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부장 - 죽는 마당엔 갱부장 아니라 사장을 준대도 반갑지 않다. 나도 이제 한번 큰소리 쳐볼 수 있단 말이야.
(사장 앞으로 닥아선다.)
너와 나는 지금 아무 계급도 차별도 없는 벌거벗은 인간이야. 서로 격식을 갖추지 않고도 얘기할 수 있단 말이야.
▲사장 - 갱부장 내가 내가 잘못했오.
▲갱부장 - 당신의 잘못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 광산에서 죽어간 모든 희생자에게 당신은 인간 이하의 위자료를 지급했구.
▲사장 - 갱부장 앞에 손을 내저으며 아! 고만, 고만
▲갱부장 - (곡괭이를 팽개치면서) 허지만 나는 당신을 미워할 수가 없었더. 천주님의 인자하신 말씀이 내 마음을 바로잡고 계셨어.
(털썩 주저앉으며)
하 - (한숨) 갱부장이 되어서 이젠 제대로 밥이라도 먹게 되나 했더니…
얘들아 애비마저 없어진 세상에서 장치 어떻게들 살라가겠니
(고개를 떨구며)
자식등! 장(長)자가 붙었다니까 좋아들 하더니…(운다)
<장면2>
同一한 坑內
지친 몸을 갱벽에 기대고 나란히 앉아 있는 갱부장과 사장.
▲사장 - (갱부장을 바라보며) 영감님 이대로 죽을 수가 없읍니다. 앞으로 해야할 일, 만나야 할 사람, 내 잘못을 빌어야 할 사람 행복하게 해줘야 할 자식들… 난 너무도 할 일이 많이 남아있는 사람이요.
▲갱부장 - (회중시계를 꺼내보며) 지금이 밤한시 …우리가 이렇게 된게 벌써 열시가이 지났구나- 흥- (웃으며 회중시계를 어루만진다) 이 시계는 싸움터에서 죽은 아들 녀석이 미국에 가서 군사교육을 받고 오는 길에 사왔죠. 자식 전쟁이 끝나면 나를 편히 모시겠다구 하더니 먼저 가버렸으니(성호를 긋고 기구하기 시작한다) 육신은 땅에 돌아가매 썩고 썩어 벌레와 구더기의 몫이 될 것이니
▲사장 - (무릎을 꿇고) 난 여지껏 하느님을 믿어오지 않았읍니다 허지만 지금의 나는 오직 이지하고 싶고 믿어보구 싶은 것은 하느님 당신 뿐이요!
▲갱부장 - (기구커진다) 주를 사랑함으로 인하여 일심으로 전 허물을 통회하고 평생에 크고 작은 원구를 진정으로 용서하나이다.
▲사장 - (미친사람처럼 일어나면서) 아 보인다. 내 아들과 딸이 취잖은 애비가 죽었다구 춤을 추고 있다.
(사장이 눈이 된 카메라가 「트위스트」를 추며 돌아가는 남녀를 갱벽에 부각시킨다)
이놈들아 뭘하고 있는거냐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사장 쫓아간다. 사라지는 남녀, 미친 사람처럼 갱부장 앞에 앉는 사장.)
▲갱부장 - 우리 천주여 죄인이 죄가 중하여 드리는바 당치 못하나 네 불쌍히 여기심을 바라고 네 인자하심을 의지하여 비오니 나 드리는 것을 받아들이소서.
▲사장 - 정말 나는 죄를 많이 지은 사람이요 돈을 벌기 위해 남을 못살게 했구 가족과 자식들을 마음대로 내버려 두어 방종을 하게 했구 음란한 생활을 했구 …영감님 나는 하느님께서 용서를 하시지 않을꺼요.
▲갱부장 - 우리 죄를 용서하시며 우리를 지옥불에서 구하시고 영혼을 돌보시여 제일 버림받은 영혼을 돌보소서.
(社長 흐느껴운다)
姜文秀 作 · 姜遇文 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