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잃은 개] (37) 16세 이하 관람금지 ②
발행일1966-06-12 [제522호, 4면]
『그위에 우리의 모든 것을 세워놓은 놀음 말이야 이 사람아, 신뢰와 우정이 놀음 말일쎄.』
『회싼값을 치뤄야 할찌도 호를걸!』
『아무값도 치루지 안는게 뭐란 말인가? 그건 아무 값어치도 없는 것이야! 이건, 평백한 진릴세…그리고 아흔아홉마리양을 버려두고 단한마리 양을 찾아 떠나는 것, 그래 이건 뭐 무모한 짓이 아니었다고 생각하나?』
뷔팔로는 파이프를 주머니에 처넣었다.
『어떻든 메를르랭을 어떻게 한다?』
『아직 방법을 찾고 있는 중이야. 그 방법이 실패하면 자네가 하는대로 버려두겠네 - 그렇지만 가슴은 몹시 아플거야! 가령 빠울로만 하더라도 벌써 삼주일 전에 쫓아버려야 했을거야…그렇지만 여전히 희망을 가지고 있네!』
『빠울로 그녀석 줄곧 내 털털이차를 가지고 장난질을 한다네. 그래서 나는…』
『「비뒬」말이지? 이 사람 거참 희소식일세!』
이렇게 소리치며 「이빨」은 마침내 웃음을 되찾았다. 「이빨」의 웃음을!
『그렇지한…』
『내가 6백 「프랑」 손해 볼지 모르지만, 그건 아주 희소식이다! 두고 보게 뷔팔로, 그애들을 모두 구하게 될 걸세! 모두! 그애들은 용사들이야!』
(「까이드」라고 하는) 메를르랭을 위해서 위험을 무릅쓰고 방법을 찾아낸 것은 마미였다. 그 여자는 그를 오라고 해서 앉히고는 언제나 약간 슬픈듯한 그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이제는 나갈 수가 없기 때문에 창문으로 해서 너를 살펴보는데 네가 여기 아이들 중에서 제일 크고 아마 제일 힘이 세다는 걸 알 수 있다. 너는 작은 아이들에게 많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고 그애들은 네 말을 잘 듣는 것 같다. (아암 그렇고 말고! 그는 하루종일 그 손녀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공작을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너를 믿고 일을 한가지 부탁하려고 생각했다. 삐에르야…(그는 펄쩍 놀랐다. 그의 부모를 빼놓고는 아무도 그를 이렇게 부르지 않았던 것이다…) 너도 보다시피 나는 오래잖아 얘기를 낳게된다. 그렇지만 벌써 아이가 하나 있단다. 띠에리라고, 네살까지다…』
『한번도 못봣어요』
「까이드」는 투덜거렸다.
『옳아! 네가 그애를 한번도 못본건 내가 이전처럼 그애를 데리고 다니지 못하고 다른 아이들하고 놀리지도 못하게 돼서 그런거다…그런데 그애는 밖에 나가 놀고 움직이고 할 필요가 있단 말이다. 알겠니? 그래서 네게 청하는 건데… 그렇지만 물론, 그게 귀찮다거나 어렵다거나… 혹은 또』
그리고는 목소리를 낮추어 덧붙였다.
