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명의 부인들이 안방에 모여 앉아 녹쓸은 머리를 짜내며 회칙을 정하던게 엊그제 같은데 어언 3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이렇게 나이로 말하면 우리부녀회는 겨우 갓난아이를 면한 격이지만 그러나 우리의 사명은 너무나 큰것임을 두어깨에 항상 뿌듯이 느낀다.
시대의 변천이 눈부신 이때, 아무런 변화도 없이 낡은 시대가 가는가 하면 새 시대가 닥치고 그리하여 진지한 노력도 발전도 없이 제자리에만 엉거주춤해 있다면 후일 자손들이 무능무위한 이 선배들을 뭐라고 원망할 것인가? 그렇다면 우리들에게 주어진 사명이란 어떤 것인가? 인구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우리 부녀들이 좀더 시야를 넓혀 보다 능동적 신앙생활자세가 절실히 요구되는 이때, 협조와 봉사정신 즉 영원한 건설을 위한 사랑의 정신으로 무장하고 온갖 노력과 희생을 짊어져야 할 것이며 이렇게 함으로써 참된 삶의 모습이 나타나지 않을까?
우리는 항상 타인에게서 새로운 것을 받아 그것을 또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 주는 동안 우리 스스로가 자라며 발전하는 것이다. 우리 부녀회야 말로 흩어졌던 구슬들을 꿰어 구슬의 참다운 구실을 시킨다고 나는 말하고 싶다. 이 모임을 통해서 우리는 올바른 믿음으로 복음을 생활화함으로써 우리의 가정 · 사회 · 나라를 성화시킴이 천주님의 뜻을 받드는 걸로 생각한다.
여성의 손길이 세계를 흔든다는 말도 있듯, 우리 여성들의 부드러운 손길없이 사회정화가 이루어질 수 없으며 여성의 유일한 재산인 사랑 없이 올바른 국민성을 바랄 수 있을까? 우리 가정은 천주께서 이룩하신 복음자리 즉 사랑으로 이루어진 작은 사회이다. 가정의 평화가 사회의 평화, 나아가서는 국가의 평화, 세계의 평화가 되는 것이다. 나무가 클수록 뿌리가 건전해야 하듯 우리 주부들이 자라나는 후손들의 튼튼한 뿌리가 되려면 새것을 받아들일 줄 알며 노폐된 것을 벌리줄 알아야 할 것이다.
세계는 바야흐로 좁아져, 인류는 한배를 탄 승객처럼 공동운명을 지니게 되었다. 나혼자만이 살 수 있는 나만의 세계가 있지 않고 서로 주고 받는 우리들의 세상이다. 남의 불행이 어찌 나와 아무상관어 없으며 붉은 담안의 죄수들이 어찌 그들 단독의 책임뿐이겠는가? 밤하늘에 빛나는 무수한 별들도 작고, 크고, 멀고, 가까움이 다르나 한 하늘에서 한빛을 받아 빛나듯, 우리들도 피부, 언어, 종교가 다르나 한 지구 위에서 운명을 같이한 한 천주의 자녀들이다.
나는 이런 일을 보았다. 우리 회원중 한 분이 장부께서 중병이 들어 눕게 되었다.
병원측에서도 거의 가망이 없다하니 이 부인의 암담한 심정을 무엇으로 표현하며 무엇으로 위로하랴? 그 지성스런 간호는 말할 것 없고 모든 생활을 기구화하며 완전히 천주께 의탁했다. 그런데도 어떤땐 정신을 가다듬지 못하고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는 것이었다.
이 정경을 본 우리회원은 위로와 격려는 말할 것도 없고 약을 구해준다. 「루르드」 성수를 구한다 등 천주께 눈물로써 그분의 회복을 간구하던중 기적과 같이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나날이 회복되어 지금은 주일미사에도 같이 참예하게 되었다. 이를 본 회원들의 기쁨 또한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나는 이런 사실을 볼 때 천주님의 호흡을 느낄 수가 있고 그의 음성을 들을 수가 있다. 우리 회원들이야 말로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주의 은총의 단비를 담뿍 받는 싱싱한 꽃밭을 연상한다. 서로 믿고 아낄 수 있는 우정에 찬 세상이 곧 천국이며 서로 헐뜯고 친구없는 세계가 곧 지옥이 아닐까? 비록 물질적으로 가난하나 이 나라에 참 우정의 풍년이 든다면 우리는 다른 나라를 부러워할 바 없을 것이다. 나를 위하여가 너를 위하는가 하는 좁다란 평면적인 사고를 버리고 이런 모임에 될 수 있는 한 참가하여 주어진 환경과 위치에서 건실하고 참된 신앙교육을 받아 우리 주부들의 손으로 복지사회를 건설하자는 것이다.
우리는 과거를 등에지고 있듯 장래에도 자자손손 「바통」을 넘겨줄 역사의 책임자다.
그렇다고 이즘 흔히 사회의 지탄을 받는 치맛바람을 날리자는 것이니다. 또한 남성들의 일을 대치하자는 것도 아닏.ㅏ
여성의 천부적인 자질을 향상시켜 우리자신이 가정을 잘 섬기고 슬기로운 자녀 교육과 범사에 감사하는 생활과 교회의 주춧돌이 될 수 있는 알뜰한 대한가톨릭여성이 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들에게 반드시 축복이 따르고 우주교회의 호흡에 따라 우리도 복음전파사명에 발맞춰 나가게 될 것이다.
金 안젤라(가톨릭부녀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