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잃은 개] (3) 엄마는 서류 ②
발행일1965-09-19 [제487호, 4면]
알랭 로베르는 차거운 공기속에 연기 두줄기를 내뿜는 말앞에 발을 멈춘다. 오늘 아침부터 그가 만나서 기분 좋은 것은 이것이 처음이다. 그는 뜨뜻하고 부드러운, 그렇게도 부드러운 콧등을 거칠게 쓰다듬는다.
『「푸르트」 농삿군』 그는 중얼거린다.(이것은 「드루」 농장에 있는 말의 이름이었다)
『뭘 기다리니?』 간호원이 물으며 서류를 미끼처럼 흔들어 보인다. 알랭 로베르는 뛰어서 종이 형제에게로 갔다. 말은 머리를 천천히 돌려 제게 말을 할줄아는 손을 가진 이 소년을 눈으로 뒤따랐다.
이번에는 엄청나게 큰 솥들이 걸린 식충이네 부엌앞을 지나 다시 휴식운동장 두개를 건너지른다. 소년들은 소리를 지르며 서로 쫓고 쫓기고 한다.
소녀들은 둘씩 거닐고 있다. 그들은 모두가 감색이나 붉은색의 작은 「첵크」 무늬가 있는 앞치마를 입고 있다. 창문들에도 역시 감색이나 붉은 빛의 작은 「첵크」 모의가 있는 「커어틴」이 걸쳐있고 그 뒤에는 너무 엄숙하거나 너무 시시덕거리는 얼굴들이 빼국차 있다. 알랭 로베르는 눈쌀을 찌푸린다. 사방에서 그를 엿보는 것을 알게된 것이다.(저자들을 난 우습게 안다)고 그는 침울한 눈을 하고 뇌까린다.(내가 저자들을 우습게 알고있으니 아무러면 어때?) 이 추론(推論)이 그에게는 결정적인 것으로 생각된다.
일건서류와 소년은 서로 뒤를 쫓아 이 흰「가운」에서 저 흰「가운」에게로 넘어가게 된다. 사람들은 그의 키를 재고 몸무게를 달아보고 청진을 하고 기침을 시키고 「라라라」를 되뇌이게하고 목구멍을 보이라고 하고 「아아아!」 소리를 내게 한다.
복사뼈, 슬개골(膝蓋骨) 손목을 작은 마치로 두드려 본다. -『좋아…』 허리와 배와 그 아래를 눌러본다… 『아야!』 『또 여기는 아프냐?…』 소학생이 쓰는 펜으로 그의 팔을 긁어보고 긴 바늘로 찔러본다. 『움직이지마, 이제 끝났다.…』 그에게 액체를 주사하고 피를 뽑아낸다. 큰 유리컵에 소변을 보라고 한다.
『나오나?…』 물론 안나오지! 그러더니 벼란간 그렇다 『나와요~』
컵이 넘기 전에 그치란 말이야!…
이렇게 하는것이 하루종일 걸렸다. 그리고 매과 마다 머리를 박박까고 「망또」를 입은 꼬마들이 흰 의자에 앉아서(헐렁배이 구두가 바닥이 닿지 않는 아이들도 여럿 있었다.) 모두 일제히 외양간의 가축들 모양으로 들어오는 사람 쪽으로 서글프고 체념한 눈길을 돌렸다. 너무 오래 기다린 아이들은 그들이 갇힌 곰처럼 몸을 좌우로 흔드는 것으로 알 수 있었다. 치과에서는 어떤 사과들처럼 뺨들이 조옥 정렬해 있는 것이 보이는데 그중 하나만이 붉은 빛이 돌았다.
하루종일! 이래서 소년은 어떤 억만장자의 아들보다도 더 잘 진찰을 받고 치료를 받고 관심을 끌고 거기서 나왔다… 일건서류는 새 증명서로 부피가 불었고 건강수첩에는 가지가지의 글씨와 도장이 쓰이고 찍혀 그자주빛 잉크가 눈오는 하늘빛 같은 수첩의 종이뒤에까지 비쳤다.
소년부(중간반)에서는 돌을 던져 주는것을 빵부스러기인줄 알고 몰려드는 고기들 모양으로 동무들이 알랭 로베르에게로 왈칵 몰려왔다가는 아무 대답도하지 않으니까 이내 흩어졌다. 「어디서 왔니?… 왜 여기 오게 됐니?… 거긴 갈보들이 있니?… 너 빨강머리 마르쌜 모르니?…」
-아무것도, 한마디도 없다. 돌처럼 딱딱하게 차겁게 보지 않고 듣지 않고 물속으로 가라앉으려고 결심한 것이었다.
『그 자식 벙어리다.』 한녀석이 말했다.
『천만에다! 이태리놈이야…』
『똥이나 먹어라』 알랭 로베르는 이 두가지 가정(假定)을 듣고 이렇게만 내뱉았다.
『하여간에 얼마간이다!』 싸움을 걸려는 세째 녀석이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알랭 로베르는 서두르지도 않고 제 침대로 기어 들어가서 한 소년이 자고 있는 반대쪽으로 돌아누웠다.
