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교법이나 혹 선지자의 기록한 바를 폐하러 온 줄로 여기지 말라. 폐하러 오지 아니하고 오직 완전케 하러 왔노라』 (마테오 5 · 17) 이는 2천년 전의 예수님의 말씀이다. 현시대사조에 외면하지 않고 오히려 똑똑히 파악하고 이에 응하고저 하는 전세계의 희망 가운데 대두된 것이 바로 교회의 근대화를 부르짖고 나선 제2차 「바티깐」 공의회임을 오늘 누구나가 다 아는 사실이다. 공의회의 정신도 바로 스승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대로 과거의 모든 것을 폐하려 함이 아니요 오직 현시대사조에 알맞게 적응함으로써 완전케 하자는데 그 의의가 있다.
이제 제한된 몇 「페이지」에 공의회와 성모신심에 대해 그 골자만을 추려서 논하고자 한다.
성모께 대한 신심의 타당성 또는 그 근본적 토대는 성모께서 천주님의 어머니라는데 있다. 마리아께서 천주님의 모친으로 간선되었기 때문에 그에 적합한 은총을 받으신 것이다.
그러기에 마리아께서 원죄에 물들지 않고 잉태된 특전에서 성총으로 충만히 채워졌고 또한 우리와 같이 한줌의 흙으로 변질되지 않고 몽소승천(蒙召昇天)이란 영광의 특전을 받으시기에 이르렀다.
이제 성모께 대한 심심의 토대 곧 천주님의 모친성이 우리와 관계없이 이뤄진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마리아께서 우리와 같은 인성을 갖추어 강생하신 제2위 성자의 어머니가 되셨기 때문이다.
메씨아, 구세주의 모친이 되심으로써 우리와 깊은 관계를 맺으셨다. 환언하면 우리의 어머니가 되시기 위해 천주님의 어머니가 되신 것이다. 다른 설명을 빌리자면 우리들 죄인들을 구하려는 자유의사가 천주님의 모친이 되겠노라고 동의하신 것에 포함되었다.
『주의 종이 여기 대령하오니 네 말씀과 같이 내게 이루어지이다』 이 말씀으로 천주님의 모친이 되실 것과 우리 죄인들의 구속사업에 협조하실 것을 승락하시었다. 과연 마리아께서는 예수님을 잉태하시는 순간부터 예수님께서 십자가상에서 돌아가시고 부활 · 승천하심에 이르기까지 그리스도와 함께 우리 구원의 협조자 또는 공속(共贖)의 역할을 수행하셨다. 이와같이 그는 그리스도와 함께 우리 구원의 원인(SUBORDINATE CAUSE)이 되시었다. 가톨릭에서는 초기부터 마리아를 「천주의 모친」이라고 믿어 고백하여왔다.
5세기초에 네스토리우스의 이설(異說)을 거스려 「에페소」 공의회는 마리아께서 천주님이 모친이심을 신조로 공포하기에 이르렀다. 그 공의회를 전후하여 가톨릭교회는 마리아를 「하늘의 문」이며 「그리스디안의 도움」 「성총의 중개자」라고 부르고 찬양하기를 주어하지 않았다. 이번 공의회는 「교회헌장」 제8장에 성모공경에 관한 교회의 태도를 자세히 밝히고 교회안에서의 성모의 위치를 뚜렷하게 재삼 강조하였다.
교종 바오로 6세께서 마리아를 「교회의 어머니」라고 공적으로 선언하심으로써 마리아께 대한 우리의 신심이 어떠하여야 하는지도 표명하였다. 천주님의 모친이시며 동시에 죄인들인 우리의 어머니께 대해 갖추어야 할 우리의 신심태도는 천주님의 어머니로서 찬미나 은총을 전구(傳求)하여야 할 것이며 우리의 어머니로 신뢰와 사랑을 바쳐야 할 것이다. 성모신심은 성모를 우리의 참된 어머니로 받드는데 있으며 성모 마리아를 우리의 참도니 어머니로 모시자면 우리는 그분의 참된 자녀가 되도록 노력하여야 함이 마땅하다.
성모를 공경하며 기쁘게 하여드리는 훌륭한 방법은 물론 성모께 신뢰하고 기구하는 것이겟으나 더우기 성모의 덕을 본받도록 노력할 것이다. 성모의 깊은 겸손, 천주님의 말씀에 흔들리지 않는 신덕과 순명, 예수께 대한 순결한 사랑, 이 모든 덕을 본받는데 성모신심의 깊은 뜻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신심을 통하여 예수님을 더욱 닮을 수 있고 예전부터 교회내에 전해내려오는 아름다운 표어대로 『마리아를 통하여 예수님에게로』가 실현될 것이다.
그러면 성모게도 그리스도 안의 우리를 또한 우리 안의 그리스도를 사랑하실 것이다.
金昌洙(서울 청파동 주임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