祖國(조국) 언제나 나의 祖國(조국) - 南美行(남미행) 가톨릭移民國(이민국) 航海記(항해기) ⑪
言語(언어) 通(통)하지 않으면서 잘도 어울려
바다는 絶品(절품)인 畵(화) · 交響曲(교향곡) 演奏者(연주자)
발행일1966-05-29 [제520호, 3면]
【12월 7일】 이틀째 비바람이 친다. 배멀미에 일기조차 불순하니 우울한 표정들이다. 잠깐 개었다가도 이내 흐리고 우중충하다. 옛날 컬럼버스 같은 탐험가들은 어떻게 그 끔찍한 항해를 견디어 냈을까?
어른들은 후줄근한 모습으로 누워있거나 앉아있다. 그러나 아이들은 여전히 유쾌하게 뛰어논다. 잠시도 가만히 있질 않는다. 고무줄, 줄넘기, 공받기, 「링」 전지기, 빠찡꼬, 서양바둑, 인형축구, 탁구대는 비기가 무섭게 「베트」를 기사가 방패 쥐듯 들이대고 덤빈다.
게다가 놀라운 것은 그들의 언어다. 영어도 모르고 중국어 일본어도 모르지만 어느나라 사람과도 잘 통한다. 어떻게 그렇게 얘기들을 잘 하는지 모르겠다.
『놔라, 내가 할란다』 그릇을 부시는 중국인 옆에서 부산태생의 어린이들이 열심히 닦아준다.
『내 가르쳐 주께 해바라』 쌍가풀이 지고 속 눈섭이 재치있게 꼬부라진 한 아이가 일본인 청년을 끌어 앉히고 손벽맞추기 강의를 한다. 자꾸 틀려서 머리를 긁적이면서도 재미있는지 그래도 끝까지 배운다. 『아니, 아니, 배 · 바다 · 하늘 · 구름 이래두…』 잇몸이 나온 일본청년이 잘못했다 혼나는 소리다 아이는 자기 엄마한테 가서 이야기한다. 어른이 철이 없어서 가르치기 힘든다나.
모든 외국인들은 아이들을 귀여워해준다.
바에는 「트럼프」도 하고 음악도 듣는다. 아이들은 귀여운 외교관이다. 티없이 맑은 외교관이다.
【12월 8일】 엊저녁 늦게까지 영화를 본 덕택으로 모두들 기상이 늦다. 일본영화로 세편의 교육영화였다. 별 대단한 것은 못되지만 1964년도 최우수 교육영화 한편에서 학의 생태를 아름답게 부각시킨 것은 볼만했다. 「디즈니」영화를 좀 흉내낸 것 같지만.
오후 「타이프」로 찍은 신문이 배부되었다. 여러신문에서 「픽엎」하여 찍어낸 것.
【12월 9일】 해는 서쪽에서 뜬다. 오른손편이 동쪽이란 선입관 때문인지 배의 왼편에서 떠오르는 해는 아무래도 서투르다. 밤새 날이 개어 채 밝지 않은 새벽은 동쪽으로 둥근 달을 구름에 받쳐이고 있다. 태양이 어기죽 거리기 시작하면 달은 윤기흐르는 바닷물에 머리를 감고 사르르 꿈속으로 사라지고 퇴색했던 바다는 차디찬 감색으로 채색되어 힘차게 뛰놀기 시작한다. 저마다 솟구치다 흰 꼬리를 치고 숨어든다. 망망한 대해는 소리없는 음악에 맞추어 웅장한 몸짓으로 일렁인다. 태초에 하나님은 바닥물 자락마다 알알이 구슬을 끼워주였던가. 사해(四海)는 경쾌한 몸짓으로 구술을 흔든다. 열린가 하면 백이요 백인가 하면 만이되어 바다 전체가 은빛으로 반득인다. 해는 서쪽에서 떠오른다. 해가 머물고 있는 수평선까지는 눈부신 찬란한 오색비단이 깔려있는 듯하다. 뱃전에 부서지는 파도에 내려서면 곧장 밟고 갈 수 있을 것 같은 황홀한 길이다. 날치떼가 수없이 나른다. 마치 번득이는 은창 같다.
도시의 아침은 어쩐지 맥빠진 듯하여 직장에서의 무거운 공기는 오히려 나른하기조차 하고 산속의 아침은 냉냉하나 그윽하고 수집게 도사리는데 바다는 우람하고 장쾌하여 보다 남성적이라 하겠다. 끊임없이 생동하는 모습은 이지와 용맹을 떨치는듯 바다란 또한 얼마나 근엄한 교훈을 주고 있는가. 밤에는 또 영화. 달빛이 온 바다에 흘러넘치는 「로멘틱」한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