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잃은 개] (39) 16세 이하 관람금지 ④
발행일1966-06-26 [제524호, 8면]
「까이드」는 비틀거렸다. 그는 자기 키의 반밖에 안되느니 상대가 자기를 공격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었다. 그러나 그보바도 의외인 것은 지금도 그애가 도망을 치지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 소년은 눈을 번쩍이고 입을 벙짓하니 벌리고 눈살을 찌푸리고 큰놈을 두번째 기습하기에는 자존심이 허락지 않아 수비 태세를 갖춘 채 거기 버티고 서있는 까닭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기아보호소의 다른 아이들이 대들었다. 「걸리바」 메를르랭은 포위당한 것을 보자 소리쳤다.
『고아로!…빠울로!…빨리!…』
『올라프 빨리 가서 다른 애들을 불러오너라!』
하고 알랭 로베르가 명령한다.
「다른 애들」이란 모두 「떼르느레」에 있는 기아보호소 소년들이라는 것을 올라파는 이내 알아듣는다.
『큰 쌈이 벌어지는구나!』
올라프는 애들을 부르러 가며 이런 생각을 한다. 그리고 이 생각에 그의 배가 자극을 받는다. 왜냐하면 그는 편싸움에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포켓 속에서 서로 부딪는 구슬소리는 마치 그의 가벼운 뼈가 서로 부딪는 것과도 같다…)
그러나 싸움 덕택에 참된 한 가족의 일원이 되기 때문에 올라프는 행복하다. 그의 뒤에서 메를르랭과 「불패」의 빠울로를 마구 펑펑 패주는 소리를 내는 그 가족의 일원…
『쌈, 큰 쌈!』
이렇게 생각하며 그는 달려가면서 성호를 긋는다.
그들은 아무 말없이 이를 악물고 싸운다. 매 때리는 둔중한 소리와 때리는 자들의 「아항」하는 소리와 맞는 아이들이 가끔 지르는 「아야」 소리 밖에는 들리지 않는다. 어두운데도 불구하고 양편에 이내 일종의 균형이 이루어졌다. 같은 키끼리, 같은 무게끼리 싸운다. 그렇지 않으면 조그만 놈들이 큰놈하나를 상대해서 싸우고 말라깽이 둘이 뚱뚱한 놈 하나와 달라붙었다 아가리를 짓찧고 명치를 쥐어 지른다. 각자가 본능적으로 상대편의 약점을 안다. 양편이 모두 이 싸움을 아주 오랫동안 기다렸고 매우 자주 바랐던 것이다! 밤중에 기아보호소 아이들이 때리는 것은 그들의 동료들이 아니고 주일날 왔던 면회인들, 식구 많은 집안을 때리는 것이다. 「떼르느레」의 담밖에서 자유로이 오가는 그리고 무엇보다도 성을 가진 모든 사람을 때려주는 것이다… 그들은 닥치는 대로 모든 사람을 때리며 한대 치면 한대 맞는 것을 아주 자연스러운 것으로 생각한다. 거기에는 습관이 되어있는 것이다.
또 이들과 맞서있는 「사법의 소년들」은 이 증인들, 순경에게 손목을 잡혀 본 일이 없고 잠을통을 잠근 문 뒤에서 몇시간이고 기다려 본 일도 판사앞에 머리를 숙인적도 없는 이작자들을 패는 것이다. 그들 자신이 당할까 무서워하는 불운의 고독한 이 망령들, 그들과 맞서서 단결한 이 외부인들을 때리는 것이다! 단결이 어떤 성질의 것이든, 주먹질로라도 부수어버린다는 것은 이 얼마나 가슴 후련한 일인가! 모두가 싸늘한 「떼르느레」의 밤하늘에서 「발미」와 「오스떼를릿츠」의 공기를 들이마신다….
한 소년만이 벼란간 진영을 바꾸었다.
마르끄였다. 그는 신이 나서 기아보호소 아이들을 치다가 「까이드」가 알랭 로베르를 마구 갈기는 것을 보았다.
『놔둬라! 넌 너무 세니까 편이 기운단 말이야!』
『잔소리 마, 야!』
『놔둬!』
『실컨 지꺼려라! 누가…』
『항!』… 그날잠의 두번째 예기치 않았던 주먹질이다. 「까이드」가 마르끄 쪽으로 분노를 터뜨리는 동안, 알랭 로베르는 해방이 되어 올라프를 구원하러 달려간다.
