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잃은 개] (2) 엄마는 서류 ①
발행일1965-09-12 [제486호, 4면]
알랭 로베르는 부끄러움이 엄습해오는 것을 느꼈다.
다음에 생긴일은 읽는데 걸리는 시간보다도 더 짧은 시간에 일어났다. 우비입은 사람은 소년이 튀어나가는 것을 보고 『돌을 레스처럼 새긴것』이라는 말을 하다가 입술을 반쯤 벌린채 멍하니 서있었다. 소년이(개가 한 것처럼) 툭 튀어나가 거리를 비스듬히 마구뛰어 건너가는 것을 보고 있었다.
띠면서 소년은 왼쪽 「포켓」을 뒤졌다. -작은 향수병… 「팡크」 때는 고무조각…밤 한톨…이게 아니다! 그리고는 바른쪽 「포켓」 거기서 긴 노끈을 찾아내서 풀었다. 순경들은 그들의 기동(機動)을 끝마치고 개를 포위했었다. 알랭 로베르는 포위망 속으로 뛰어들어(물어도 할수 없다!) 개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아니! 그런데! 너 여기서 뭘 하고 있어?』 명랑한 목소리로 물으며 빼빼 말라빠진 목에 노끈을 매려고 해본다. 그러나 손이 너무나 떨린다.
『이…이놈이 도망쳤어요!』 소년은 설명을 했다.
『아 그래?』
그것은 볼만한 위선(僞善)의 경쟁이었다. 순경들은 너무 무거운 신발에 머리와 옷이 너무나 긴 이 아이 역시 계류소 감이나 되는 이 아이가 참말로 그 개의 주인인줄로 믿는 채했다. 우비를 입은 그 사람이 뒤미쳐 쫓아와서 꽃같은 말로 모든 것을 망쳐놓고 말았다.
『아아니! 그래! 너 여기서 뭘하고 있니?』
개는 사람들보다 더 빨리 아라챘다. 조금 전에 자동차 앞에서 하던 것과 같은 몸짓으로 감색 사람들을 피해 되돌아 달아났다.
순경들은 두마리 잡을것 중에서 덜 보호를 받는 것을 골라잡았다. 알랭 로베르를 남겨두고 그들은 납으로 만든 투우사모양 손에 「망또」를 들고 개를 쫓아 달려갔다.
『안돼요! 안돼요!』 알랭 로베르는 「가바르딘」「레인코트」 소매를 손톱으로 할퀴며 소리쳤다.
『잡히고 말겠어요! 저어…어쩌면 좋아요? 저어…아아! 저것 보세요!』
순경들이 개를 붙잡으려는 그 순간에-그리고 개가 우뚝 서서 귀를 축 쳐뜨리고 꼬리를 내려 뜨린채 선자리에서 떨고 있는데- 다른 개 한마리가 그리로 왔다. 그놈은 시계 강안로(江岸路) 쪽에서 왔는데 목줄이 없는 「세퍼드」이지만 집을 잃은지는 얼마 안된 놈이었다. 다리를 보니 먼저 놈보다 하루나 이틀은 덜 헤맨것 같았다.
그놈은 으르렁거리지도 않고 빠른 걸음을 멈추지도 않고 이빨을 드러냈다. 사람들은 길을 비키고 개들은 함께 같은 걸음걸이로 강안로 쪽으로 다시 떠나갔다.(저놈들은 이젠 살았다.)
하고 알랭 로베르는 생각했다.
「틀림없이 살았어… 다른 개 한마리가 왔기 때문에… 이젠 두마리니까…」
두마리가 살았다… 그러나 집 잃은 개들의 비밀은 버림받은 어린이들의 비밀로 되지 않겠는가? 알랭 로베르는 바로 이순간에 알지못하는 도시의 저편에서 마르끄가 그에게로 올 차비를 하고 있는 줄은 모르고 있다. 마르끄… 그러나 기다리라! 집 잃은 이 어린이를 저 어린이에게로 데려가는 운명의 신, 미소하는 운명의 신은 손이 둘이있는데 재간있는 쪽인 바른손은 의사리고 하고 마음의 손인 왼쪽은 소년심판원(少年審判院) 판사라고 한다.
『그들은 둘이기 때문에 살았다…』
호송관은 알랭 로베르의 팔을 끌었다.
『자아, 이제는 빨리 가자 「당페르」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 개하고는 어떻게 된거야?』
그는 덧붙여 말했으나 아무 대답도 듣지 못하리라는 것을 미리부터 알고 있어 거의 쭈빗거리는 말투였다.
『붙잡을려고 했어요, 구해줄려고 한거죠뭐!』
알랭 로베르는 눈쌀을 찌푸리며 씹어벹듯이 말했다.
