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종교제는 예정대로 지난 5월 23일부터 3일간 원불교재단의 원광(圓光)대학 불교연구회 주최로 동대학에서 거행되었다. 『진리는 하나 세계도 하나 따라서 우리는 한가족』이라는 구호하에 열린 이번 종교제의 취지는 예비교역자들도 전세계적인 움직임에 외면하고 있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번 모임이 장차 각 종교의 지도자들이 될 예비교역자들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큰 뜻을 갖는다고 하겠다.
물론 그들은 예비교역자들이기 때문에 자기 종교의 교의와 가르침을 충분히 그대로 반영하였겠지만 이러한 대화를 통하여 기성인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고 또한 그것은 장차의종교인 대화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동국대학, 한국신학대학, 성균관대학, 천도교비생, 원광대학, 가톨릭대학에서 각 3명씩의 18명은 3일간 기거를 함께하며(우리부제들은 사정에 의하여 이리성당에 숙박) 시종 화기애애한 가운데 마음을 터놓고 대화하고 인간적으로 친숙할 수 있었다.
이번 종교제는 3부로 이루어졌었다.
제1부는 「청년종교인의 대화」로 「종교에 있어서하나의 세계는 가능한가」 「자기종교의 당면과제와 그 전망」이라는 두가지 주어진 연제에 대하여 각 대학에서 대표 두 사람이 40분간씩 발표하였다.
제2부는 「종교음악의 밤」으로 자기 종교음악 소개가 20분간씩 있었다.
제3부는 「청년종교인의 선결문제」라는 문제에 대한 좌담이 있었다.
당초 계획에는 없었지만 마지막으로 전주문화방송국에서 좌담과 자기 종교소개를 방송으로 하였다.
여기서는 제1부에 있은 제1연제에 관한 각 대표의 연제발표내용을 간단히 소개하고 필자 자신의 소감을 말하겠다. 발제강연은 원광대학 학장인 박(朴吉眞) 박사가 하였다.
박사는 『우주의 원리는 살려는 힘이고 이는 인간을 비롯한 만유의 공통』이라고 하고 쇼펜하우에를 인용하면서 『무생물, 생물, 인간은 하나의 원리로 궤어져 있다』고 강조하였다. 『만물은 같은 기운을 분여받고 있으므로 다 같고, 이는 기독교의 신의 무소부재(無所不在)와 같은 원리』라고 하고 『예수 · 공자 · 석가는 각각 다른 양식으로 이 원리를 터득하였기 때문에 종교가 다르게 되었고, 각자 자기종교를 따음은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을 먿는 것과 같다』는 점을 역설하였다.
계속하여 연제발표에 들어갔는데 제일 먼저 단상에 오른 성균관대학 대표는(儒敎) 『종교적 사고는 합리성에 근거한다』고 하고 『유교의 신은 인격적 신이 아니라 인도(人道)를 말한다』고 못을 박았다 그리고 「바티깐」 공의회를 인용하면서 『다양성을 전제하는 모든 종교의 일치 내지 이해』의 필요성을 말하였다. 『종교의 일치를 막는 것은 자기 신앙의 강조로 타종교를 배척하는 것이고… 「도그마」의 주장은 인간의 적이며 자기모순』이라고 하였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종교의 비종교화』 즉 「윤리적 종교』가 필요하다고 역설하였다.
두번째 연사는 필자였다. 본인은 절대가치, 종교적 가치를 부정하는 현대사조를 말하고 여기에 대처할 종교인의 사명과 종교인 단합의 필요성을 말했다. 그리고 「바티깐」 공의회를 통해 가톨릭은 온 세계와의 대화의 문을 열어놓았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다음에는 대화의 내용은 교리적인 문제에 앞서 공동인간, 자연법, 세계에의 책임 …등임을 말하고 결론적으로 가톨릭의 이러한 변화는 진티상대성이나 종교무차별론이 아님을 명백히 하고 자연종교의 단편적 진리를 존중하고 모든 종교를 존중한다고 강조했다.
세번째 연사는 원광대학 대표(월불교)였다. 연사는 『종교란 절대적 진리를 알고 그를 섬기는 것이고, 절대란 감싸주는 힘, 유통시키는 힘』이라고 하고 『각종파를 소급해 올라가면 한 수원지로 올라가며 이제까지의 모든 종교는 수원지를 찾지 않고 지류에만 머물러 있었다』고 통탄하였다.
『원은 우주의 근원』이며 이 안에 모든 것을, 한 집안, 한 군속, 한 일군으로 건설해야 하며 『교조의 절대시, 타종교의 배격』 사상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네번째가 동국대학(불교) 대표였는데, 연사는 모든 종교는 기도의 공통성을 가지고 있도 『명상생활 자체가 그대로 종교이며 종교가 따로 있지 않다』고 하고 『편견을 제거하고 믿음과 신념으로 하나의 세계를 만들 수 있다』고 하였다.
