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國籍(국적) 없는 小女(소녀) (105) 蘭草(난초)와 채송화 ⑥
발행일1965-07-18 [제479호, 4면]
『…정말 그놈이 회개한것 같던가?』
배사장은 반신반의하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지금까지 아버지께 미안했다고 눈물을 흘리면서 반성하고 있었어요!』
나는 그럴듯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 놈도 양심은 있었군… 난초화분을 깨던 날, 영원히 그 놈을 보지 않으려고 했어! 자식으로서의 정은 그것으로 마지막이라고 생각했었지. 그 놈이 진정 뉘우쳤다면, 나도 용서할 수는 있어! 하나밖에 없는 자식이니깐! 자식이 귀엽지않은 애비가 어디 있겠느냐 말야, 내가 어릴적에 가난 속에서 불우하게 자랐기 때문에 그녀석에게는 남부렵지 않게 해주었지! 옷도 깨끗이 입히고, 먹을것도 아쉽지 않게 푸지게 먹이고 장난감도 큰 궤로 가득히 되도록 사주었고, 중학에 들어가자, 용돈도 달라는 대로 주고 지가 하고싶은건 다해주었지, 그러나, 그렇게 그를 귀여워 한것이 되려 자식에게는 나쁜 결과를 가져왔어. 공부에는 정신이 멀어지고, 돈쓰며 노는데만 머리가 쏠리고 돈 귀한 줄, 물건 소중한 줄을 모르는 아이가 되어버렸어!
대학에 들어간 해부터 나는 지금까지의 방침을 버리고 조이기 시작했지. 용돈은 최소한 선에서 줄이고 의복도 해달라는 것을 사주지 않았어, 애비의 기분은 모르고 그놈은 불만에 가득차있었던 모양이야! 나중에안 일이지만 집안의 물건 같은 것도 몰래 내다 팔아먹고 놀러다녔어! 저의 어머니는 그러한 자식의 버릇을 나무라지도 않고 예사로 보고 있었을뿐 아니라 때로는 그렇게 하라고 동조했단말야』
배사장은 잠시 말을 끊고 지나간 일을 회상하는듯이 침묵에 잠긴다. 그 표정은 고민에 서리어있었다.
『아저씨 지나간 일보다 오늘 현재의 일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오늘 이 시점에는 아드님도 눈물로써 모든것을 씻고 있으니 아저씨도 과거는 잊어버리세요』
『…그래, 「미스」양의 말이 옳다. 과거는 잊어버려야해, 덮어버리는 도리밖에 없지 즐거웠던것은 한장면도 그 속에는 없었으니깐! 가정은 나에게 늘 고독한 잠자리가 기다리는 장소였지!』
배사장의 맥주 몇잔에 벌개진 눈시울엔 과거를 밀어 던지는 듯한 표정이 스쳤다.
『남들은 즐거웠던 옛이야기들을 곧잘들 하더만… 나에게는 어두운 밤길을 걸어온 듯한것이 과거야!』
『아저씨의 말투, 퍽 문학적이야요!』
아부하고자 한 말이 아니고, 나는 솔직히 그렇게 느꼈다.
『나는 문학에는 소질도 없고 그다지 관심도 없는 사람이야! 하기야, 젊었을 때, 외국의 명작을 한때 밤새는줄 모르고 읽은 적도 있긴하였지만! 문학이란 것이 딴것이 아니더군? 인간이 걸어온 마음의 고민의 기록일거야! 갑자기 젊은 시절 모양 소설이 읽고 싶어지는데…』
굳었던 얼굴에 소박한 웃음을 피우며 옹기씨는 나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어딘지 기분이 좋은듯 했다.
벌겋게 상기한 조그만 두눈에는 구술방울이 어리어있다.
『그녀석이 눈물을 흘리면서 뉘우쳤다는 소리를 들으니 나도 어쩐지 눈물이 나오려 고해! 응!』
옹기씨는 바라진 몸을 한층 벌리며 기쁜 듯이 입가에 미소를 담았다.
