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라파 겉 핥기 錄(록) (1)
나그네 눈길엔 상주자에겐 대수롭지 않은 것이 놀랍게 보여
「뮨헨」을 「모나코」라고만 하는 이태리 사람
「베드루」 대성당 출입금지…소매없는 옷차림
이태리 경관들은 모두가 뚱뚱보들만
8월 「로마」는 한증막 하오는 계엄령?
3·4층 높이의 조각에서 분수 솟고
발행일1965-08-15 [제483호, 3면]
작년에 연재했던 「미국 겉 핥기록」에 이어 「구라파 겉 핥기록」을 써달라는 편집자의 이야기였다.
구라파 여행이 불과 3개월 동안에 이루어진 것이고 또 5년전의 일이되고 보니 쓰겠노라고 대답은 선뜻해 놓고도 걱정스럽기만 하다. 나의 구라파 기행에 대해서는 신문에(경향신문)에 연재했던 바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엔 그 짧은 구라파 여행 중에서 가톨릭적인 것에 중점을 두고 한번 추억을 더듬어 볼가 한다.
그야말로 수박 겉 햝기식으로 스쳐지나간 구라파의 나그네 길이었다. 이태리나 독일 같은 곳에서 몇해 동안 살던분들은 대수롭게도 생각지않는 것을 나는 놀랍게 생각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얼치기의 서울구경 같은 느낌이 없지 않다.
포도를 먹을때 씨까지 다 깨물어먹는 것을 보고 흉내를 내다가 밤새껏 거북해하던 일도 있었다. 「로마」에서 독일의 「뮨헨」으로 가는 비행기편을 알아보는데 자꾸 그 비행기회사의 직원들은 「모나코」가는 편만 설명해주는 것이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태리에서는 「뮨헨」을 「모나코」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그레이스케리가 왕비로 들어간 「모나코」 왕국만 「모나코」로 불리우는 줄 알았던 나는 그런줄도 모르고 자꾸 『아니 「모나코」말고 「뮨헨」말입니다』하고 되물었던 일도 있었다.
그야말로 가지가지 망신거리의 연속이었고 놀라움과 황홀의 연속선인 구라파 여행이었다. 아니, 때로는 유쾌했고 때로는 우울했고 또 즐거운 때도 있었고 쓸쓸한 때도 있었다. 그야말로 동기호테적인 구라파 여행이었다.
나는 내가 겪고, 보니 느끼고 들은것을 그대로 이자리에 옮겨놓아 보려한다.
■ 「로마」의 8월
8월로 접어들면 「로마」는 무섭게 더위를 탄다. 34도 35도의기온이 늙은 「로마」의 체중을 휘감으면 「로마」의 활동이 멈칫하는 듯 했다.
점심시간, 그러니까 1시부터 3시까지는 점심시간에 낮잠자는 시간까지 가산되어 있다는 이야기였다.
관청이고 개인회사고 간에 모두 문을 닫고 낮잠들을 자는 것이다. 길거리도 한산하다. 더위에 쫓기어사는 「로마」시민 같기만 했다. 이곳 교통순경은 예외없이 뚱뚱하다. 평소의 거동도 빠르지 못한 그들은 흰바가지 모자에 흰양복을 입고 있다.
그들도 8월의 무더운 오후가 되면 네거리에서 어슬렁 어슬렁 교통정리를 하며 땀씻는데 더욱 열중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휴일이나 평일 점심시간이나 할것 없이 명동이나 종로거리가 사람물결로 넘실거려진다. 그러나 이곳은 평일점심시간에 집안에서 휴식시간을 갖지않을 만큼 우둔한 사람이 별로 없다. 더우기 주일날은 국법으로 쉬게 되어있다.
가톨릭이 국교로 되어있으니 당연한 일일수밖에 없다. 그래 그런지 길거리는 한산하다. 「로마」의 주일날은 성당종소리로 엉킨다.
주택가는 마치 계엄령이 선포된때 같이 사람그림자를 찾기조차 힘들다.
이 8월의 더위를 누비고 다니는 사람은 나같이 「카메라」를 짊어지고 구경다니는 외국사람일 뿐이다.
30여도의 높은 온도와 맞싸우는 그 유명한 「로마」의 분수가 있다. 이 분수는 「로마」의 「수쿠타」와 함께 길거리의 명물이다. 네거리마다 분수고 골목마다 이 분수는 대리석 조각품에서 물이 흐른다.
흔히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그런 분수가 아니다. 3층집이나 4층집높이의 돌로깍은 조각예술품에서 물이 내뿜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 분수가 더위에 허덕이고 있는 8월의 「로마」를 적셔주고 있는 것만 같았다.
최근대식 건물로 되어있는 「쟘피노」 공항에서 「로마」로 향하는 길에 로마제국시대 때의 유물인 수로가 눈에 뛴다. 옛날부터 물을 잘 다스린 나라다. 아니 더위를 잘 다스린 나란지도 모르겠다.
「바티깐」 대성당에는 8월 더위고 중복 더위고간에 아랑곳할 것 없이 언제나 참배자로 들끓고 있다. 그림에서 보던 그 「베드루」 대성당을 눈앞에 놓고 보게될때 그저 꿈처럼 황홀하기만 했다.
아름다운 고대군복을 입고있는 스위스 고용군대의 「바티깐」 수문장도 인상적이었다. 『오! 아가씨 소매없는 옷을 입고는 들어가지 못합니다.』 「베두루」 대성당에 들어가려는 아가씨종에 소매가 없는 옷을 입은 아가씨는 출입금지를 당하는 것이었다.
이곳 여성들도 대부분 여름철이면 소매없는 「원피스」도 입고 서늘한 차림의 옷을 잘 입는다.
그래도 이 대성당엘 들어갈 계획이 있으면 따로 덧저고리를 갖고 있거나 또는 남자들의 저고리를 빌려입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게 되어 있었다.
(필자=전「경향신문사」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