『여긴 진짜 감옥이야. 그렇지만 난 아무 상관없어, 난 오래있지 않을 테니까. 난 「임시」란 말야』
자는체 하던 녀석이 눈도 뜨지 않은채 쉰목소리로 말했다.
대답 대신 알랭 로베르는 그와 그 보잘것 없는 얼굴들 사이에 남아있는 마지막 문을 닫았다. 눈을 감은 것이다. 그는 생각했다.(임시라고 진짜 불쌍한 자식이구나, 자식은 일건서류도 없단 말이야…)
아침 수업중에 교사는 쪽지 한장을 받았다. 『알랭 로베르를 의정신교육과(醫精神敎育科) 끌레랑 선생에게 보내 주시요…』
아이들은 시시덕거리며 팔꿈치로 서로 쿡쿡찌른다. 큰아이 하나가 몸을 비비 꼬아서 알랭 로베르의 주의를 끌어 가지고는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며 꼬부린 식기로 자기 관자놀이를 두번 두드린다. 재수 없군! 동무를 끌레랑 의사에게 데리고 가라고 교사가 지명하는 것은 바로 이 큰아이다.
『아아니, 왜 내가 가요, 선생님?…』
『-의 무슨과라는 건 뭐야?!』 그래도 알랭 로베르는 「망또」 자락을 펄럭이며 층층계를 곤두박질해 내려가면서 물어본다.
『미친놈들의 의사!』
자존심으로 인해서 소년은 그 이상 묻지 않는다. 그러나 다리의 맥이 탁 풀리기 때문에 난간을 꽉 붙잡아야만 한다. 아아! 그는 이 동무, 저 수위, 연필을 귀위에 끼고 지나가는 간호원- 아무가 되어도 알랭 로베르만은 아니었으면 하고 생각 한다….
『저기다!』
동무녀석은 꽤 멀리서 말한다.(회색 건물들 가운데 끼어있는 분홍빛 건물, 마치 군중 틈에 끼어있는 어린이 같다…)
『나하고 같이가자, 야?』
그들은 안으로 들어간다. 거기에는 「에테르」 냄새도, 「레몬」 냄새도, 「쟈벨수」 냄새도 나지 않고 「페인트」 냄새만 풍긴다. 흰「가운」이 또 하나! 소년들 쪽으로 온다.
『재야요, 알랭 로베르는!』
큰놈이 아주 빨리 말한다.
『너는?』
알리스양이(끌레랑 의사의 조수) 묻는다.
『보세요, 난 안불렀어요!』
『그래도 이름은 말할 수 있지 않아!』
『와 응 훼 와(아봉 에두아르)!』
큰놈은 겁을 집어먹고 더듬거린다.
그는 문을 탁 닫고 도망쳐 버린다.
알리스양은 어깨를 들썩하고는 소년 쪽으로 돌아선다.
『얘, 이봐… 그런데 왜 나를 그렇게 쳐다보니, 알랭 로베르? 주살 놔 주려는게 아니야, 여기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어…』
그 여자는 유리를 낀 문이 달린 자기 사무실로 다시 들어간다. 거기서 벌써 15분 이상이나 일곱살(그중 여섯해는 해변에 있는 요양소에서 지냈다) 먹은 어린 알베르의 비밀을 캐내려고 해보았다.
『우리가 무슨 말을 하구 있었지 알베르야. ?아 그렇지! 얘기 해봐라, 거기엔 네가 좋아하는 간호부가 꼭 있지?』
『……』
『어떻게 생겼었니? 눈을 감으면 그 간호부가 보이니?』
『……』
『그리고 여기 네 여대장 이름은 뭐냐?』
『룻소 여대장.』
『룻소 여대장이 널 이뻐하지…』
『………』
『넌 여대장이 널 이뻐했으면 좋겠지?…(여전히 엷은 미소.) 난 여대장이 널 참 이뻐하는걸 알아!… 얘 너 가정이 뭔지 아니?… 알구 말구, 함께 살면서 우리한테 먹을 걸주고 밤에 입을 맞춰주는 아빠와 엄마지… 넌 가정에 가면 좋겠지?』
『아니.』
『어딜가고 싶으냐?』
『여기』
『여기 그냥 있겠다구? 그렇지만 알베르야, 잘 들어라 너 혼자서만 어떤 부인을 가지면 좋지 않겠니?… 그 부인은 「얘가 우리 어린 아들이예요」 이렇게 말할거야…(싫어) 그리고 또 넌 너 혼자만 가질수 있는 장난감도 있을 거야…(싫어)』
알리스양은 한참 동안 그를 들여다본다.
알베르는 표정 없는 눈으로 여전히 웃고 있다. 그는 깜짝 놀란다. 누군가 문을 두드린 까닭이다. 간호부다.
『끌레랑 선생님 안계셔요?』
『아니요, 보건성의 교육심리학원회에 가셨어요. 무슨 일이지요?』
『끌레베르외잰이요… 참 골치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