祖國(조국) 언제나 나의 祖國(조국) - 南美行(남미행) 가톨릭移民國(이민국) 航海記(항해기) ⑫
航海中(항해중)의 오징어맛 天下一味(천하일미)
「넾툰」이 준 赤道通過證(적도통과증) 받고
발행일1966-06-26 [제524호, 8면]
【12월 10일】 날은 활짝 들어 바다는 밝은 청자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닷세동안의 시달림으로 이젠 제법 단련되어 웬만한 파도는 요람에서 흔들리고 있는 것처럼 기분이 좋다. 아무 「롤링」도 없이 배가 간다면 얼마나 싱거울까! 적도 근방인데 날씨는 의외로 선선하다.
「싱가폴」에서 떠온 「포푸링」으로 「원피스」도 해입고 누렇게 된 빨래들은 표백해 널고 아이들에겐 밤도 삶아주고 오징어도 구어준다. 오징어는 천하일미다. 다리하나만 얻어 먹으면 산해진미가 부럽지 않다. (다음오실분은 준비해 오셔요) 러시아 연인들도 원기를 회복한듯 수예가 한창이다. 이들은 「싱가폴」에서도 울긋불긋 유치하게 보이는 천을 사서 쓰고 있다. 더운데 왜 그 「나이롱」으로 동여 매는지 모르겠다. 미안한 말씀이지만 해적단 같다. 생할의 습성이란 무서운거다. 일본처녀들은 주로 「레스」 뜨기를 한다. 이등실의 중국부인은 굵은 털실로 옷을 짜고 있다. 독서하는 사람, 일등갑판의 「풀」에선 수영이 한창이다. 이쯤되면 모두 여행을 즐기는 사람같다. 오후에 각국 대표들이 모여 적도제(赤道祭) 대신으로 예능대회를 갖기로 했다한다. 16일경에 하기로 합의를 보아 선장에게 서면 제출만 있으면 된다 한다. 곧 성악, 기악, 무용, 운동, 각 부문에 출연할 사람을 선정했다.
아무렴 이때에 코리아를 인식시키지 않으면 언제하리. 선장으로부터 바다의 「넾튠」(NEPTUNE)이 보내준 적도통과증을 받았다. 「타이프」 용지에 신과 인어와 여러가지 고기와 해초가 그려있고 그 가운데 고전체로 각자의 이름이 씌어져 있다.
「넾튠」의 왕국을 지나는 명예로움과 「찌짜랭까」호의 모든 사람이 그 왕국의 일인이 되어 신의 축복을 받을 수 있다는 증명서다.
적도제 대신으로 개최될 장기놀이에 더욱 기대를 갖게된다.
【12월 11일】 러시아 아이들과 한국 아이들 사이에 싸움이 일어났다. 한국남자애 하나가 3등 A식당으로 내려가는데 소련 여자애가 막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남자애는 때려주겠다고 덤비고 대여섯명의 소련애들은 뭐라고 화가나서 떠들어대는 것이었다.
소련말도 모르고 그렇다고 아이들 싸움에 통역을 붙여 댈 수도 없는 일, 자세한 내막은 모르되 빽둘러 싸옇던 아이들은 돌아서며 『까불지마!』하고 기염을 토했다. 이일 아니고도 벌써 소년들간에 한번 가벼운 충돌이 있은 모양이다. 자리를 다 차지하고 있어서 좀 비켜달라고 했다가 그들이 좋지 않는 안색을 하자 한마디 했단다. 그리고 한국이 유도와 「레슬링」나라라고 뽐냈다나. 이럴때 떳떳이 서슴치 않고 조국을 어머니 처럼 불러 세울 수 있는 것은 얼마나 든든한 일이냐. 아이들 싸움을 권장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외국과의 접촉에서 조금도 뒤지지 않고 맞서서 한국을 치켜들 수 있는 모습이 대견스럽기만 하다.
【12월 12일(주일)】 2층 식당에서는 김회장님의 지도로 주일첨례까 시작되었다. 모두들 묵주를 들고 엄숙하게 기도문을 외웠다. 불란서인 중국 일본 2등객중에 교우들은 이 자리를 함께 하였다. 신교는 3등 B실에서 열심히 기도를 드린다. 『고국에 계신 부모님 그리고 형제들! 얼마나 보고싶은 이들인가! 모두들 주님이 맡아 보살펴주옵소서. 그리고 우리 단원 전체가 오직 하나가 되어 서로 돕고 사랑하는 생활을 이어가게 하소서』
10시부터 제일강좌, 11시부터 제2강좌, 한쪽 「테이블」에서는 어머니들이 부지런히 일한다. 다듬고 깎고 두드리고…어머니들 덕택으로 배탄후 처음으로 어제 저녁엔 꿀맛같은 매운탕을 먹을 수 있었다. 오늘도 또 얼마나 맛있는 것을 해주실까.
칠판에 내일 12시 「모리시아느」에 도착한다고 적혀있다. 얼머나 신나는 일이냐. 바다 저편 아득한 수평선을 지나면 땅이 있고 사람이 있단다. 한쪽에서 공부하는 사람이나, 일하는 사람이나 모두 유쾌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