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잃은 개] (38) 16세 이하 관람금지 ③
발행일1966-06-19 [제523호, 4면]
처음에(역시 아무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는) 「떼르느레」의 고아들은 주일이면 기아보호소의 아이들과 어울렸었다. 그러나 이 아이들이 이내 그들을 쫓아버렸다. 그들은 그 추억을 들추어내는 것이 못마땅했건 것이다!
『난 우리 어머니가 매일 저녁…』
이러던가 또는
『우리 아버지는 성이 나면…』
하는 따위 소리. -
듣기 싫다! 듣기 싫어! 장례식 꽃관은 딴데 갖다 놓으란 말이다! 우리 아버지 어머니는 살아 있어! 알지도 못하고 어디 있는지도 모르지만, 살아 있단 말이다! 언젠가는 우릴 데리러 올거야! 그렇지 않으면 우리들이 아버지 어머니를 찾아내게 되든지! 그렇지만 제발 고아들은 그 샛빨간 눈하고 바랜 사진을 가지고 우리를 귀찮게 굴지 말란 말이다!…
사실에 있어서는 이들은 고아들이 부러웠다. 고아들은 집이 있었고 그들에게는 이 세상에 자리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들은 묘지에 가서 돌위에 새겨진 그들의 성을 볼 수가 있었다. …부모들을 잃은 것은 고아들의 탓은 아니었다! 아무도 그들에게 불운을 책하지는 못한다. 오히려 그들은 위함을 받고 동정을 받는다… 그런데 우리를 버리고 다시 만나려고도, 우리가 누구를 닮았는지 알아보려고도 하지 않는 부모들은 -
『아마 사랑을 받을 짓을 할 줄 몰랐거나 추했던 모양이지!』
그들은 자기들이 부모에 대해서는 자기들까리도 이야기하는 일이 없고 아무에게도 이야기 하는 일이 없었다. 각기 따로 떨어져서 가냘픈 궁월을 짓곤했다.
『난 말이지, 우리 아버지는 의사, 유명한 의사야. 그렇잖으면 내가 그렇게도 의무실에 가서 「에텔」 냄새 맡기를 좋아하지 않을거야…』
어떤 아이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 어머니는 말이지, 연극배우야. 선생님이 나보고 글 외우는 「소질」이 있다고 말이야. 그런데 이 소질을 누구에게서 받았겠느냐 말이야…』
- 또 다른 아이는 아침마다 납작한 코를 거울에 비추어 보며 혼자 뇌까렸다.
『우리 아버지는 틀림없이 권투선수야, 세계선수권자란 말이야!』
그래서 이들은 「스포츠」신문과 연예잡지를 몰래 빼내다가는 집어 삼킬듯 들여다보는 것이었다. 그들은 사진을 오렸다.
그들의 침대탁자 서랍에는 이런 사진이 가득차 있었다. 그리고 「이빨」의 연감에는 눈물 자국 같은 더러운 손가락 자국이 나 있었다. 왜냐하면 소년들은 그들과 같은 성을 찾아서 그 주소를 베끼기 때문이었다. 알랭 로베르는 「빠리」의 모든 로베르의 명단을 만들어 가지고 언제나 몸에 지니고 있었다. 그 명단을 외우기 시작하기까지 했었다. 로베르 A, 치과의사, 샹삐오레로 23번지, 로베르 A 부인 모자점, 삑뷔스대로 113번지, 로베스 A 미장원, 도방꾸르 광장 7번지… 그럴리가 없어! 너무 많아… 그것은 다행한 일이었다! 만일 연감에 로베르가 하나밖에 없었다면 그것은 「명백히」 그의 아버지였겠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되면 그는 이미 「떼르느레」에서 아머지를 기다릴 권리가 없을 것이다. 그곳을 하직하고 기차를 타고 그 다음에는 지하철을 타고, 몇째층인지를 물어 가지고 문앞에 가서 초인종을 눌러야 할 것이었다. 알랭 로베르가 이 「피치못할」 순간을 생각할 때에는 그의 가슴은 어떻게나 세차게 뛰는지 몸 전체에 그 고동소리가 울리는 것이 들리는 것 같았다.…
이와같이 기아보호소 아동들은 「떼르느레」의 처량한 숲속을 거닒 일요일마다 그들의 가냘픈 누각을 조금씩 더 높이 짓고 있었다. 차디찬 무인지경을 지나가는 까마귀의 꾸밈 없는 울음 소리만이 힌들어 놓는 검고 흰 그 겨울 속에 지는 수정도시를 말이다.
발길질 한번으로 그들의 유치한 궁궐을 무너뜨릴 수 있었고, 악의 있는 한마디로 그 유령부모의 군대를 흩어버릴 수가 있었다. 그렇게 하기로 나선 것이 메를르랭 삐애르였다.
