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잃은 개] (40) 16세 이하 관람금지 ⑤
발행일1966-07-03 [제525호, 4면]
「도끼」는 말을 다시 잇는다.
『너희들은 그래 언제까지나 그 모양일거란 말이냐? 도대체 너희들은 따로따로 떨어져서는 불쌍한 아이들에 지나지 않고 모두 뭉치지 않고서는 곤란을 이겨나가지 못한다는 걸 알아듣지 못했단 말이냐? 그리구 너희들이 싸울 일이 있다면 서로 한패가 돼서 싸워야 한다는 것도 이해하지 못했느냐 말이다. 언젠가는 너희들의 비천한 처지에서 나가기 위해서, 너희들의 움막, 너희들의 가망에서 나가기 위해 싸와야 한다는 걸 말이다! 성이 있건 없건, 가족이 있건 없건 너희들은 이미 등록번호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너희들의 자리는 벌써 너희들이 사회보험의 번호, 기계의 종, 보잘것 없는 인부에 지나지 않는 세계에 새겨져 있는거다! 「영창」이란 말은 감옥과 공장 두가지를 다 가리키는 것이다! 노동자의 아들인 순경이 노동자들을 갈기고… 행랑 어멈이 그 더러운 방에서 더러운 방에 세든 사람들을 못살게 굴고 가난해 빠진 흰 「칼러」단 수마원이 가난해 빠진 「캡」쓴 작자를 무시하고 무서워하고… 아하! 그가 상대자하고 싸울 수 있다면!…구멍가게 주인이 노동자를 등쳐먹고 노동자는 북아프리카인을 창피주고… 세상은 이런거다. 어디를 가나 하인들을 모집하러 오는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가난뱅이가 가난뱅이를 해댄다! …적어도 여기서는 불싸아고 불운한 아이들이 서로 마음이 맞을거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늑대들은 서로 잡아먹는다 -그러나 양들은 어떠냐? …그런데 그게 아니야!
너희들은 서로 갈라서고 서로 싸울 이유를 찾아야 한단 말이다! 우리가 각 동에 학생들과 견습공, 작은 애들과 큰 애들을 섞어 놓은 건 너희들에게 보호하고 이해하는 습관을 길러주려고 일부러 한거다… 그러나 너희들은 다른 것을 발견해 냈어, 범죄자 대 기아보호소 아동! …내일은 아버지 없는 고아들이 어머니 없는 고아들을 때리고, 금발이 밤색머리들을 멱을 딸거다!…웃을 일이 아니야!…어디엔가 즉 사람이 있으면 싸우든가 그렇지 않으면 제3자와 대항해서 동맹을 해야 된다. 같은 병실에 있는 환자들, 같은 감방에 있는 죄수들은 간수나 간호원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 서로 짓밟을거다. 나도 그건 잘 안다…
그러나 너희들은, 너희들은!…도대체 너희들도 어른들처럼 어리석고 어른들처럼 비겁하단 말이냐?…
「네 대장님!… 고맙습니다. 대장님…」
난 너희들이 「네 대장님!」 소리 좀 덜 하고 좀 더 우애가 있었으면 더 좋겠다! 대관절 너희들은 공범 밖에 도리 수가 없고 동무들이 될 수는 없단 말이냐?…』
(밖에서 저녁식사 종소리가 울린다. 숙였던 머리들이 모두 쳐들어지며 깨닫지 못할 정도로 문쪽으로 돌려진다…)
「도끼」는 울리지 않는 목소리로 말을 다시 잇는다.
『그래, 시간이 됐다. 그러니 가서 짐승들처럼 먹기나 하고 그다음에는 자기나 해라. 너희들은 짐승 같이 행동하니 말이다! 너희들을 자유인을 만들 희망이 없으니 말이다!…아아! 오늘 저녁은』
이 말은 자기 자신에게 들리려고 덧붙이는 것 같다.
『우리가 아무 소용에도 닿지 않는다는 걸 잘 알겠다… 아무도 아무 소용에 닿지 않는다는걸… 아무 소용에도 말이야… 가라들!』
소년들은 뇌우가 그들의 머리 위를 지나가 마침애 다른 곳에 떨어졌다는 것 밖에는 별로 깨달은 것이 없었다. 아니야, 이것은 다른 때 하던 꾸지람과 같은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중 바보녀석들은 그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도끼」는 참으로 가슴이 아픈 것 같다. 무슨 말을 하던가 무슨 일을 하던가 해야겟다. 가령 맞은 편에 있는 자식들에게 가서 악수를 한다던가. 알랭 로베르는 잠시 그런 생각을 해본다… 글쎄 그럼 위신은 어떻게 되고 진짜야. 제일 많이 얻어맞아서 몹시 부어오른 아이들을 빼고는 모두가 종소리가 난 뒤로부터 걸구 같은 식욕을 느낀다. 그러나 그들은 문쪽으로 천천히 걸아가야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역시 위신문제다!… 각자가 피가 말라 붙은 코, 늙은 여배우같은 눈, 너덜너덜해진 곳 따위에 대해서 하지 않으면 안될 믿지 못할 절명을 준비하고 있다.
미자막 소년이 나가자 가슴이 찌르르한 「도끼」는 포켓트에 손을 넣고 손에 익은 위안품을 찾는다. 그러나 싸움판 위에 그가 차아낸 것은 악살이 된 그 평화의 담뱃대 부스러기 뿐이었다.
