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잃은 개] (47) 병원 - 침묵 ⑥
발행일1966-08-28 [제532호, 4면]
늙은이는 그에게 아무 말도 묻지 않았다. 이따금씩 노래를 흥얼거리는데 음정이 어지간히 틀리고 또 언제나 같은 곡조였다. 다른 트럭운전수와 어길때면 그의 얼굴은 환해지고 그 투박한 손은 「클락숀」을 눌렀다.
딱 따가닥 딱… - 뺑뺑하고 다른 운전수는 응답했다. 개는 꼬리를 움직이고 소년의 손을 핥았다. 가난한자들의 우위 전부가 이 무의미한 신호, 이유없는 그 기쁨, 그리고 특히 그들의 침묵 속에 간직되어 있었다… 쁘로뱅씨는 그를 「떼르느레」로 데려가면서 아무말도 묻지 않았었다-. 「떼르느레」 - 알랭 로베르가 어떻게나 한숨을 땅이 꺼져라고 쉬었던지 늙은 운전수가 눈은 행길에서 돌리지 않은 채였지만그래도 물어보았다.
『애, 고마야, 너 바보짓 하지 않는다는 자신 있니?』
『난 부모를 찾아가는 길이예요!』
그리고 조금 뒤에 말을 이었다.
『나보다는 운이 좋다. 난 부모를 가진 일이 없었으니까!』
얼마 있다가 소년이 트럭으로 운반하는 것이 무엇이며 어디서 오는 것이냐고 물어보니 「마르쎄이유」에서 기름과 비누를 실어 오는 것이라는 대답이었다. 어허! 그럼 「도끼」가 그들에게 가르친 것이 참말로 있었던가? 「마르쎄이유」에서 비누와 기름이라, 알랭 로베르는 그런 것들이 교과서에 밖에는 없는 줄로 알았었다….
「빠리」에 들어서자 반백의 남자는 말했다.
『난 우선 차고에 들린다. 만약에 나를 찾을 일이 있으면 그리 오면 만날 수 있다. 나는 그랑쎄라고 한다.』
따뜻한 운전실에서 그들은 몸이 아주 마지가 되어가지고 나왔다.
그들은 어른답게 악수를 나누었다. 소년은 「떼르느레」와의 이 마지막 인연을 끊어버리는 것이 한시가 급했고 동시에 거기 남아있는 유일한 친구를 떠나는 것이 무섭기도 했다. 그는 다시 한번 돌아보았다. 운전수 역시 그를 바라보며 그 투박한 손가락으로 정다운 신호를 보냈다.
『내가 부모를 만나러 가니까 저 사람은 아마 내가 부러운가바! 부모를 만난다…』
이 마지막 말을 그는 감히 큰 소리로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 그들, 주인과 개는 6천개나 착실히되는 「빠리」의 한 거리에 있었다 - 그러나 소년은 그런 사실을 모른다. 그는 아직도 집 하나 하나, 행인 한 사람 한 사람, 각자의 얼굴… 쳐다본다.
그는 아직도 어떤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고, 이 거리 모퉁이에서 매우 아름다운 여자와 대단히 건장한 남자가 자기를 알아보고 품에안고 갈 것으로 믿고 있다.
그는 그의 생애를 이전과 이후, 이렇게 둘로 잘라 놓을 이 순간을 바라기도 하고 무서워도 한다… 아니다! 그의 연역에 의하면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 시간에 거닐고 있는 것은 다른동네다. 그리로 갈 것인가 - 아니, 아니, 내일가자! 그는 도망하는 것과 찾는 것을 언제나 따로 따로 예정했었다. 「떼르느레」를 떠난 뒤로, 조금 아까 이후로 모든 것이 몹시도 빨리 지나갔다… 오늘은 이만 하자! 내일, 내일… 그것은 밤이 벌써 다가오고, 또 밤과 더불어 거리의 소년들의 익숙한 동무들인 절망과 고적과 모든 것이 실패할 것이라는 확신이 찾아오는 까닭이었다. …내일…
아아! 제 홋이불 속에 숨어들어가서 따뜻한 속에서 멀리서 들려오는 「비로드」의 하모니카 소리와 마르끄의 「말마!」 하는 소리, 윗송의 「기만해!」 소리를 듣고 뺨 위에 여대장의 머리카락을 깨달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는 이 생각을 쫓아버린다. 눈을 똑바로 뜨고 그는 어두운 가운데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을 재촉하는 그 행인들의 얼굴을 여전히 훑어본다….
이부에서 온 이 주인과 개는 집이라는 벌집들 사이로 거리라는 개미집 속을 느린 걸음으로 걸어가고 있다. 소년은 이미 집 정면에 취하고 사람들의 얼굴에 취하고 말았다. 그는 그 행인들의 대부분이 서로 무관심하다는 것을 모르고, 한편에는 「빠리」 전체, 또 한편에는 자기 혼자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혼자는 아니지! 개가 그를 따라오고 있으니까, 아니 그보다도 그와 동행하고 있으니까.
