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잃은 개] (46) 병원 - 침묵 ⑤
발행일1966-08-21 [제531호, 4면]
『신문의 대봉을 가지고 네 부모를 찾아? 말도 마!…』
그러나 이런 생각을 감히 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또 한가지 이런 핑계를 찾아내고서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마르끄한테 이 얘기를 하면 내 친구니까 저도 가려고 할거다! 그런데 그애는 순경들이 「떼르느레」에 데려왔으니까 감옥에 갈 염려가 있어…』
그런데 자기에게는 모든 일이 순조롭게 될 것이었다. 부모만 찾아내고 보면 그는 아무에게도 꿀릴 것이 없을거다!
자유… 그의 계획 진행중에서 생각하고자 하지 않는 것은 「시체실」뿐이었고, 생각하기를 피하는 사람은 오직 프랑쏘아즈 여대장 뿐이었다. 밤에 그 여자가 그의 침대 곁을 지날때면 그는 자는체 했고 그 여자가 관자놀이에 입을 맞출 적에는 때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다른 여자의 애정을 받아들이는 것을 보면 그의 어머니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아니! 제 친자식처럼 키쓰를 해주다니! 「떼르느레」를 떠나고 그를 버리려고 하는 주제에 - 제가 그렇게 말했거든!…』
『너 자는체 하지, 난 알아!』
『내가 그렇게 하고 싶으면은?…』
『내가 키쓰 해주는거 싫으냐?』
『왜 나한테 키쓰해요?』
『난 네가 좋으니까!』
『무슨 「권리」가 있어서요?』
프랑쏘아즈 여대장은 벌떡 몸을 일으켰다.
『다들 잘자거라!』
그 줄의 마지막 다섯 소년이 침대에 일어나 앉았다.
『이보세요. 여대장님! …진짜! …우린 그냥 두기야요…?』
그 여자는 아무 말도 대답하지 않았다. 구슬픈 목소리로
『여애앙님! 여애앙님!』
하고 그 여자를 부르는 어린 흑인소년 골롬보에게조차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조용해! 불끈다…』
그 여자는 자기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앞으로 늘어진 머리로 손을 가리었다.
『이 이상 할 수 없어… 애들이 너무 마음이 굳어, 너무 굳단 말이야… 의사선생님 말이 맞았어, 애들에게 너무 애착심을 가지지 말라고! …제일 꼬마는 병원에 있고…또 알랭 로베르는 이제는!… 「무슨 권리냐고?」 - 아아! 그 말투가 어쨌느냐 말이야… 이 말을 「이빨」에게 할까? 마미에게 할까? …무슨 소용이 있겠어? …아니 난 이 이상 어쩔 수 없어, 어쩔 수 없단 말이야…』
만일 그 여자가 문을 열었더라면, 마음을 정하지 못해서, 불행한 알랭 로베르, 용서를 청하고 자기 계획을 말하고 그것을 포기하려고 한 알랭 로베르가 문 뒤에서 있는 것을 발견했을 것이다…그러나 그 소년 자신도 조금 뒤에 그 문을 밀고 들어섰더라면 우편물이 올때마다 그 여자에게 파란 봉서를 보내 주는 그 사람에게 결정적인 편지를 쓰고 있는 처녀를 발견했을 것이다.
프랑쏘아즈 여대장에게는 길이 아주 먼 것처럼 생각되었다. 그러나 알랭 로베르에게는 빨리 지나갔다.
그는 끊임없이 자기 포켓에 들어 있는 아주 중요한 물건들을 되새기고 있었다. 노끈, 설탕, 작은 향수병 …그리고 무엇보다도 심장가까운 포켓에는 그의 부모의 손으로 쓰여진 대봉 여섯개가 들어 있었다. 버스 안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하기는 소년은 부랑자들 모양으로 그가 가진 옷을 전부 껴입었었다. 그는 머리속에 다시 한번 그의 탈출영화를 비쳤다.
「병실… 방 두개… 층계… 복도… 그리고… 어… 시체실… 마당… 또…」
『무슨 얘길 하는거냐?』
너무 열중한 나머지 그는 커다랗게 지껄이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요? 아무 말두요!』
그는 다른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그 여자는 그가 다시 비쭉거리는 줄로 생각했다.
『오늘 저녁에 이 애하고 따져 보겠다』
프랑쏘아즈는 결심했다.
『아아니! 일주일전만 해도 둘이 함께 「어린 왕자」를 읽었는데, 지금은… -안되지, 그대로 넘기지 않을테다! 오늘 저녁에는 알게될거다…』
과련 오늘 저녁으로 그 여자는 알게될 것이다…
그들은 올라프가 한층 더 쪼그라들고 더 거리가 생기고 끌레망쏘는 더 늙은것을 발견했다. 침대 밑에 있는 체온표는 점점 더 가파로워져 가는 산봉우리의 연속 같았다.
끌레망쏘는 말했다.