침실마다 벌을 받았거나 몸이 아프거나 해서 「정글의 구세주 타아잔」 상영을 구경하러 가지 못하는 소년이 여럿 있었고 누군가가 그들을 지켜야만 했다. 제3동에서는 프랑쏘아즈 여대장이 나섰다. 그것을 보고 마르끄는 가슴이 아팠다
『타아잔을 못보다니! 영화구경을 못하다니!…』
『프랑… 어… 여대장님, 내가 남아 있겠어요… 그리고 한놈이라고 움직이기만 하면 묵사발을 만들어 놓겠어요!』
『이렇게 하는 목적은 그게 아니다.』
프랑쏘아즈는 애써 웃지 않으며 대답했다.
『가서 타아잔 구경해라, 마르끄야!』
그러나 알랭 로베르는 그 여자를 외딴데로 끌고 가서 여전히 점잖게 말했다.
『여대장님,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요. 나더러 억지로 영화구경을 가라고는 못하겠지요?』
『그래, 그런데 왜 그러니?』
『난 여대장님하고 같이 있을래요.』
프랑쏘아즈는
『그애를 다른 애들보다 더 예뻐하지 말아요!…그리고 당신을 너무따르게 버려 두지도 말아요!』 하던 끌레랑 의사의 충고가 생각났다.
소년에게 말해줄 기회가 오지 않았던가?
『이거 봐라, 너는 영화구경 가라… 쉬! 내가 너한테 청하는거야! 그리고 한권 끝난 다음에 심심하거든 돌아오렴!』
「떼르느레」에서 쓸 수 있는 의자란 의자는 모두 제일 넓은 식당에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소년들의 몸집도 가지가지요 제복도 가지가지였다. 예비역장교들의 연회라고도 할 수 있을 지경이었다.
소년들이 제일 좋은 자리라고 생각하고 와아 하고 몰려드는 바람에 맨앞줄에 있는 의자 여남은개가 쓰러졌다. 「필름」을 도로 가져가고 말겠다고 여러번 위협하고 나서 「이빨」은 다시 조용해지게 할 수 있는 유일한 결정을 내렸으니, 상영을 시작한 것이 그것이었다. 소년들은 에집트의 조각들 모양으로 손을 짝 펴서 무릎에 올려놓고 「스크린」을 쳐다보며 꼼짝 않고 있었다. 대부분의 소년은 자유로운 몸으로 있을 적에 영화를 실컷 보았었다 일주일에 세번 내지 열한번이나…
아무 장식도 없는 이 방, 그렇게도 가까운 그 영사막에서 신경을 자극하는 영사기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소년들은 그들의 몽에 익은 독약을 되찾으며 가벼운 환멸을 느꼈다.
독한 술 대신 약한 과실즙을 이따금씩 한잔 밖에 얻어 마시지 못하는 술군들과 같았다. 이렇게 어쩌다 상영하는 것은 해독치료법의 일부이었다.… 그러나 올라프 같은 어떤 아이들은 생전 처음으로 영화 구경을 하는 터이라 깜짝 놀라 꼼짝않고 있었다.
『움직이고 이야기하는 사진 같은 것이라』는 말을 들었었다. 그러나 결코 그런 것이 아니었다.
진짜 나무요 진짜 짐승들이었다… 타아잔이 그에게도 오다가 갑자기 왼편으로 돌았다. 그래서 올라프는 빨리 타아잔처럼 부엌쪽을 보았다.
그쪽에서 코끼리 한마리가 오고 있었다… 타아잔은 칡넝쿨끝에 매달려 그네를 뛰고 있었다…그렇게 세게 뛰지 말아요! 타아잔은 식당 벽에 부딪혀 악살이 될 참이었다!… 영차! 타아잔이 늪에 뛰어들었다- 올라프는 물벼락을 맞지 않으려고 두발을 들어올렸다!… 자아 아때! 수풀 속에서 호랑이 두마리가 나오고 있었다. 아니, 세 마리! 네마리다! 제발… 맞았어! 그돌을이 올라프 쪽으로 머리를 돌리고 있었다! 그놈들이 『야, 이 팔 좀놔, 네 손톱이 아프구나!』
옆에 앉은 알랭 로베르가 속삭였다.
그림들이 술렁거리고 번개 여러 줄기가 영사막을 가로질렀다. 올라프는 태풍이 불고 지진이 일어나는 줄 알았는데 그것은 다만 「제일부의 끝」이었다.
불이 다시 켜졌다. 여느때는 그렇게도 흐릿하던 것이 오늘 저녁은 눈이 부신 빛이었다. 소년들은 기지개를 켰다. 「기만해」는 의자 밑에서 제 「츄잉검」을 다시 찾아냈다.
「비로드」는 하모니카를 꺼내 가만히 불고 있었고 「레이다」는 시초부터 벌리고 있어서 바싹 말라붙은 입을 마침내 다물었다. 마르끄는 토론에 한몫 끼어들었다.
『괜찮은데… 별거 아니야!…「뉴욕」에 나타난 타아잔을 보지 못했으니까 그렇지! 두고봐 야만족이 타아잔을 포로로 잡을테니!…』
그러나 올라프는 눈을 둥그렇게 뜨고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런 다음 눈을 완전히 감고 얼굴을 양손에 파묻고 영화가 다시 시작될 때까지 그의 어둠 속의 영화에 비추어 볼 영상을 기억력을 더듬으며 열심으로 찾았다.
그는 「이빨」이! 『안아! 어! 진짜, 앉으란 말이야!』
둘째권을 돌리려고 마침내 불을 껐을 적에 여러 아이들과 같이 나간 알랭 로베르가 자기 곁에 와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 차리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