다섯번째가 천도교 대표였다
그는 『한국민의 지주(枝柱)가 될 수 있는 특수종교와 사상이 필요하다』고 하고 「바티깐」 공의회를 인용하여 『종교의 하나의 세계는 당위적 임무』라고 하고 천도교의 「동귀일철」 사상을 설명하였다 『모든 종교인의 사명은, 지상건국건설이라는 동일한 목적을 가지고 있고』 후세를 말하는 것은 교리자체가 그런 것이 아니라 『교역자들이 전교방안으로 잘못 해석하였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실예로써 『부자가 천국 가기가 낙타가 바늘구멍을 지나가기 보다 어렵다』는 것은 『부자가 남을 탄압하지 않으면 지상천국이 이루어진다는 뜻』이라고 설명하였다. 이러한 현실을 떠난 잘못된 해석으로 신자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고 종교박해를 자초하였다는 것이다 .
기독교는 역사의 흐름에서 필요에 의하여 신을 만들어 낸 것이라고 하며 초월자를 부정하고 『하느님은 우리 안에 내재하고 인간 발전에 기틀을 마련해 주는 협조의 신』이라고 강조하였다.
마지막으로 『당신들은 종교를 누구를 위하여 신봉하는가?』하고, 『자기도 살고 남도 살게 하는 기틀을 마련하는데 종교의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이 한국신학대학 대표였다.
그는 『종교인이나 비종교인들이나 동등한 운명하에서 현대에 처하고 있으며 따라서, 종교인들은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며, 하나의 세계의 필요성을 말한 그는 『그리스도는 역사적으로 나타난 구체적 신』임을 상기시켰다.
하나의 세계는 『사명의식 목적 의식 사랑과 친교, 봉사정신으로』이루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이상으로 제1연제 발표가 끝났다.
모든 연사들의 공통된 주장은 모든 종교가 하나의 세계로 뭉쳐야 한다는 것과 이것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이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해야 하며 또 노력해야 한다. 그 방법이 문제다. 이번 종교계에 참석하여 더욱 절실히 느낀 것은 크리스챤과 비크리스챤 사이에 종교관이나 신관, 인간관에 너무나 현저한 차이가 있다는 점이었다.
그들에게는 종교와 진리의 절대적 가치, 후세와 영혼을 전제로 하고 영혼구원을 제일 목적으로 하는 종교의 가치에 대해서 희미한 개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인격신(人格神)에 대한 개념을 갖지 못하고 있었다.
그뿐 아니라 종교적 진리를 제시하는데 현실과 이성보다 주관적이라고 할 수 있는 각(覺)을 중요시 한다. 어떻게 보면 그들의 전체 신학은 우리의 신비신학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그러나 여기의 중요한 차이점은 그들은 신의 「이니시아티브」를 인정하지 않고 신의 정극적 협력없이 어디까지나 자기의 노력으로 「각」에 도달하는 것 같다.
또 기도의 개념이 명백하지 못하다. 인격적인 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그들은 『수원지까지 올라가지 못하고 지류에 머물러 있는』 상태이다. 끝까지 올라가지 못했다. 그들은 진리는 하나라는 것은 너무나 잘알지만 어떠한 의미에서 하나인지 명백히 알아듣지 못하고 있다.
어떤 일반적인 넓고 포괄적인 진리안에 개체적인 모든 구체적 종교진리가 해소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상의 사실로 보아 우리에게는 더욱 광범위한 호교학(護敎學)이 요구된다고 본다.
진리의 전파, 올바른 진리를 가르칠 임무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철저한 한국종교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하나의 세계의 가능성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다 한 조상에서 나온 현제들이며, 같은 인간성을 갖고, 다 진리를 찾고 있고, 인간 이상의 어떤 존재를 인정한다는 점에서 일치한다 그들의 단편적 진리를 진리로 인정하고 인간적으로 친해질 수 있고 함께 손을 잡고 대(對)사회적인 문제에 힘을 합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함께 보여 대화함으로 서로를 이해한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대화에 임하는 우리에게는 굳은 신념이 있어야 한다. 연제발표에 나선 모든 대표들은 일률적으로 자기 종교 교리이 절대관을 반대하고 나왔다. 이러한 말을 하는 그들의 머리 속에는 가톨릭에 대한 반감이 들어있으리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그들의 이러한 사상은 반가톨릭적인 것만 아니라 자기 종교에 대해서도 갖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들에게는 하나의 절대적 신에 의한 하나의 교회 설립, 절대 신에 의한 유일무이한 납득되기 힘드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종교계에 참석했던 대표들과 우리와 담화를 나눈 이들은 모두가 우리의 신념에 놀라고 부러워하였었다.
심근섭(가톨릭大學 副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