라, 또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