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잃은 개] (41) 16세 이하 관람금지 ⑥
발행일1966-07-10 [제526호, 4면]
프랑쏘아즈 여대장은 자기 방문을 세번 가만히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 여자는 만족해선지 할 수 없어선지 모르는 한숨을 내쉬고 책을 덮고 머리짓을 두번 해서 머리를 뒤로 넘기고는 소년에게 문을 열어주러 나갔다.
『그래 심심하더냐?』
『네… 아니오- …하여간 돌아오는게 낫다고 생각했어요…』
『그럼 라디오 소리를 조그맣게 해놓고 얘기나 하자!』
『그래요!』
알랭 로베르는 거의 미소를 띠우며 말했다.
『난 여대장님 남편 노릇을 하겠어요. 남편은 아내곁에 있는 법이지요, 늘!』
『아니야』
여대장은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남편이 아니고 손님이야-…
누가 손님을 청하면 마실 것을 드리는 법이지, 커피 두잔을 만들께…』
소년은 점잖게 머리를 숙였다. -이렇게 해야 했지, 그렇지? 그리고 이렇게 말해야 했고
『참으로 기쁩니다!』
이번에는 프랑쏘아즈가 머리를 숙여 절을 했다. 그러니까 금발의 「커어틴」이 알맞게 드리워져서 그의 미소를 가려 주었다.
『저도 그렇습니다. 선생님!』
『알랭 로베르 선생』…
화보잡지 대봉에 적혀 있는 것도 이런 명칭이었다. 그러니까 그를 이렇게 부르는 사람은 이 세상에 세사람이 있었다.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프랑쏘아즈 여대장…
『아니 그런데 너 향수 뿌렸구나!』
『내가요? 천만에요!』
프랑쏘아즈는 풍로곁에 쭈그리고 앉아 소년에게 등을 돌려대고 있었기 때문에 소년이 귀밑까지 샛빨개지는 것을 보지는 못했고 다만 짐작만 했다.
『그래가 당신에게 너무 애착심을 가지게 버려두지 마시요…』
『여대장님 집은 굉장히 좋군요?』
알랭 로베르는 말머리를 돌리기 위해서 이렇게 말했다. (빌어먹을 놈의 향수! 소년 자신도 이제는 그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여긴 「내집」이 아니야!』
프랑쏘아즈 여대장은 부드럽게 말했다.
『어째서 그래요!』
『내 집은 「로아르」강변에 있는 커다란 단층집이란다. 거기에는 내 부모님이 살으신다.』
『그렇지만 여대장님은 영 거기서 살지 않아요?』 소년은 좀 쉰 목소리로 물었다.
이렇게 해서 그 「순간」이 온 것이었다…
그 순간은 비극에서 모양으로 몇마디 대사만으로 오게 할 수가 있은 것이었다…
『천만에 내 집에 가서 살고 말고!』
그 여자는 다부지게 말했다.
소년은 눈썹을 잔뜩 찌푸리고 일어섰다. (일어서도 앉은 것보다 클까 말까였다)
『우린 그럼 어떻게 되구요?』
『누가 누굴 떠난다는 거냐?』
『그렇지만…』
『도루 앉아라! 네 잔 여기 있다… 입데지 말구… 그래, 누가 「떼르느레」를 떠나고 누가 남아 있다는 거냐? … 해마다 연말이면 아이들의 4분의 1이 떠나간다. 반자유를 찾아서, 집으로 돌아가려고 혹은 또…』
『그렇지만 여대장님은 그대로 있는거지요?』
『아마… 어쩌면… 그렇지만 나도 애 인생을 개척해야지!』
『「인생을 개척하는」게 뭔데요?』
『결혼하고, 애기엄마가 되는거지…』
『마미하고 「이빨」처럼 말이지요? 그럼 뷔팔로하고 결혼하면…』
『그렇게는 안될거야』
『왜요?』
『이런 일은 해라 말아라 하는 게 아니야! 너도 결혼하는 날이면 네가 좋아하는 사람을 고르고 싶어질거다…』
『천만에 난 아무도 절대로 좋아하지 않을래요! 절대로!』
찻잔이 그의 손안에서 부들 부들 떨렸다. 프랑쏘아즈는 잔을 가의 손에서 뺏아 가지고 그의 앞에 앉아 이제는 곱슬거리는 머리밖에는 보이지 않는 얼굴을 억지로 쳐들었다.
