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傳敎實話(전교실화)] 길 잃은 양을 위해 (2) 死刑囚(사형수) 62番(번) ②
발행일1966-08-07 [제529호, 2면]
겉잡을 수 없는 증오와 분노에 떨며 질투의 불길에 사로 잡힌 그는 혈안이 되어 동서팔방 뛰어다니며 수소문하고 경찰에까지 신고했으나 그들의 행방은 끝내 묘연하였다.
그는 이제 날이면 날마다 술에 억취가 되어 괴로운 심정을 잊으려 햇으나 마음은 더욱 허탈해 빠질뿐 자신을 회복할 길이 없었다.
그러던중 그해 8월 14일, 그 운명의 저녁이 이르렀다.
그날도 그는 만취가 되어 땅거미 지는 인적 없는 들길을 갖가지 시름과 울분에 싸이면서도 가슴에 맺힌 싸늘한 자조를 허공에 뱉으며 걸어갔다. 그는 그날밤 감자릴 지키기 위해 받 가운데 있는 움막을 찾아가는 길이었다. 그러자 들길 저편에서 조그만 그림자 하나가 가까이 다가왔다. 그것은 뜻밖에 그가 셋방을 들고 있던 집주인 구찬보씨의 누이동생 영주(당시 15세)였다.
『아저씨 저녁 잡수셨어요』
『어 누구야 영주아냐, 너 어디 갔다오니?』
이들은 몇마디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나중에 영주가 사과를 사달라고 조랐다. 그는 하는 수 없이 영주에게 끌려 어느듯 과수원 쪽으로 향해 걸어갔다.
이미 사방은 완전히 어둠에 싸여 들길만이 검은 벌판 속에 흐미하게 뻗어가는데 어디선지 들려오는 귀뚜라미 소리로 주위는 한결 호젓했다.
이때 어둠속에서 앞서 걸어가는 영주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그는 문득 아내의 영상이 떠올랐다. 순간 이 영상에 뒤이어 그가 여태까지 참아왔고 쏟아놓을데 조차 없었던 온갖 증오와 저주와 질투가 한꺼번에 왈칵 치달아 오름과 동시 전신을 휘몰아치는 야수같은 욕정에 그는 전신을 떨었다.
갑자기 그는 자신도 모르게 앞에 가는 소녀의 옷소매를 낚꾸쳐 수수밭 고랑으로 끌고 들어가 그녀를 넘어뜨렸다. 뜻밖에 기겁을 한 소녀는 소리도 못지르고 이친것 같은 억센 사나이 밑에서 바둥거리다가 그가 잠시 헛손질을 하는 틈에 화닥닥 일어나 허겁지겁 달아났다. 그는 순간 정신이 펄쩍 들었다.
아차 큰일났구나 저게 그냥 도망을 가는 날이면 자기의 추잡한 행위가 폭로될게 아닌가? …뒤미쳐 쫓아간 그는 소녀의 뒷덜미를 움켜잡아 힘껏 목을 눌렀다. 덜미를 잡힌 순간 소녀는 최후로 『어머니!』 외마디 소리를 지르고 그의 손아귀 안에서 가냘프게 짧은순간 처절한 경련끝에 힘없이 몸이 허물어졌다. 말을 마친 그는 두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싸쥐었다. 어느듯 그의 빰에는 두줄기 눈물이 주루룩 내린채 눈은 멍하니 허공을 향하고 있었다. 이와같은 사정을 들은 나는 그 자신도 이제는 어쩔 수 없는 그를 위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란 하루속히 그를 그리스도의 품으로 인도하는 것 뿐이라고 생각했다.
『저- 전에 혹시 성당을 본 적이 있나요?』
『네 더러 본 적이 있읍니다』 『그럼 거기가 무얼하는덴지 압니까?』
『하나님 믿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 아닙니까?』
그는 오히려 가볍게 반문해왔다.
『그럼 어디한번 하나님을 믿어볼 의향은 없나요?』
『글쎄요 아직 그런 것은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자아 그럼 내 말을 한번 들어 보시렵니까』
나는 그에게로 다가 앉았다. 나는 교리의 초보를 진지하고도 간곡히 이야기했다. 인간의 원죄와 그리스도의 죄인을 위해 십자가에 못박혀 죽은 거룩한 사랑과 대속을 말하고
『…때문에 아무리 큰 죄를 범한 죄인이라 할지라도 진정한 통회만 있으면 천주님으로부터 죄사함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마음의 평화를 얻고 영혼을 구하기 위해 천주님을 믿고 천주교에 입교해보시지요』
조용히 듣고 있던 그는
『글쎄요, 앞으로 책이라도 있으면 좀 빌려 주십시요』
그뒤 나는 그에게 「천주교 요리 문답」을 갖다주고 대화를 통해 성시문제를 설명해주며 늘 관심을 두고 그의 생활을 보살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