『우스꼬아스럽게 생각이 된다든지 하면 거절해도 괜찮다. 내가 네게 청하는건 노는 시간에 띠에리를 좀 돌봐 달라는거다…』
『내가요?』
『네가 제일 크고 또 너는 확실히 믿을 수가 있으니까 말이다…』
그 여자는 그 투박한 손과 창백한 가죽이 씌워진 죽은 사람의 머리 같은 그머리통, 그리고 황폐한 밭에 나있는 백토(白土)길과 같은 짧게 깎은 머리속에 들여다 보이는 그 흰 흉터를 보고 있었다. 마미는 그것을 보두 보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띠에리가 말을 들었으면 좋겠는데…』하고 생각했다. 「까이드」가 수락하는 데 대해서는 잠시도 의심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빌어먹을!』
메를르랭은 층대의 매층을 내려올때마다 외었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다른 자식들이 숟갈집을 벌리고 날 유모 취급을 할거야… 물론 거절할 수는 있어 …그렇지만 그건 창피한 짓이야. 그 여자가 날 믿고, 또 그 아들을 보호하는 데는 물론 내가 제일 장사지! …그렇지만 그애를 어떻게 데리구 논다…? 그렇잖으면 애들을 전부 참가시켜 가지고 선수권전 같은 걸 만들어 놓고 나는 멀리서 감시만 한다? …마르끄가 몹시도 재미있어 할거야! …판사한테 편지해서 딴 영창으로 보내 달라고 할까? 좋아! 그렇지만 그애를 누가 밖에 데리고 나올거야? 이름이 뭐랬더라? -띠에리! …이런 구실로 그애가 썩을 이유는 없지… 아! 빌어먹을! 빌어먹을!…』
띠에리는 썩지 않았다. 이튿날부터 소년들은 「떼르느레」의 말썽꾸러기, 공장의 「까이드」, 학생들의 폭군이 「센타」의 「마스코트」를 아장데리고 다니는 것을 보고 눈이 둥그래졌다.
마치 한 육신이 그의 영혼을 풀어놓고 데리고 다니는 것 같았다. …볼그레한 조그만 손이 회색 낙지의 발에 붙잡힌 것 같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띠에리는 그의 허수아비를 보고 웃으며 안아 달라고 조르고 몸을 무겁게 내리앉히며 귀에다 대고 노래를 가르쳐 주었다. 「까이드」는 그 조그만 목소리와 맑은 입김과 예기치 않은 질문들에 취미가 붙어가는 것을 때닫고 당황했다.
그렇다! 그는 갑자기 욕과 허풍과 나쁜 짓이 싫어졌다. 조약돌 가운데 섞인 조약돌처럼 무겁고 고립되어 사는 것이 싫어졌다! 참말이지 실증이 났다.
그래도 그는 역시 두목이었다. 그는 좋은일에건 그른일에건 명령할 필요를 느꼈다.
그래서 띠에리를 중심으로 조용한 한놀음을 명령조로 조직했다.
꼬마들은 모두가 저기 한몫 끼려고 했다.
「츄잉검」을 주고 어린애를 데리고 다닐 특별한 차례를 샀다.
「이빨이」 학습감독으로 쓰던 큰 아이들은 마미에게 가서 불평을 느러놓았다.
『아니 그래, 자기를 이제 믿을 수가 없게 되었단 말인가? 없게 되었단 말인가? 마미는 그래 자기들 보다도 맨 나중에 온, 저 키큰 깡패를 더 낫게 여긴단 말인가?』
마미편에서는 또 그들에게 길잃은 양 이야기를 설명해 주었다.
그러나 그것은 충실한 양들이 달갑지 않게 받아들이는 이야기였다.
그들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야 물론이지오… 그렇구 말구요.』
마미는 그들에게 가냘픈 미소를 던져 주었고, 그들은 방을 나가며 기회가 오기만 하면 메를르랭의 아가리를 짓찧어놓겠다고 결심하는 것이었다…
「까이드」의 고운 마음씨는 한 일주일동안 계속되었다. 그러나 친절을 보여준 이 일주일이 지난 뒤에도 그는 지난 날의 습관과 이전에 괴롭히던 희생을 다시 찾아내지 못했다. 포학은 부셔지고 굴종도 분쇄된 것이었다.
「이빨」 이 이긴 것이다.
