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장면 박사의 갑작스러운 서거에 대해서 충심으로 애도의 뜻을 표하여 마지 않는 바입니다. 그분은 정치가 · 외교가로서 뿐만 아니라 교육자로서 남기신 업적은 세인이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일이거니와 특별히 종교인으로서의 숭고한 정신은 길이 우리들 마음 속에 남아 우리를 항상 인도해주실 것으로 믿는 바입니다.

운석 선생은 정치가로서 정의의 정신에 입각하여 민주정치를 실제로 실천에 옮기시기에 노력했읍니다. 따라서 그분은 민주주의의 신봉자였읍니다.

부정 · 부패를 배격하고 부의에 꾸준히 항거해 왔읍니다. 선생이야말로 민주주의를 말없이 묵묵히 실천해온 분입니다.

운석 선생은 6·25 동란이 발발하자 당시 주미대사로 계시면서 「유엔」을 움직여서 「유엔」군을 한국전선으로 직각 참전케한 극적인 외교활동을 벌여온 위대한 「톱 클라스」의 외교관으로서 그 발자취는 청사에 빛날 것입니다. 외교가로서의 선생의 업적 가운데서 지어버릴 수 없는 것이 있으니 「빠리」에서 열렸던 제3차 「유엔」 총회에 한국 수석대표로 참석하시어 한국이 국제적 승인을 획득함으로써 대한민국의 국위릘 해외에 널리 선양했던 일을 들지 않을 수 없는 바입니다.

정치 외교면에서뿐만 아니라 선생은 교육자로서 반평생을 도의 교육과 후진양성에 바쳐왔읍니다.

4·19의거로 이나라의 민주주의가 소생되던때 집권하시어 민주주의의 개화를 위해 소신대로 일해 보시려고 힘써왔으나 5·16 혁명으로 말미암아 그뜻을 이루지 못했읍니다. 5·16후에는 국민으로부터 수임한 그 무거운 책임을 완수하지 못했던 일을 늘 후회하시면서 국민에게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미안한 생각을 언제든지 깊이 간직하고 있었음이 또한 사실입니다.

이것으로서 운석 선생의 인간됨을 넉넉히 짐작할 수가 있는 것이며 그의 인격에의 고매함에 다시금 탄복하지 않을 수 없읍니다.

물론 정치와는 손을 끊어셨지만 깊은 관심은 있었으되 다시 정계에 진출하실 의도는 추호도 없었읍니다. 다만 여생을 교회의 전교 사업에 전적으로 봉헌하기로 결심하셨을 뿐입니다.

선생은 정계에서 못이루신 것을 전교사업을 통하여 이루시고자 했읍니다. 그러기에 선생은 동지들은 물론 각계인사들에게 천주교에의 입교를 권유했던 것이며 그분이 직접 교훈으로 지도까지 하신 일이 있었읍니다. 병상에 계실때에도 항시 인간구령문제에만 저념하셨으빈다. 병석을 찾는 문병객들의 방문을 받으시면서도 늘 입교할 것을 권고하시는 것을 잊지 않으셨읍니다.

선생은 모든 것을 천주성의에 맡기시고 천주의 뜻대로 신앙을 문자 그대로 생활화하시기에 성공하셨읍니다.

선생은 병세가 악화돼가시는 것을 짐작하셨던지 모르지만 생에 대한 미련은 조금도 없다고 말씀하셨으며 오직 보속시간을 가지게 된 것을 다시없는 기쁨으로 생각하신다고 하여 진실한 신앙을 외치시기도 했읍니다. 선생은 남과의 관계 - 폐끼친 일, 섭섭했던 일들을 「보속의 시간」을 통하여 풀으셨다면서 만족하기까지 했읍니다.

선생은 개인적으로는 훌륭한 정치지도자였을 뿐만 아니라 신앙생활면에 있어서도 숭고한 지도자였음을 다시 상기할때 슬픔이 끊임없이 복받쳐 오를 따름입니다.

평신사도직을 그분만큼 실천하려고 애쓰신 분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훌륭하신 분을 잃으매 실로 애석하기 이를데 없읍니다. 그러나 천국에서의 재회를 천주님께 다시한번 바랄 뿐입니다. 선생이시여! 천주님 곁에서 평안히 잠드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