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잃은 개] (45) 병원 - 침묵 ④
발행일1966-08-14 [제530호, 4면]
『네가 돌아오면…』
알랭 로베르가 말을 꺼냈다.
『천만에!』
소년은 말을 막았다.
(그의 목소리는 이제는 색색 소리를 냈다)
『절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떼르느레」? 흥! 자유를 맛보았는데…』
그는 다시 기침이 났다. 눈이 툭불거져 나왔다. 알랭 로베르는 속이 메슥메슥했다. 창문으로 내다보니 길에 행인들이 보였다. 그중 한 사람이 「쇼인도」를 보고 머뭇머뭇하다가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한 사람은 「벤치」에 앉아서 주머니에서 신문을 꺼냈다. 또 한 사람은 길을 건너가려다가 다시 생각하더니 가던 길로 되돌아갔다. 자유… 알랭 로베르는 유리를 부수고 싶었다! 자유, 그것은 책가방을 나무 밑에 내려놓고 외투를 바람에 날리며 서로 쫓고 쫓기는 두소학생이었다. 새들의 자유, 자기와 이 자유 사이에는 유리가 있을 뿐이었다! 조금 있으면 프랑쏘아즈 여대장이 돌아와 얼마 후에는 그를 「떼르느레」로 도로 데리고 갈 참이다. 「떼르느레」의 창살과 문들은 모두 열려있다. 물론! 그러나 거기에서는 시계까 서는 법이 없었다… 거기서도 양부모 집에서와 마찬가지로, 그가 산 기억이 있는 어디서나 마찬가지로, 진정한 감옥은 일과였다. 그러니 홋이불 속에 들어박힌 올라프의 기침 만큼이나 멀리 들려오는 소리의 주인공인 거리의 두 소년에게 있어서는 시계가 멎어 있었다.
그들은 부모에게로 돌아갈 참이지만, 종도 없고 호르라기도 없고, 화요일의 「샤워」도 없다. - 자유… 「빠리」에 도착하던 날 본 일이 있는 평저선 뒷편에 벌렁 누워 있던 또 하나의 소년처럼. 아아! 그는 그 소년이 몹시도 미웠었다!… 다시 한번 그는 너무나 긴 그의 소매 속에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자유」…
『이리 가까이 오너라, 여기 비밀을 하나 가르쳐줄께…』
올라프가 중얼거렸다.
알랭 로베르는 고열지대로 들어갔다. 소년의 입김이 그의 얼굴에 뜨겁게 부딪쳐 왔다. 숨을 들여쉴 때마다 조금맣고 갈그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에테르」냄새가 났다.
『이 병원에서는 개 한마리를 가둬두고 시험을 해… 개가 우는 소리가 들리거든!』
『울다니! 갤 어떻게 하길래?』
『접종』
그들은 둘이 다 그것이 무엇인지를 몰랐었다. 그들은 겁에 질린 눈길을 주고 받았다.
『그놈을 빼내야 해. 어디 있니?』
알랭 로베르가 말했다.
『아마… 가만 있어!』
그는 이 방을 지나 저 방으로, 이렇게 복잡한 길을 설명해 주었다. 알랭 로베르는 눈살을 잔뜩 찌푸리고 기억을 더 잘하려고 입을 벌렸다.
『여대장이 나보다 먼저 돌아오면 나 변소에 갔다고 그래라』
이렇게 명령하고 박해 받는 개를 찾아 나섰다.
첫번 병실 문턱에서는 빛 잃은 스무개의 시선을 받았다. 아니! 열아홉뿐이엇다. 왜냐하면 병자 중의 하나는 머리 위에 홋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 사람은 죽었구나! 분명히 죽었어!』
하고 소년은 생각했다. 그러면서 그 침대 곁을 지날 때에는 발끝으로 걸었다. 그러나 다른 환자들이 말 없이 보고 있기 때문에 감히 십자를 긋지는 못했다. 그가 맞은편 문에 이르렀을 적에 맨끝에 있는 환자가 큰 소리를 지르며 홋이불 밑에서 뼈가 앙상한 팔을 빼내가지고 그의 담요 위에 천천히 또아리를 틀고 앉은 검은 고양이를 쫓으려고 했다.
고양이는 암상을 내지 않고 그를 바라보더니 기지개를 켜고 하품을 하고 천천히 물러났다.
『그 고양이를 치워요!』
병자는 때마침 다가오는 간호부에게 소리쳤다.
『빨리, 빨리! 글쎄 그놈을 치워 버리라니까요!』
『자아, 진정하세요』
간호부는 그의 침대를 손질해 주며 말했다.
『그 고양이는 아무렇지 않아요!』
『아무렇지도 않다고? …그럼 13호는! … 또 17호는! …그놈이 어떤 침대 위에 앉을 때마다, 분명히…』
『천만에요, 그럴리가!』
『어찌된 일입니까?』
알랭 로베르가 감히 물었다.
『환자들은 그놈을「죽는 사람들의 고양이」라고 부른단다. 그들은 이 가엾은 고양이가 병자들의 죽음을 예감한다는 생각을 하고 그래서 그놈이 나타나기만 하면… 아니, 그런데 꼬마 너 여기서 뭘하는거냐?』
『저…다음 병실이요!』
그는 문을 밀어 열면서 빨리 대답했다.