『난 이것이 좋은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애가 병과 싸운다는 증거가 되는겁니다 …그렇게 생각지 않으세요?』
『물론 그렇고 말고요!』
여대장은 약간 갈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여자는 눈이 빛나는 어린 소년에게(그 여자의 눈도 마찬가지로 빛나고 있었다…) 키쓰 해주고 나서 지난번 모양으로 밖으로 나갓고 노인은 잠이 들었다. 알랭 로베르는 올라프의 손을 꼭 쥐었다. 그러나 이내 놓았다. 펄펄 끓고 있기 때문이었다.
『내 예기 패짝들에게 했니?』
『그럼! …야(그는 포켙속을 뒤졌다) 네가 좋아하는 노끈을 가져왔다. 매듭을 만들라고…』
『아 고맙다! 그런데 말이다 그 개가 어저께는 하루종일 울었단다. 그자들이 몹쓸 짓을 했나바…』
『이젠 개 걱정은 하지마! …자아, 잘 있어라!』
『그렇지만 여대장님이…』
『자는체 하고 있어.』
『그러지. 좀 기다려!』
올라프는 늘 간직하고 있던 작은 물병을 베개 밑에서 꺼내 그 미지근한 병을 알랭 로베르의 손에 쥐어 주었다.
『네가 이게 소용이 될지도 몰라 … 그렇다니까! 알 수 없거든!』
그는 더 깊숙이 뒤져서 백 「프랑」짜리 지폐 한묶음을 꺼냈다. 어떻게나 새 돈인지 가짜돈으로 보일 지경이었다.
『그렇지만…』
『받아 둬! 이건 할아버지가 내게 준거야!』
『그러니. 자 잘 있어라, 올라프야!』
방 두개, 층계, 복도…
개는 꼬리를 치며 문에 기대 서 있었다.
그 눈은 울고 있는데 아가리는 허연 이를 드러내며 웃고 있었다.그러나 알랭 로베르는 개는 보지 않았다. 「시체실」문에 두 눈이 붙박혀 있었다…
『방금 죽은 사람들을 두는 곳…』
그는 이 생각을 그친 적이 없었고 이 순간을 줄곧 무서워햇었다 그런데 마침 거기에다 죽은 사람을 갖다 놓은 길이라면… 죽은 사람은 어떻게 생겼을까? 정말 움직이지 않나?… 입을 벌리고 있다는데… 어떤 때는 눈이 감기지 않는다면서… 구더기가 …그래, 구더기가… - 오던 길로 도로 가서 프랑소아즈 여대장을 기다렸다가 「떼르느레」로 돌아가면 그렇게도 간단할텐데! 이 시간에 저기서는 다들 축구를 하고 있었다 …참말이지, 그로 하여금 죽은 사람들을 놓아두는 곳에 들어가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은 참말이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개가 초조와 고통으로 짖어댔다. 그래서 소년이 그쪽으로 눈을 돌리어 개의 옆구리에는 이전 것보다도 더 길고 아주 샛빨간 새 상처가 나 있었다.
알랭 로베르는 주먹을 부르쥐었다.
『망할 자식들!… 아니, 바로 네가 제일 망할 자식이다』하고 혼자 말했다.
『자아! 앞으로!』
그의 심장이 하도 세게 뛰어서 속이 메슥메슥할 지경이었다. 이제 결심을 한 것이었다. 이미 자기 손이 아닌 것 같은 손으로 그는 「시체실」 문을 열고 감히 들여다 보앗다. 방은 비어있었다! 그러나 무엇이 있는 것 같이 이상야릇한 냄새가… -
그는 달음박질로 그 방을 건너질렀다. 마당의 공기는 아주 상쾌한 것 같이 생각되었다.
개는 적당한 문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알랭 로베르가 포켓에서 끈을 꺼내서 개의 목걸이에 붙잡아 메니 개는 아주 세밀하게 끈을 맡아보았다. 그러나 한번만 냄새맡는 것으로 넉넉하다. 이제 다시는 그 냄새를 잊지 않을 것이다. 소년은 개의 귀에 대고 말했다.
『그래, 이놈아 …맞았어, 이놈아 …우리 둘이 … 두고 봐라 …』
그는 개에게 자기 얼굴을 세번 핥게 하고 그 다음에는 손을, 그다음에는 무릎을 핥게 했다.
『지체하지 말자…』
행길로 향하는 이중철문이 안에서 쉽사리 열렸다. 조금 후에 소년과 그의 개는 나란히 다른세계, 「자유」의 세계를 걸어가고 있었다.
「믈룅」을 벗어나는 곳에서 알랭 로베르는 트럭 네대가 머물러 있는 트럭 운전수 식당 앞에 멈추어 섰다. 처음 나오는 두 운전수에게는 말을 건네지 않았다. 그들의 얼굴이, 얼굴이… 어찌되었든 그들에게는 말을 걸지 않았다! 그러나 세번째로 나온 반백의 운전수가 자기 트럭으로 갔을때에 그에게 말했다.
『저하고 개를 「빠리」까지 데려다 줄 수 없으세요?』
운전수는 한 아이가 다른 아이를 보듯 알랭 로베르를 바라보았다. 이 시간이 소년에게는 몹시 길어 보였다.
『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