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잃은 개] (43) 병원 - 침묵 ②
발행일1966-07-24 [제528호, 4면]
브로벵씨의 넓직한 구두와 여대장의 가벼운 발자국이 나란히 침실에서 야채밭으로, 교실로, 영사실로, 끌레망쏘의 집으로, 이렇게 탐색의 길을 눈속에서 더듬어 가는 동안 말이 없고 무뚝뚝한 그는 마치 소설에 나오는 형사와 같았다.
알랭 로베르가 벌써 끌레망쏘의 집에 소식을 전했었다.
『그게 무슨 소리냐?』
늙은이는 털썩 주저앉았고 그의 수염은 떨리고 있었다. 웬지 모르게 소년은 제 손으로 갈색 점이 돋은 그의 투박한 손을 감싸쥐고 있었다. 그손은 차디찼다.
『그렇지만, 끌레망쏘 할아버지, 찾아내게 될거예요!』
『그렇지. 순경들이 찾아낼테지!』
노인은 이상야릇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울려는거다! 알랭 로베르는 꼭 그러리라고 생각하고 약간 겁이나서 도망쳤다…
도망치다가 쁘로뱅씨와 여대장을 만났다.
『잘 있었나, 이 사람아! 너였지… 네가 알베르 뽈하고 제일 친한 친구가 아니냐 말이다.』
『누구요?』
『올라프 말이다.』
하고 여대장이 설명해 주었다.
『그럴거예요.』
『너는 혹 어찌된 일인지 생각해봤니?』
『아니요』
소년은 딱잘라 말했다. 브로뱅씨는 그의 어깨에 아주 무거운 손을 얹었다.
『난 순경이 아니란 말이다. 그리고 네 동무는 내 아이나 다름없고. 그러니까 날 도와주어야 하는거다. 우리가 순경들보다 먼저 그애를 찾아내면…
(그는 도무지 깜빡이지 않는 그 까만 눈을 그것들이 누그러지는 것을 느낄때까지 똑바로 들여다 보았다.)
어제저녁 영화가 끝난 다음 「알브」… 올라프가 너한테 암말도 않더냐?』
『이 아이느 ㄴ어제 저녁 영화 할 적에 다른 애들하고 같이 있지 않았어요.』
프랑쏘아즈 여대장이 대답했다.
『운이 좋지 못했군 아주 운이 좋지 못했어…』
쁘로뱅씨는 천천히 말했다. - 그리고 담배를 던졌다. 담배는 눈속에 파묻혔다. 알랭 로베르는 벌써 떠나가고 있었다. 쁘로뱅씨는 소리쳤다.
『계속해서 생각해 봐라! 그리구 조그마한 생각이라고 나면… 나는 너보다도 더 걱정이 된단 말이다!』하고 엄탄 투로 덧붙였다.
소년은 이 말을 따귀를 맞는 모양으로 받았다.
끌레망쏘는 쁘로뱅씨가 자기 집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자 먼지투성이의 「베레」를 벗어 탁자위에 점잖게 놓고 은은한 목소리로 말했다.
『쁘로뱅 선생님 저는 마침 선생님을 뵈려던 참입니다. 저는 어린 알베르 뽈을 양자로 삼을 허락을 정하고자 합니다. 저는 그럴 권리가 있지요?』하고 급히 덧붙여 말했다.
『그렇고 말고. 하지만 지금은 그럴때가 아니란 말이요. 영감님.』
쁘로뱅씨는 투덜거렸다.
『천만에요, 오히려 그럴 시기지요!』
쁘로뱅씨는 너무나 빛나는 그 눈, 다시 떨리기 시작한 그 콧수염, 상을 아무렇게나 두드려대는 그 투박한 손을 바라보았다. 쉰 다섯살 먹은 이 어린이는 마음을 진정하려고 애쓰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이지!』 쁘로뱅씨는 말했다.
『그런데 지금은 영감님의 아들을 찾아내야 한단 말이요, 그것도 빨리!』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더니 알랭 로베르가 얼굴이 샛빨개가지고 들어왔다.
『선생님께 말씀 드릴려고… 하긴 아무 소용도 없지만요!』
『하여간 말해봐라!』
『그럼 말하지요, 어제 저녁 올라프는 처음으로 영화 구경을 간거예요…』
『생전 처음으로?』
『생전 처음이요.』
『고맙다. 꼬마야!』
쁘로뱅씨는 한참 뒤에 말했다.
열 한시에 경찰반에서 전화가 왔다. 「믈룅」에는 소년의 자취가 조금도 없으나 트럭에 편승해서 「빠리」로 올라갓을지도 모르니, 소년경찰에 급히 알린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 이 지방에 대해서는요?』
『이 지방에 대해서는 이젠 끝났읍니다.』
오정 조금 전에 쁘로뱅씨는 끌레망쏘가 장화를 신고 외투를 입고 지팡이를 들고 오는 것을 보았다.
『쁘로뱅 선생님, 순경들은 경찰견을 가지고 있지요?』
『여기는 없오. 하지만 「믈룅」에는 물론 있지요. 그런데 그건 왜?』
『개 한쌍만 우리한테 빌려주지 못할까요?』
『하지만…』
아무리 『하지만』 소리를 해도 늙은이의 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했다. 결국 전화를 걸고 개를 찾으러 가서 데려와야만 했다.
『그애 발자국을 밟기위해서라면 소용없어요! 눈이 온걸 잊었구려… 그리구 개들이 냄새를 맡으려면 그애의 물건이 있어야 할텐데!』(올라프가 모두 - 즉 그가 소유했던 물건은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아무것도 가져간 것이 없었다…)
『우리집에 그애가 야채밭에서 일을 끝낸 다음에 입혀주던 쉐타가 한벌 있읍니다.』
늙은이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그러니까 시험해 보게 해주십시요! 이 개들이 달리할 일이 무엇이고 우리들은 또 이보다 더 나은 일을 할 것이 무엇입니까?』
그들은 개를 데린 순경, 쁘로뱅씨 「이빨」 늙은이 이렇게 넷이 길을 나섰다. 늙은이는 앞장서 가며 수풀을 지팡이로 헤쳐갔다. 눈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듯이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끌레망쏘는 두건을 쓰니까 싼타클로스 할아버지 같았다. 추워서 기운을 차리지 못하는 개들에게 구멍뚫린 털쉐타 냄새를 맡게 했다. 개들은 다시 떠났다가 이내 귀를 축 늘어뜨리고 돌아오는 것이었다. 끌레망쏘는 알아듣지 못할 말을 중얼거렸다. 그러나 근심으로 말이 도무지 없게된 다른 사람들의 존재를 차차 잊고 큰 소리로 말하다가 나중에는 소리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