마르끄가 이제는 자기에게 대항하고 알랭 로베르가 마르끄를 우러러 보기 때문에 「까이드」는 그 야성적인 소년을 미워했다. 어떤 화요일 저녁 「까이드」는 기아보호소의 아이들의 한떼가 교실 위풀밭에 동그랗게 둘러앉아서 점잖게 「우리 어머니의 눈」을 노래하고 있는 것과 부닥뜨렸다. 알랭 로베르가 끌레망쏘의 집 라디오에서 이 노래를 들어가지고 다른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었던 것이다.
『우리 엄마 눈은 내 애인 눈은, 우리 엄마 손은 내 애인 손은, 우리 엄마 맘은 내 애인 맘은 내게는 목숨보다 더 중해…』
그들은 이 노래를 열번 스무번 계속해서 마치 무슨 비밀이나 되는 것처럼 무슨 암호처럼 감격으로 갈라진 목소리로 아주 고그맣게 부르고 있었다…
매번 알랭 로베르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히 고였다…
『네 어머니 눈을 한번 보았으면 좋겠다!』
무지하게 큰 메를르랭 삐애르가 나무에 기대 서 있었다. 그들은 모두 일어났고 알랭 로베르는 「까이드」를 향해 나아갔다. 부르쥔 그의 주먹이 저고르소매 밖으로 보일까 말까 했다.
『그렇다, 네 어너미 눈이 어떻게 생겼나 한번 봤으면 좋겠단 말이다!』
큰 놈이 다시 말을 꺼냈다.
『너 무슨 수작하는거냐? 나도 다른 사람처럼 어머니가 있단 말이야!』
『자랑하지 마! 네 어머니가 너를 버린 걸 보면…』
『기아 보호소의 생활이 어떻다는 걸 몰랐기 때문에 그런 것 뿐이야!』
『그럴까?』
『어머니가 나를 … 놔둘(「버렸다」는 말은 하기가 싫었다) 수 밖에 없ㅇ은건 다른 사람들의 잘못이야!』
『네 아버지가 못돼서 그랬단 말이지…』
『우리 아버지가 여기 있었으면 네 아가리는 벌써 묵사발이 됐을거다!』
『네 아버지는 운동가니까 말이지!』
그리고 또 아마 억만장자기도 하지… 바보같은 자식, 네 아버지는 보잘것 없는 사람이야! 그렇지 않으면 네 아버지 얘기를 들었을게 아니냐?… 보잘것 없고, 이가 득실거리고, 궁짜가 들렸고! 얘, 네 아버지를 룸펜, 거지들 틈에 벌써 수십번 지나쳤는지도 모르지, 너도 룸펜들있는데서 왔으니까!』
『우리 아버지가 네 말을 들으면 배꼽을 잡을거란 말이다.』
(그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웃고 있었다.)
『그럼 그 「신사양반」이 왜 네 어머니를 버렸는지 설명 좀 해주겠니?』
『우리 아버지 어머니가 같이 살지는 않는다고 누가 그랬어?』
『그럼 그들이 왜 너를 버렸는지 설명해 주겠니? 왜 쓰레게 모양으로 쓰레기통에 다가 쳐넣었는지 말이다.』
이말은 소년 자신이 스스로를 괴롭히느라고 쓰는 표현 바로 그것이었다.
그는 대답을 했다 -
그러나 다른 소년들은 이미 그의 목소리를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건 내가 아버지 어머니에 비해서 너무 못생겼서, 너무 못되게 굴어서 그런거다… 그렇지만 네 아버지 어머지도 별로 자주 보지 못하겠던데!』
큰놈은 펄쩍 놀랐다.
그가 온 뒤로 아무 면회도 없었다… 알랭 로베르는 마침내 아픈데를 찾아냇으므로 악착같이 물고 늘어진다.
『네 아버지 어머니를 내놀 생각을 못하지! 아! 참 네 부모는 멋있을거다! 그들이 네게 도둑질을 가르쳐 주었지 아마?』
기아보호소의 다른 아이들도 속이 후련해서 아직은 무섭 무섭 되뇌인다.
『그래… 맞았어… 도둑질을… 더러운 도둑놈!… 우린 도둑놈하고는 상종할 필요가 없어…』
『그래 너희놈들은 그저 공기가 좋은 것 때문에 여기 갖다 뒀지, 응?』
「까이드」는 한발자국 물러나 그들을 차례 차례 쳐다보며 물었다.
『물론 너희들은 동그라미 받고 너희를 길러주는 기생서방들 집에서 못된 짓은 하나도 안했지?…(한대 맞았지! 그는 우세를 더 몰고 갔다) 너희들은 우리한테 비싸게 먹이니까 말이다! 돈을 안내면 너희를 맡을 사람이 없을거야!…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작자들 - 성도 없는 작자들… 「알랭 로베르」 거참 좋다, 야!… 둘중에 어느게 성인지 좀 일러주겠니?』
『이거다!』
소년은 이렇게 대답하며 큰놈의 면상을 주먹으로 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