아주 정확히 두 발자국에 대해서 세 발자국, 이름도 알지 못하는 이 개… 그는 자기가 알고 있는 이름을 모두 그 개에게 붙여 보았다. 「블랙」, 「톰」 , 「빠또」…(전부 여덟 내지 열개나!) 그러나 성공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이름을 생각해서 보았다.
「꼬뺑」, 「아스트레」, 「비께」… 개는 소년이 저한테 말을 거는 것으로 생각하고 어떤 이름을 부르던지 구별없이 꼬리를 쳐서 그렇다는 표시를 했다. 알랭 로베르가 그를 볼 때마다 개는 충실하지만 불안한 눈길로 마주쳐다보았다. 졸병과 같은 눈으로.
『이놈아, 그렇고 말고…』
개는 이따금씩 신음한다. 조금 아까 트럭 안에서 그 다리중 하나가 아주 빳빳해지더니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아마 「임종」인가 보다!』 하고 소년은 생각했었다.
지금은 나무에 대고 오줌을 눌때마다… 그런데 자주 오줌을 눈다 - 경련이 일어나고 하도 크게 신음소리를 내기 때문에 행인들이 돌아다볼 지경인데, 이들은 동정보다는 겁이나서 돌아다 보는 것이었다. 그럴때마다 알랭 로베르는 성이 나서 병원 생각을 한다.
『망할 자식들! 아! 망할 자식들!… 그렇지만 배가 고픈지도 몰라… 혹은 또 목이 마를지도 모르고…』
이렇게도 생각하며 튀김집으로 들어간다. 말라빠진 「쏘쎄이지」와 기름이 질질 흐르는 감자가 그에게는 산해진미로 여겨진다. 겨자는 마음대로! 이름 없는 개는 그것을 세몫이나 집어삼킨다. 그가 먹는 국이 약국이 시험실에서 나오던 때와 비교하면… 3백70「프랑」… 알랭 로베르는 눈섭이 까매가지고 그의 새 지폐를 센다. 무던히도 빨리 달아난다! 다행히도 내일은… 내일이면…
이제 주인과 개는 넓은 거리의 황홀한 영화관들 사이를 거닐고 있다. 누가 이 밤중에 그 사람이 그 사람 같은 이 군중 속에서 그들을 찾을 생각을 하겠는가? 알랭 로베르는 자랑스럽게 병원의 망할 자식들 생각을 한다.
『당신은 그 여러가지 「접종」을 한 우리 개를 도망치게 했단 말이요? 당신은 해고요!』 그러나 그는 「떼르느레」 생각, 「이빨」, 뷔팔로 생각… 그중에도 그 여자 생각은 애써 하지 않기로 한다.
그는 바로 「물랭 루쥬」 맞은 편 벤취에 앉아있다. 얼마 지나서 어떤 큰 작자가 그의 곁에 바싹 다가 앉더니 손을 쓱 대민다… - 아아니, 이자가 뭘 하는거야? 소년은 이제는 감히 움직이지도 못하고 일어나지도 못한다.
『이리 와!』
하고 작자가 중얼거린다. 오라니, 어디로 말인가?
아니 대관절…? 그런데 지금은 그의 손이… 소년은 절망적으로 개의 끈을 잡아당긴다. 벼란간 개가 벤취 밑에서 튀어나오더니 목이 쉬도록 짖으며 작자에게 대든다. 작자는 간신히 일어마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도망치며 소년에게 소리 지른다.
『아아니, 그런데 너 거기서 뭘하고 있는거야?』
『으르릉… 으르릉… 으르릉…』하고 개가 응답한다.
『가자!』
알랭 로베르는 혼이 나서 개에게 속삭인다.
『빨리 가자!』
그들은 뛰어서 다시 길을 간다. 그들이 아는 오직 하나의 길을! 그것은 이를 악물고 힘 없는 다리로 「빠리」의 더러운 숲속을 식인귀(食人鬼)와 늑대와 남녀창부들과 대폿집… 들 사이로 다시 건너절러 가는 꼬마사람과도 같았다… 아아! 「떼르느레」!… 사람 살려요, 여대장님 사람 살려요!…
- 야! 이 꼬마야, 그 여자더러 도대체 어떻게 해달라는 거냐? 그 여자는 지금 이 시간에 고민과 가책으로 가슴이 답답해서 그의 방이라는 감방에서 뱅뱅 돌고 있다… 그 여자는 모든 착한 사람들이 그렇듯 자기만을 나무란다. 그 여자는 너를 용서했다. 그 여자는 너를 부른다 - 방금 창문을 열었다 - 그 여자는 티없는 밤속에서 네가 그 여자를 부르는 것만큼이나 절망적으로 너를 부른다. 말 한마디 없이!
푸른 눈길과 검은 눈길이 공간에서 마주친다… 순경들에게 신고를 했고 올라프 생각을 해서 수풀을 사방으로 뒤졌다. 모든 역과 모든 경찰서에 연락이 되었고 제목을 입은 수백명의 사람이 아래와 같은 특징거시(特徵擧示)를 되읽는다. 11세. 검은 고수머리, 너무 긴 옷… 그들은 너를 몰래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 여자는 울면서 너를 부르지마는 너를 위해서 아무 일도 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