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죽어서 무덤에 묻힌 다음 며칠 후 그 시체가 썩지않고 다시 살아나서 하늘나라로 올라갔다고 한다면 모두 무슨 미친 소리냐고 코웃음을 칠 것이다. 어떤 사람은 이것을 무슨 신화나 전설로 돌릴 것이다. 그런데 가톨릭에서는 성모마리아가 이와같이 되었다고 그 초창기에서부터 주장해 왔다. 천주님의 특전으로 사람들 중에서 홀로 원죄없이 태어나신 성모는 구세주를 낳아주셨고 그 일생을 오로지 천주님의 성의를 따르는데 바치심으로써 인류구속사업의 첫 협조자 또는 공속자(公贖者)가 되셨다.
생명 그 자체이신 그리스도는 인류구속을 위해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신후 사흘만에 죄악과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시고 40일만에 승천하셨다.
이렇게 그분은 십자가를 통해 부활과 영생으로 이르는 참된 구원의 길을 인류에게 명시하셨다. 그리고 당신의 모친이시며 당신과 공동구속자가 되시고 전인류의 생명의 모친이신 성모마리아를 그 첫번째 「모델」로 삼아 그 불멸하고 조찰한 영혼이 아무 결함없는 육신과 결합하여 다시 살아나 끝없는 생명과 영광의 나라로 성천케하는 특은을 베푸신 것이다.
이것은 무슨 가설(假說) 신화도 아니요, 엄연한 그리스도교적 신앙진리인 것이다. 교황 비오 12세는 1950년 11월 1일 모든 성인의 축일에 성모몽소승천도리를 신조(信條)(믿어야할 도리)로 선포한 것이다.
그리스도를 신봉하는 자는 누구나 그가 아버지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믿고 그의 부활하심을 믿음으로써 그가 가르쳐주신 모든 진리와 행하신 기적이 참되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인류의 첫 조상이 범죄했을때 천주님은 인간이 이 죄의 벌로써 죽음을 당할 것을 선고하셨다.
『사람아! 너는 실상 먼지이므로 먼지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라!』고 하셨다.(창세기 3·19) 죽음은 그리스도께서 오시기전에 이미 존재하였다. 그는 바로 이 죽음을 이기시고 우리에게 생명을 다시 주시기 위해 오신 것이다. 『나는 저들이 생명을 얻고 또한 더욱 풍성히 얻기를 위하여 왔노라』고 하셨다.(요왕 10·10 만일 타락한 인간에게 『먼지로 돌아갈 것이다』라는 선고가 내려진 것이 사실이라면 구속된 자들에게 『나는, 즉 그리스도요, 천주인 나는 성부와 같고 저를 부활케 하리가』, 『영원히 살리라』 『내가 성부를 말미암아 사는 것 같이 나를 먹는 자는 나를 말미암아 살리라』(요왕 6·58)고 하신 말씀은 더욱 진실된 것이다.
그렇다면 원죄(原罪)가 없이 -태어나신 특전을 받으신 성모는 그 죄악의 벌인 죽음을 당하실리가 없었다. 그러나 인류구원을 위해 천주님이신 그리스도가 죽은신 것과 같이 성모마리아도 사람의 구원을 원해 죽으신 것이다. 그래서 그의 죽음은 보통 사람들의 죽음과 같지 않고 성 벨라도의 말씀대로 그리스도를 극진히 사랑하고 천국을 사모하는 열정으로 그 거룩한 영혼이 육신을 벗어나신 것이다.
또한 성모님은 그리스도께서 당신권능으로 부활 승천하신 것과 같이 죽은신 후 그 육신이 썩지않고 더욱 아름답고 찬란하게 변하고 그 영혼과 함께 천국에 올림을 받으신 것이다. 가톨릭에서는 이 영광스러운 성모몽소승천교리를 매년 8월 15일에 큰 축일로 기념하는 것이다.
현대 모든 종교는 불교이건 기독교이건 내세(來世), 즉 천당이나 극락이 있다는 것을 믿는 점에 일치하고 있다. 사람이 죽은 다음에 완전히 허무로 돌아간다고 주장하는 무신론자나 유물론자(唯物論者)를 제외하고는 모든 사람들이 죽은 사람의 영혼이나 혼(魂)이 좋은 곳에 간다고 생각하거나 적어도 그렇케 희망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위령(慰靈)이니 초혼(招魂)이니 귀천(歸天)이니 하는 말을 쓰고 있는 지도 모른다. 종교를 가졌건 안가졌건 사람은 누구나 죽은 후에 어찌될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과연 우리가 죽은 다음 어떻게 될 것인가?
허무로 돌아갈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영생이나 혹은 영벌(永罰)로 갈 것인가? 이 문제야말로 우리인간의 최고최대의 중대사가 아닐 수 없다.
자연 안에는 가을이 되면 낙엽이지고 겨울에는 무거운 침체와 동면(冬眠)이 오고 다시 봄이 돌아오면 삼라만상이 소생하는 계절의 순환이 있다. 땅에 심겨진 씨앗은 썩어 새로운 싹이 돋고 잎이 자라나 그 종류에 따라 열매를 맺는다.
이와같이 우리사람의 육신도 땅에 묻혀 썩어가지만 때가 이르면 다시 살아날 것이다.
우리안에 부활하는 것은 영혼이 아니고 육신이다. 왜냐하면 영혼은 비록 악하고 천주님으로부터 떨어져 나왔다고 할지라도 본질상 불멸하기 때문이다.
영혼과 육신으로써 구성된 우리 본성도 그 충만한 만족과 완전한 행복에 도달하기 위해 부활을 요구한다. 영혼이 비록 그 본질상 불멸하다고 할지라도 한 기관과 연결되어 하나의 새영을 이루도록 창조되었고 선이나 악을 행하기 위해 그 도구가된 자기 육신에게 결합되는 경향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선인(善人)의 육신이 그 영혼과 함께 보상을 받아야 마땅한 것이니 그 영혼이 현재 시련중에서 육신을 생활케 한것과 같이 육신이 그 마지막 순간에 상급으로 행복과 영광과 영원한 생명을 그 영혼과 더불어 누린다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것이다. 만일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하면 우리 모든 존재가 이미 결정된 완전한 행복에 이르지 못할 것이며 악인들도 천주님을 거스린 그 영혼과 육신이 함께 벌을 받지않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제2의 탄생이라 부르는 죽음과 부활이 우리에게 영생이냐 혹은 영원한 죽음이냐를 결정짓는 것이 바로 우리들의 현세 생활태도 여하에 달렸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성모의 몽소승천 도리(道理)는 물론 성모님께만 베풀어진 특은이었으나 그렇다고 우리 모든 사람과 전혀 무관한 진리는 아니다.
왜냐하면 예수께서 전인류에게 구속의 은혜로써 베풀어주신 육신의 부활과 영생으로에 승천의 은혜를 성모님은 앞당겨 받으셨을 뿐이다. 천주님께 대한 굳은 신앙을 가지고 그 계명을 충실히 지키는 자는 누구나 최후심판때 영광스러운 부활과 승천의 은혜를 입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천주님을 믿고 그 계명을 지켰느냐 그렇지 못했느냐에 달려있다.
현세 온갖 불행과 번민과 재앙과 죄악속에 울부짖고 탄식 하다가 죽어 가야만하는 우리 인간에게 이보다 더큰 신뢰와 위안과 희망을 주는 진리가 어디있겠는가? 『나는 부활이요, 또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었을지라도 살아날 것이요,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모든 이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라』(요왕 11·25)
尹炳熙(哲學博士·서울 祭基洞本堂 主任神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