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신용협동조합(이하 조합이라 약함) 운동이 시작된지 만5년을 맞이한 오늘날 전국에는 90여개의 조합이 설립되었으며 1만3천여명의 조합원이 5천원짜리 10원짜리 등 푼돈을 저축하여 약 2,500만원의 자금을 마련하였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신용조합운동을 통해서 협동하는 방법을 배웠고 푼돈을 모아 목돈을 이용하여 부자가 되는 비결을 배웠으며 공산주의가 아닌 민주주의를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기술을 습득하였다.
이제 우리는 과거 5년간에 얻은 경험을 토대로 이 운동을 더욱더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우리 국민 누구나 신용조합의 혜택을 받게하고 보다 나은 사회를 이룩하는데 전조합원이 협동단결하여야 할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남을 도와주고 그 다음에 내가 도움을 받는다는 신용조합근본정신을 모르는 조합원은 한사람도 없다. 그리고 신용조합은 외부의 원조없이 우리들 스스로의 힘을 합하여 자치적으로 운영한다는 원칙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과거 5년간은 외부의 원조로써 이 운동을 이끌어 나왔으며 특히 메리·가별 수녀님의 도움으로 자라왔다. 신용조합의 근본정신에 비추어 우리 조합원들의 푼돈을 모아 전국적인 교도사업을 전개하는 것이 떳떳한 일이라는 것은 잘알고 있었지만 초창기에는 우리들의 힘이 약하기 때문에 부득이 외부의 원조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거년 4월에 우리발로 걷자고 연합회를 설립하였다.
그러나 역시 우리 힘으로 연합회를 운영하지 못하고 과거 1년간을 다시 가별 수녀님의 신세를 져야만 했다. 즉 재정적으로나 운영면에서 완전히 무력한 우리들이었다.
어떤 조합원은 거년에 연합회가 단위조합을 위해서 무엇을 하였냐고 불평하는 사람도 있지만 과연 우리들이 연합회가 일할 수 있는 재정적인 뒷받침을 해주었는지 반성하여야 하겠다.
이러한 불평은 거년 4월 연합회창립을 계기로 우리나라 신용조합운동이 완전히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망각한 조합원이 하는 말이다. 즉 이때까지는 협동교육연구원에서 신규조합을 조직하고 모든 교도사업(敎導事業)을 추진하였지만 연합회가 설립된 이후에는 우리 단위조합에서 회비를 부담하여 전국적인 교도사업을 해야하는 것이다.
심지어 연합회는 형식적으로 간판만 걸어두면 가별 수녀님께서는 당연히 그리고 계속해서 도와주겠지하는 착각을 일으킨 조합원을 간혹 접할때 매우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같은 습관성의존병(習慣性依存病)에 걸려있는 조합원은 이제야말로 회복되어야 하겠고 하루속히 잠에서 깨어나야 하겠다. 그래서 가별 수녀님께서는 우리들이 완전히 잠에서 깨어나기 위하여 지난 6월 1일자로 연합회사무실을 분리해서 완전히 독립하라는 정식서면을 연합회회장에게 보내 왔다.
시기적으로 보아서 정말 적절한 경고(警告)였다고 사료(思料) 된다.
그래서 우리들은 지난 제1차 정기총회에서 교도사업비는 외부에서 원조를 받는한이 있더라도 연합회 경상비와 사무실 전세금만은 조합원이 부담한다는 원칙하에 금년도 연합회경비 부담금으로 조합원 1인당 60원씩(월5원골)납부하기로 만장일치의 결의를 보았다. 그러나 당시 현금 6,500원밖에 없었으므로 우선 연합회임원들의 호주머니를 털어서 사무실과 비품을 마련하여 분가를 하였다.
비록 비좁고 보잘것없는 살림이지만 우리들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할때 우리조합은 누구나 흐뭇하고 의젓한 감회를 금치못할 것이며 한편으로는 이 살림을 우리들의 힘으로 이끌어가야 한다는 책임감이 무거워질 것이다. 모처럼 씨가 뿌려진 신용조합을 우리의 힘으로 키워나간다는 것은 우리들의 의무이며 또 이것만이 가별 수녀님에 대한 보답인 것이다.
그후 연합회 경비부담금 납부상황을 보면 지난 5월과 6월에 총예산액의 약 3분의 1인 20만원정도의 경비부담금이 연합회에 납부되었다.
거년 1개년간에 연합회 운영비를 위하여 약3만원 정도밖에 각출하지 못한 과거 실적과 비교하여 볼때 정말 천양지간(天壤之間)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으며 우리 신용조합만은 우리나라에서 완전히 자립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조합원 가운데는 연합회가 직접적으로 혜택을 주지않고 있기 때문인지 연합회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사람이 더러 있으며 자기조합만 잘되면 그만이라는 사고방식을 갖고있는 조합이 있는것도 사실이다.
물론 연합회보다 지구평의회(地區評議會) 그리고 단위조합의 육성이 절대시급하며 신용조합운동의 성패를 가름하는 기본요건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연합회가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반대의 각도에서 생각한다면 연합회가 강화됨으로써 신규조합(新規組合)도 조직할 수 있고 기성조합도 유지발전(維持發展)할 수 있다고 생각할때 상호보완적(相互補完的)인 기능을 다해야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지난번 이사회(理事會)에서는 금년내에 2회의 지도자강습회(약60명 예정)를 갖기로 하였으며 단위조합을 강화할 목적으로 외부의 재정적인 지원을 받아 참석한 임원들에게 여비와 숙식비를 지급하더라도 각 지구별(7개 지역)로 임원강습회(任員講習僧)를 개최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지난 5월 22일에는 우리연합회가 「큐나(CUNA)」에 정식으로 가입되었는데 미구(未久)에 「큐나」보험문제도 해결되리라고 믿는다.
신용조합법도 현재 정부당국에서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으므로 우리만 잘 한다면 신용조합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입법조치(立法措置)도 가능할 것으로 믿는다.
만약 연합회가 없다면 누가 이런일을 추진하겠는가? 흔히 생각하기를 자기만 잘되면 그리고 자기조합만 잘되면 그만이라는 착각을 일으키기 쉬운데 우리 신용조합 조합원만은 이런 이기적인 사고방식(利己的思考方式)에서 벗어나야 우리나라 신용조합이 성공할 것이다.
우리 연합회가 분가를 한후에 아세아재단, 「큐나」, 천주교부산주교관등 각 단체에서 물심양면으로 연합회를 지원하고 있는데 주인인 우리들은 무엇을 하여야 하겠는가를 깊이 생각 하여야겠다.
과거에 남의 도움만 받아온 우리들은 이제부터는 남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되어야 하겠다. 이때야말로 우리나라 신용조합이 성공하느냐 그렇지 않으면 실패하느냐를 판가름하는 시점이며 성패의 관건은 우리들의 자주자립의식과 협동정신이 얼마나 철저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과거 5년간의 실적을 볼때 각단위조합의 범위에서는 세계 어느 나라 신용조합에 못지않게 자주자립정신과 협동심을 충분히 발휘해 왔다. 이제 우리는 좀더 범위를 넓혀 이 정신을 전국적으로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발휘함으로써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는데 앞장서야 하겠다.
李相浩(한국신용조합연합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