『아저씨, 지금 저와 함께 댁으로 돌아가세요, 집에서도 모두 걱정하며 기다리셔요…』
『음, 나는 집에 안들어 가려고 했는데, 「미스」양의 말을 들으니 갈 생각이났어, 근데 지금 당장은 안돼, 사업상의 일로 누구를 만나야 해, 한시간 후에 갈게, 집에 가서 그렇게 전해줘.』
즉시 같이 가는 것보다 되려 더 좋았다.
나는 배사장과 헤어지자, 나는 듯한 기분으로 「미스터」배네 집으로 갔다.
「미스터」배를 만나자 그의 아버지와 주고 받은 이야기를 거의 그대로 전했다.
『…아니, 내가 눈물을 흘리면서 반성하더라고 그랬어?』
「미스터」배는 입가에 쓴웃음을 담고 반문한다.
『아버지께서도 눈물이 글썽하셨어요! 아버지가 오시거든 아버지의 기분에 맞춰서 잘하세요?』
『……』
「미스터」배도 생각는 얼굴이었다.
그의 마음에도 미움에서 아버지를 이해하는 싹이 튼듯이 보였다.
『재산 얘기는 안하시던가?』
「미스터」배는 묻는다.
『재산 얘기는 꺼내지 마세요.』
『음, 알았어…』
「미스터」배는 물주게를 가지고 와서, 온실의 화초에다 손수 물을 주었다.
잎이 부러진 난초잎을 조심스러이 세워 받침을 해 주기도 했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을 살짝 불러 무엇인가 귀속말로 속삭였다.
『어머니가 뭐라고 하셔요?』
나는 물었다.
『아버지의 비위를 맞추도록 하라는군!』
「미스터」배는 별로 비꼬는 웃음을 담지않고 솔직히 말했다.
화해의 서광이 이집안을 비칠듯한 기대를 품고 배사장이 오기를 기다렸다. 한시간 반이 지나도 돌아오지를 않았다.
『안오는데?』
「미스터」배는 얼굴이 흐려지며 말한다.
이때 차소리가 문전 길앞에 들렸다.
『얼핏 마중 나가세요!』
나는 「미스터」배에게 말했다.
「미스터」배는 과히 서들지 않고 천천히 문전으로 걸어갔다.
「찝」차는 문지키는 사람이 문을 열자 정원안으로 굴러들어왔다. 우리 앞에서 차는 멎고 배사장이 내렸다.
『이제 오세요?』
아들의 말이었다.
아버지는 자식을 흘굿 한번 보더니 뚱뚱한 몸을 천천히 걸어 온실 앞으로 걸어간다.
정돈된 온실을 그는 흘긋 본다. 그의 시선은 잎이 세게나 불어진 난초위에서 잠시 멈추었다.
나는 등의자를 배사장 옆에 갔다 놓았다. 넌지시 앉더니 배사장은 별로 말이 없었다.
그의 아들도 별로말이 없이 서성거리고 서있었다.
수분간의 침묵이 흘렀다.
『좀 볼일이 있어 나는 나가 보아야겠어』
배사장은 나를 보며 이렇게 말하더니 일어선다. 내가 어리벙벙하고 있는 틈에 어느듯 그는 「찝」차에 올라탔다.
『아니…왜 가세요?』
『………』
배사장은 우울한 얼굴로 대답도 없이 그 자리를 떠나고 말았다.
『흠!』
그의 아들은 「찝」차의 사라진 문쪽을 한참 바라보다가 코웃음을 치며 돌아섰다.
『왜 좀 잘하시라고 했더니?』
『말 한마디 없이 찡그리고 있는 사람 앞에 어떻게 잘하란 말이야…』
「미스터」배의 얼굴에는 반발심이 솟구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