올라프도 끌레망쏘의 야채밭에서 그의 낙원을 다시는 찾아내지 못했다. 거기있는 모든 것이 전과 다름없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 무서운 일요일부터는 아무것도 같은 것이 없었다. 올라프는 그의 이전 할아버지를 힐끔 힐끔 살펴보았다. 뻣뻣한 그의 다리, 손등에 솟은 검버섯, 이마에 나타나는 핏줄 - 늙은이었다! 어떤 주일날 한잔 술 때문에 나를 배반한 늙은이를 어떻게 믿을 수가 있겠는가? 알랭 로베르한테서도 알 수 없던 그의 『잘 있어』에 대한 아무 설명도 듣지 못했었다. 이튿날 물어보기는 했었다. 그의 패짝의 얼굴이 험상궂어지고 잔뜩 흐린 눈은 벼락을 뿜어냈었다.
『또 한번 그 소릴 했단 봐라, 올라프, 또 한번 그 소릴했단봐!…』
쥐새끼는 달아났었다.
그렇다. 알랭 로베르는 누가 그 소리를 해줄 필요가 없었다. 끊임없이 그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는 새 화보 두벌을 받았고 그 대봉을 지갑 속에 챙겨 두었다.
그것이 (조그만 향수병하고) 그의 유일한 재산이었다. 그리고 그 지갑 속에는 열 한살 먹은 어린 소년의 가짜 이름과 무명의 주소가 적혀 있는 회색 종이로 만든 그대봉들 밖에 아무것도 든 것이 없었다. 그 소년은 세상에서 절대적으로 혼자이며 그것은 그의 보물이었다. 그는 그 두가지 글씨를 외우고 있었다.
아버지의 글씨와 어머니의 글씨. 눈을 감으면 그는 그 글씨들을 마음대로 똑똑히 다시 볼 수가 있었다. 마치 영화의 제목 모양으로. 교사 「도끼」는 그의 글씨가 변하는 것을 알아챘다.
『거 참… 이상하다! 본을 뜬 글씨 같은데!』
물론 그렇다. 그의 아버지의 글씨였다! 그리고 소년은 자기에게 알맞는 새 「싸인」을 연구하고 있었다… 주일이면, 그는 아무 면회도 바라지 않기로 다짐하고 더 확실히 하기 위해서 기아 보호소의 다른 소년들과 함께 수풀로 가는 것이었다. 일주일의 다른 날에는 우편물 오는 시간만 빼고는 무슨 일이 있어도 기아보호소의 아이들은 「떼르느레」의 소년들과 떨어지진 않았다.
그러나 사람들이 잔인해서 그렇든지 경솔해서 그렇든지 주의 날이 기아보호소의 아이들에게는 고통과 고민의 날이 되었다. 오래동안 그들은 이 불쾌함을 그 날이 되면 욕질과 싸움 밖에 할 수가 없는 자신들에게도 돌렸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제의 패짝들과 자기 부모들과 부모들과 이야기를 하는 대장들과 세상 전체를 미워하기에 이르렀다!
아아! 「떼르느레」에 불이라도 질러 놓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들 성 없는 아이들, 버려진 아이들은 주일이면 함께 모여 버릇했다. 그들은 무겁고 찡그리고 앙칼진 마음을 안고 마치 병 밑에 가라앉은 찌꺼기 같이 한데 엉기었다. 그들은 참혹한 추억들을 주고받거나, 할 수도 없는 탈출계획을 골돌히 생각하며 조용히 숲속을 거닐었다. 「떼르느레」를 빠져나가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그러나 기아보호소라는 그 종이감옥을 어떻게 빠져나갈 수 있단 말인가? 잠자리표, 옷표, 차표 음식표… 그리고 간호부와 보모와 조수들의 투박한 손이 보살펴주지 않게 된다면, 알지 못하는 이 세상, 그들의 도움 없이 세워진 이 세상에서 누가 그들을 「맡아주겠는가?」 손뿐이고 흔히는 시선은 없는 것 - 이것이 그들의 유일한 추억이었다. 이와 아울러 푸른 「망또」 열쇠꾸러미, 패말, 흰 공동침실, 너무 긴 옷, 강남콩, 그리고 또 강남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