그건 그렇고 이제는 왜들 서로 패대는지 알 수 없게 되었다. 복수에 보복이 뒤따랐다 - 그러니 끝이 날리가 없다! 여러 떼가 마치 채통 소에 든 포도송이 같이 누가 누군지 구별할 수 없게 되어 가지고 땅에 딩군다. 그리고 이 밤 포도주 수의 시큼털털한 포도주가 입에서 코에서 흘러내린다. 떨어진 곳에 다친 아이들의 손수건이 빛나는 것이 보인다. 나무에 기대서서 한 그림자가 토하고 있다. 두 전사가 한 아이를 싸움터 밖으로 옮긴다. 적진 풀밭에 공처럼 굴려떨어진 아주 조그만 녀석이 소리 없이 운다. 큰놈 하나가 바른 다리, 그리고 왼 다리를 움직여보고 안심이 되어서 싸움판으로 되돌아간다. 침묵, 고요와 암흑, 피는 밤짗갈이다…
그러나 새로운 바람, 보미 못하던 그림자가 나타난다. 그중 기운 센 소년들보다도 더 힘이 세고 맨 마지막에 온 아이들보다도 더 팔팔한 그 누군지 모를 인물이 싸우는 아이들을 우악스럽게 갈라놓고 그들의 귀에 무엇인가 속삭이니, 그들은 그 자리에 굳어버린다.
이 거인은 교사 「도끼」다. 그리고 그의 마술가 같은 말은 『즉시 교실로 들어가 이 얼간마둥이 같은 놈들아!』였다. 그들은 아직도 때리고 싶어 근질근질한 주먹을 쥐고 갑자기 아파들어오는 몸을 이끌고 교실로 간다.
「도끼」는 교실 윗층 자기방에서 「바하」곡을 듣고 파이프담배를 피우며 조용히 「위마니떼 일요판」을 읽고 있었다. 그런데 밖에서 저 웅성거리는 소리가… 그가 음악을 멈추고, 창문을 여니, 말없이 싸우는 아이들이 어둠 속에서 차츰 차츰 나타나는 것이 보였다. 그는 포켓트에 파이프를 쑤셔박고 층계를 내려와 아이들 무더기속으로 뛰어들어 매를 여러 대 얻어맞고 닥치는대로 따귀 몇개만을 때렸다…
이제 싸움군들은 교실에 모여 눈부신 불빛에 눈을 깜박이며 무거워지고 자주빛으로 변한 손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하며 너덜거리는 소매, 찢어져 나간 단추구멍 따위로 바로잡을 수 없도록 엉망이 된 옷주제를 바로 잡으려고 해본다. 각자가 다른 아이들의 부워오른 얼굴을 보고는 자기도 꼭 같은 몰골을 하고 있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지 않고 그들을 불쌍하다고 생각하거나 고소해한다.
「도끼」가 희색, 흰, 빨강으로 짠 손수건으로 그 역시 알아볼 수 없게된 얼굴을 닦으며 맨 마지막으로 들어온다.
『앉아라들!…야아! 너희들 꼴 보기 좋다. 축하한다! …너희들이 모두 내일저녁 영화를 못보게 되지 않도록 하려고 「이빨」은 부르지 않았다! 그렇지만 참말이지… 그런데 왜 그렇게들 싸운거냐?
자아, 너희들이 그 걸상에 어떻게 끼리 끼리 모여 앉았는지 모기만 해도 왜 싸웠는지 넉넉히 알겠다! 기아보호소의 아이들은 모두 이쪽에 있구, 다른 애들은 그 맞은 편에 있구… 맞았지 안그러냐?』
『네.』
알랭 로베르는 그 다리만큼이나 후들후들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우리는 재판소하고는 아무 관계도 없단 말이예요!』
『우리는 또.』
「까이드」는 코를 들이마시며(코피가 나는 까닭이다) 대답한다.
『여느 사람들처럼 가족도 있고 성도 있단 말입니다! 그래 저자들 하고는…』
『닥쳐!』
「도끼」의 얼굴이 하도 딱딱해지고 그 다음에는 하도 침통해져서 소년들은 갑자기 모두 죄책을 느끼게 된다. 아아니! 저 괴짜 선생, 늘 웃기 잘하는 저 인디안 같은 사나이가… 아니다! 오늘밤에는 그가 투사로 말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