(구역질 나는 향수가 아직 머리카락 몇춤에 번들거리고 있었다…)
프랑쏘아즈는 알랭 로베르의 얼굴표정이 굳고 어린 입가에는 어른같은 주름살이 잡혀 있는 것을 보고 거의 겁이 날 지경이었다.
『절대로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다니? 왜?』
열 한살 먹은 어른이 마침내 악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 그러나 슬픔의 부르짖음과 성난 부르짖음을 구별할 수 있는 자가 어디 있는가?
『내가 누구를 좋아할 때마다 그 사람은 나를 버렸어요!』
『이 거 봐라…』
『이제는 버림을 받기는 싫단 말예요. 언제나 내가 먼저 버릴테야요!』
그 여자는 아무 말을 해도 잠자코 있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 그 여자는 너무 빨리 자기의 마음이 말하게 했다.
『그렇지만 넌 날 좋아하지? 그런데…』
『여대장님도 언젠가는 나를 버리리라는 걸 이젠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너도 언제까지나 「떼르느레」에 있을 건 아니지!』
『왜 아니야요? 끌레망쏘는 그대로 남아 있어요…』
그리고 나지막하게 덧붙엿다.
『나는 행복했어요』
『여기서 행복했다고? 어제는 피를 흘리도록 싸움들을 하고서!』
그는 『그건 괜찮아요!』
하는 뜻 특히
『그게 무슨 관계가 있어요?』
하는 뜻의 몸짓을 했다.
『어제 나를 구해준 건 마르끄였어요! 마르끄는 죽을때까지 친구예요. 그애는 나를 떠나는 일이 없을거예요. 그애는 나를 떠나는 일이 없을거예요…』
다시금 그의 눈이 구름으로 뒤덮이며 머리를 흔들면서 뇌까렸다.
『나는 행복했어요, 행복했단 말이에요…』
프랑쏘아즈 여대장은 약간 매정하게 말했다.
『네가 행복했을때는 그런 말을 안했었지. 행복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지! 안그러냐?』
『맞았어요』
『난 말면서 행복하게 되는 유일한 방법을 가르쳐 주마, 그건 반대로 모든 사람을 사랑하는 그것이다』
『그럼 다른 놈들보고 시작하래요!』
『저마다 너같이 말하면 끝이 없을거다』
알랭 로베르는 여대장을 쳐다보지 않은채 말했다.
『모두들 좋아하는 작자들은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거나 마찬가지예요!』
『그래 너는 사람들이 너를 더 이뻐했으면 좋겠지?』
『저마다 차례까 있는 법이지요!』
그는 소리를 버럭 질렀다.
『다른 작자들은 부모가 있었어요. 그 작자들이 실패한건 안됐지만요…! 아아! 여대장님, 여대장님!』
그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다르고 잿빛이고 손톱이 짧은 손가락 창살 뒤에 얼굴을 가둔 것이었다. 프랑쏘아즈는 소년이 우는줄로 알았다. 그리고 그가 울기를 거의 바라기까지 했다. 이 바윗돌에서 마침내 샘이 솟아나려는가? 그러나 그가 손을 떼니 무표정한 얼굴에 꽤 까다로운 눈길이 드러났다. 그가 「떼르느레」에 오던날 지녔던 얼굴이요 눈길이었다.
『너 분명히 「타아잔」이 보고싶지』
하고 여대장이 아주 빨리 말했다.
(그는 머리를 흔들었다.)
『그럼 함께 책을 읽을까?…아령 어떤걸?…「어린왕자」…그렇지만 그건 네가 벌써 읽었지!』
『바로 그렇기 때문이지요! 아무 장이나 펴도 돼요…』
그 여자는 「잡혀 온 공」 쎌레스땡의 투박한 손구락이 남아있는 얇은 책을 꺼내 아무데나 펴서 읽었다.
『「제발 나를 길들여다우」하고 여우가 말했다. 「친구가 갖고 싶거든 나를 길들여!』
「어떻게 해야되니?」
「아주 참을성이 많아야 해. 처음에는 내게서 좀 떨어져서 그렇게 풀 위에 앉아 있어. 내가 곁눈으로 너를 볼테니 너는 암말두 하지 마라… 그러나 매일 조금씩 더 가까이 앉아두 돼…』
어린왕자는 이튿날 다시왔다. 그러니까 여우가 이렇게 말했다.
「같은 시간에 왔으면 더 좋았을건데.
가령 네가 오후 네시에 온다면 나는 세시부터 벌써 행복하기 시작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