(『쫓아오지는 않지! …됐언』)
이 병실에서는 아무도 보지 않고 휭하니 지나갔다. 층계를 내려간 다음 컴컴한 복도를 따라갔다. 그는 딴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고통 후에는 침묵… 이건 무슨 뜻인가? 병원 저 안쪽에는 무엇이 있는 건가?
복도에는 왼편에 있는 유리 끼운 문으로 해서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소년은 기계적으로 그쪽을 흘깃 보다가 주춤하고 멈추어섰다. 개는 거기 「라디에타」앞에 담요 몇장 위에 누워있었다. 개는 오는 사람을 보기 전에 냄새를 맡았고 그래서 겁을 집어먹고 있었다…
그놈은 알랭 로베르가 어느 날 아침 재판소 옆에서 만난 일이 있는 집 잃은 개와 비슷한 데가 있었다. 갈색 점이 있는 흰개, 그러나 잡종이었다. 소년은 우선 개 등에 있는 그 두개의 커다란 상처를 보았다.
그리고는 반쯤 구부리고 바들 바들 떨리는 다리 사이에 끼운 그 꼬리, 겁을 집어먹고 똑바로 쳐다보는 그 눈길, 퇴색한 그 귀.
그때 그는 개에게 웃어주었다. 일찌기 웃는 일이 없던 그가. 그러니까 개의 눈길이 누그러지고 귀가 쫑긋세워지고 꼬리가 가만히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개는 겨우 문으로 가까이 와 그 앞에 서서 코를 유리에 갖다댔다. 유리가 입김으로 뿌옇게 되었다. 알랭 로베르는 유리에 입술을 갖다 붙이고 오랫동안 입을 맞추었다.
개는 짖기 시작했다. 그것은 기쁜 울음임과 동시에 신음하는 울음이었다.
『가만 있어!』
알랭 로베르는 조그만 소리로 명했다.
(개는 듣지는 못했으나 복종했다)
소년은 말을 다시 꺼냈다.
『내 또 오께. 내가 다시 오면… 알거다』
개의 이 밝은 감방의 다른 유리문은 마당으로 면해 있는데 그 마당에서는 행길로 나갈 수가 있었다.
『잠을쇠가 없다! 문에는 잠을쇠가 없고 빗장을 지르지도 않았다… 그건 정상적인 거다. 개들은 빗장을 열리 못하니까! 마당으로 해서 행길로 나가려면 복도 끝에 있는 저 방으로 지나가기만 하면 된다. 무어라고 썼나? 「시제실」… 아니야! 「시체실」이야…잘 외워둬야지… 』
그는 개에게 다시 웃어 주었다.
그리고는 빨리 올라프의 병실까지 도로 올라갔다. 끌레망쏘는 여전히 졸고 있었다. 그러나 알랭 로베르는 주춤하고 문지방 위에 멈추어 섰다. 검은 고양이가… 침대 위에 앉아 있었다… 그는 고양이를 쫓으려고 했다.
『왜 그러니? 가만나둬!… 그래 개는?』
『프랑쏘아즈 여대장이 돌아오거든…』
『빨리 빨리! 저기 온다!…」
『…날 다시 오게 해달라고 청해라』
소년은 단숨에 말을 마쳤다.
그들은 「떼르느레」로 오는 길에 버스 안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처녀는 이 침묵이 자기의 침묵과 같은 생각을 간직하는 것으로 믿고 깨뜨리지 않았다. 한마디, 단 한마디 말만 해도 그 여자는 눈물이 쏟아졌을 것이다.
그러나 「떼르느레」에 다다르자 소년은 갑자기 물었다.
『여대장님, 「시체실」이라는건 뭐지요? 그런데 여대장님 왜 그러세요. 내가 무슨 나쁜 말이라도 했나요?』
『아니다.』
그 여자는 갈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시체실」이라는데는… 「시체실」이란 자존심이란 말이다.』하고 빨리 빨리 말했다.
『천만에, 그건 아니야요! 다른 뜻이지요, 예?』
『갓 죽은 사람들을 갖다두는 곳이란다』
프랑쏘아즈는 딴데를 보며 천천히 말했다.
「떼르느레」의 정원 저 안쪽에는 수풀 쪽으로 면한 낮은 창살 문이 하나 있었다. 전에는 아주 어린 등나무가 창살문의 살 사이로 뚫고 들어왔었다.
그런데 지금은 나이들고 힘이 세어진 등나무가 창살문을 경첩에서 뽑아서 녹이 슨 문을 땅 위에서 번쩍 들어올려 가지끝에 매달고 있었다. 알랭 로베르에게도 같은 일이 일어났다. 그의 결심은 커져서 그의 마음을 가득 채우고 그대신 살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그가 「도끼」의 강의와 뷔팔로의 「해헉(석)」을 듣고, 「기만해」에게 「껌」을 빌리고 레이다의 군대식 경례를 받아주고 비로드가 하모니카 부는 것을 듣고 「까이드」를 피하고 해서,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는 것 같기는 했다. 그러나 그의 머리 속에서는 오직 한마디 단어가 뱅뱅 돌고 있었으니 그것은 「자유」였다. 그리고 그가 아침에 제일 먼저 생각하는 것은 변원의 개였다. …이틀동안 그는 마르끄에게 자기 결심을 말할까 어쩔까 망설였다. 그에게 말하지 못한 것은 큰놈이 비룻거나 떠나지 말라고 말리지나 않을까 하고 은근히 걱정이 된 까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