『그렇지만 아저씨도 봤지요, 그놈은 저를 붙잡을려고 하는 사람들 만큼이나 나도 무서워했단 말이야요! 이건 더욱 불공평해요…』
『그렇다. 너무 불공평하다.』
그 사람은 이상야릇한 목소리로 뇌까리고서 소년의 손을 놓았다.
『헌신을 하고 그놈들을 구하려고 하고 그놈들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는데 그놈들은 우리를 무서워하고 우습게 여긴단 말이다! 불공평하고말고!』
그 사람이 하도 열을 띠고 말하는 바람에 소년은 멍청하니 그를 훑어보았다. 소년은 그 사람의 얼굴이 시뻘겋고 숨을 씩씩거리고 눈이 반짝이는 것을 보았다- 안경 뒤에 있는 진짜 눈을. 그는 어째서 자신이 그 사람의 손을 도로 잡았고. 어째서 손이 보이지 않는 소매로 돌무더기를(그것은 「노트르담」 성당이었다) 가리키며 온순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물었는지를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아저씨 저 성당은 뭐지요?』
엄마는 서류 ①
『너를 「당페르」로 보낼테다』하고 지방 원장이 말했고 또 호송관도 방금 『빨리 가자 「당페르」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알랭 로베르는 매번 「랑페르」(역자주 「당페르」는 「빠리」의 거리 이름이고 「랑페르」는 지옥이란 뜻)라는 말로 알았다. 그러므로 그는 「포켓」 속에 주먹을 꼭쥐고 누가 조금이라도 위협하는 것 같기만해도 달아날 태세를 갖추고 「당페르 로슈로」 대로의 구호병원(救護病院)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처음으로 만난 흰 옷입은 사람중의 하나가 그에게 눈을 찌긋해 보이고 담배를 이쪽 입귀에서 저쪽 입귀로 옮겨 물며 『이 사람 잘 있었나?』하고 말했다. 소년은 친절히 어른들이 좋아하는 함정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는 터이라, 차디찬 눈초리로 그를 쳐다볼 뿐이었다.
『서류 나부랑이를 가지고 왔오?』
그 사람은 물었다. 그의 담배는 마치 포위당한 탑의 대포처럼 이 입귀에서 저 입귀로 분주히 옮겨 다녔다. 「레인코트」를 입은 사람은 거기서 서류 한 묶음을 꺼냈다. 그것을 받은 직원은 확인해보고 「카아드」 놀이를 하는 사람 모양으로 날쌔게 한손에 부채처럼 펼쳐들었다. 『좋아… 그렇지… 으음…』 그는 서류를 더 달라고 하지 않았다. 그만한 장수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바로 그것이 저 유명한 일건서류라는 것으로 그것을 떠나서는 알랭 로베르가 「행적상 생활」을 할 권리가 없게되는 것이었다. 자기와 떨어질 수 없는 동무이고 자기보다 더 귀중한(둘중의 하나가 다른 쪽과 떨어져서 살 수 있다 해도 그것은 소년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 일건 서류를 이손에서 저손으로 넘어가는 대로 근심스러운 눈으로 지켜보며 따라다닐 참이었다. …소년을 이 과에서 저 과로 데리고 다니게 될 간호부들도 왼 손을 그의 어깨에 얹고 감색 날개로 그를 보호하겠지마는 바로 그 「일건서류」를 들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손이 그것을 너무 세게 쥐든지 접든지 꾸기든지 하면 괴로워하는 것은 바로 이 소년일 것이다.
지금 당장은 이 소년이 첫째 마당, 친잘…욋과…세균검사실…이비인후과…따위의 「에나멜」을 입힌 간판이 스무개 가량 서있는 네거리에 있다.
알랭 로베르는 웃을 경황은 없다. 그러나 그 사람들의 코 목 귀가 화살표를 딸라 왼쪽으로 달아나고, 눈은 바른쪽으로 신경은 안쪽으로 뼈는 원천정(原天井) 밑으로… 이렇게 달아난다면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문 위에 「의심스러운 자들이 방」이라는 글이 보인다. 「의심스러운 자들? 나를 그리로 데리고가면 달아나 버릴테다!」-안들어간다. 서류를 든채 그 앞을 지나친다. 팔에 보따리 한개를 열심히 서투르게 안고 오는 여신들을 끊임없이 만난다.
그것은 애기들이다. 그러나 알랭 로베르는 그 보따리중의 하나가 울었을적에 비로소 그것을 알아차렸다.
신병(新兵)들이 하는 것 같은 농담들을 지껄이며 흰옷 입은 사람들은 빨래 보따리를 마차에 쌓는다.
모두가 희게 보인다. 그러나 손수레에 실은 애기 우유병 궤하나 만으로 모든 것이 희색이되고 까칠까칠하고 거칠게 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