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의 뜨거운 태양이 「쟝글」 너머로 조용히지기 시작하고 암흑이 깃들무렵 이름모를 곤충들의 울음소리는 순식간에 끊어지고, 밀림 속의 밤은 점점 깊어만 간다. 전투에 시달린 피곤함과 졸리운 눈을 비벼가면서 눈이 빠지도록 전방을 바라보며 오늘밤도 기습해 올지 모르는 「베트콩」을 막기위해 이따금 총과 수류탄을 만져보기도 한다.
하나 둘 떠오르는 별들은 열대지방의 이국적인 향기가 깃들고, 낭만적인 향수에 젖노라면 자연히 머리속에 떠오르는 어머님의 모습이 잊혀지질 않는다.
『성웅아! 너만은 꼭 살아 돌아와야 돼!』
잘싸워 돌아오기를 천주님께 매일 매일 기구들 줄테다 하신 어머님의 말씀이 지금도 머리에서 잊혀지질 않는다.
그러나 지금 열대지방 월남의 어느 밀림 속에서 나의 청춘을 바쳐가며 오늘밤도 포소리를 귀가 아프도록 들으며 「베트콩」과 총뿌리를 맞대고 있는 나자신이 어쩌면 허허한 광야에서 몸부림치는 만상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지나간 1966년 1월 1일 청룡제1호작전에서 월남 전투사상 최대의 작전이고 또한 수없이 쓰러진 「베트콩」들, 노획한 적의 각종 무기들, 피비린내 나는 전투 속에서 죽고 죽이고 그야말로 살과 살이 부닥치는 육박전은 나의 머리속에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천연색으로 된 크고 어마어마한 동굴에서 튀어나오는 적의 실탄들…
지형지물을 재빨리 이용하여 적의 실턴이 날아오는 방향을 관측하려고 고개를 들면 「따쿵」하면서 주위에 떨어지는 실탄들… 『김 상병, 김 상병 죽으면 안돼, 정신차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어 피를 흘리고 숨이 끊어진 후였다.
전우의 시체를 업고서 「헬리콥타」에 실어 주고 나는 김 상병이 영육을 위하 열심으로 천주님과 성모님께 기구드렸다.
오늘도 고국에 계씨는 여러교우단체에서 보내오는 「가톨릭시보」와 「경향잡지」 「문답책」을 들고 교우장병들에게 나누어주고 혼자 잠자리에 들면서 생각했다.
『왜 우리 청룡부대에는 신부님이 안계신가』고.
하루 빨리 신부님이 오셔서 파월교우장병들을 위해 일을 도우셨으면 하는 생각 간절하다. 고국소식만을 기다리는 장병들에게 또 하나의 기쁨이 있다.
며칠전 나의 앞으로 온 고국에 계씬 국민학교 중 · 고 · 대 각 남녀학생들의 위문편지가 무려 30,000여통이나 되었다.
나는 이 위문편지를 짊어지고 장병에게 나워줄 땐 나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이 솟았고 장병 역시 눈물을 흘리면서 보내준 위문편지를 뜯어 읽는 것을 보았다. 하루 빨리 자유가 돌아왔으면…
끝으로 매주 보내주시는 「가톨릭시보」, 여럭우님들의 건강과 각 교구단체에서 여러간행물을 보내주시는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이만 펜을 놓읍니다.
청룡부대 이성웅 상병(군우 151-501 청룡부대본부 군종참모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