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一한 坑內.
<장면3> 자주 떨어지는 물방울, 지쳐쓰러져 있는 사장과 갱벽에 기대서 가쁜 숨을 쉬고 있는 갱부장.
▲사장 - 아, 추워 추워 난 허기가 져서 굶어 죽는다.
▲갱부장 - (벽에다 귀를 대본다) 2백 「피트」 지상에서 발굴작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바위 사이가 차츰 메워지구 산소는 적아지고 있오. 우리를 구해낼려면 앞으로 일주일 … 그 사이 우리는 추위와 산소부족으로 죽고말거요. 허지만 난 이제 마음 편히 천주님 품으로 갈 수 있게 됐오.
▲사장 - (벌뻘 떨며) 아- 아 추워 추어서
▲갱부장(작업복을 벗어 사장에게 입혀주며) 땀내가 날거요
▲사장- 아니 갱부장(옷을 다시 벗어줄려고 한다)
▲갱부장 - 난 땅굴속에서 이십여년 동안 습관이 되서 괜찮지만 사장님은
▲사장 - 사장이라 부르지 마시요. 영감님은 나보다 아는 것이 많구 인자하고 나이도 위인데 … 사회가 여기처럼 순수하다면 싸움도 시기도 없는 낙원이 될거요
▲갱부장 - (허리에 차고 있던 도시락을 꺼내주며) 보리밥입니다만 잡수시고 기운을 내십시요.
▲사장 - (도시락을 열고 먹으며) 우리가 이곳에 갇힌지 …얼마나 될까요
▲갱부장 - 이틀이 지났오
▲사장 - 조금도 쉬지않았군요
▲갱부장 - 여기는 냉장고인걸요
▲사장 - 이런 깡보리밥을 늘상 자시나요
▲갱부장 - 자식놈 뒤를 대자니 하는 수 없죠
▲사장 - (허기진 사람처럼 맛있게 먹으며) 영감님도 자십쇼
▲갱부장 - 난 굶기를 밥먹듯 하듯 살아온 사람이니까 괜찮소. 생전 그런 밥을 잡숴보지 않으셨을텐데
▲사장 - 영감님 그런 말씀 마십쇼. 하느님이 세상에 사람을 만드실 때 고기먹는 사람과 깡보리밥 먹는 사람 입을 따로 만들진 않았을테니까요.(도시락을 내어주는 사장 -)
자, 이것만
▲갱부장 - 아닙니다. (도시락 뚜껑으로 떨어지는 물방울을 받는다)
▲사장 - 정말 맛있게 먹었오. 세상에 이보다 더 맛있는 음식은 없을거요.
(갱부장 받은 물을 사장에게 주고 자기도 마신다)
▲사장 - 아침 그렇지요 난 아직 해야할 제일 중요한 일을 안해놨구려.
▲갱부장 - 무슨 일이요?
▲사장 - 오래 살 줄 알았지요. 그래서 내 많은 재산에 대한 유서 한장도 못써놨군요. 난 지금 유산 분배를 해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후처가 차지하구 자식들에겐 주지않을거요. 그동안 난 자식들에겐 너무 무관심했었오.
(윗 호주머니를 뒤진다)
옳지 여기 색연필이 있군. 그런데 종이가 없군.
▲갱부장 - 내게도 없군요.
▲사장 - 이 「알미늄」 도시락에다 써야겠군. 영감도 남겨놓구 가실 유산을 정리하셔야죠?
▲갱부장 - (허탈상태의 갱부장) 난 유산이라곤 아무것도 없오. 남겨놓고 가는 것은 애미없이 마음조리며 길러온 칠남매뿐이죠.
(몽유병 환자처럼) 성호야 성순아 - 이놈 성태야 누가 너더러 나물 뜯어오래던? 그ㅡ저 공부 잘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거야
(갱벽에 환상으로 나타난 소년)
▲소년1 - 난 대통령이 될테야.
▲갱부장 - (웃으며) 그래, 그래 그놈 참(어린 소년2 또 나오며)
▲소년2 - 난 사장하구 대장.
▲갱부장 - 오냐, 오냐,
<계속>
姜文秀 作 · 姜遇文 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