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잃은 개] (48) 병원 - 침묵 ⑦
발행일1966-09-04 [제533호, 4면]
그리고 나도 너희들을 보고 있다. 너희들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다른 어린이들과 같은 어린이요, 다른 개들과 같은 개지만, 둘이 다 집을 잃은 것이다. 우리는 너희들을 위해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우리는 아무도 꾀어내지 않았고 버리지 않았고 실망 속에 빠뜨리지 않았다. 집을 잃은 어린이와 개들이 있다 해도 우리 탓은 아니다! 물에 빠져 죽는 애밴 처녀가 있다해도, 자기 자식을 발길로 차서 죽이는 아버지들이 있다 해도 우리의 탓은 아니다. 오막살이가 있고, 대폿집, 실업자가 있고, 도둑질을 하고 매음을 하는 소년소녀가 있다 해도 우리 죄는 아니다!…
그렇다면 만약에 그대들에게 「조금도」 죄가 없으면 왜 그렇게도 큰 소리를 치는가? 만약에 그대들이 「아주」무죄하다면 어째서 그때문에 잠을 못자는가 말이다! 만약에 이 야성적인 소년과 이 학대 받는 개를 위해서, 그대들의 자식이 아닌 그 집잃은 모든 어린이들을 위해서 그대들이 「절대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면 왜 벌써 이 책을 덮어 버리지 않았는가?
알랭 로베르와 그 동무는 차고 안으로 살금 살금 기어 올라가서 서로 기대앉아 -이것은 그들에게 남아있는 유일한 은혜였다- 이내 잠이 들었다.
이튿날 아침 그들은 거의 따뜻한 도시 안으로 나왔다. 오는 3월이 태양이 12월을 한바퀴 둘러보러 왔었다.
사람들과 새들은 거기에 속아넘어갔었다. 그러나 나무들은 그렇지 않았다. 쇼윈도의 거울 앞을 지나 가며 알랭 로베르는 자기를 알아보지 못했다. 웃고 있는 것이었다. 희망! 생전 처음으로 희망이….
그는 이 시간에 그의 패짝들이 교실에서 꽃 모양으로 태양 쪽으로 머리를 돌리고 있다는 것을 생각했다. 그런데 자기는 빵가게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가 행길을 건너질러 맞은편 가게로 들어갔다. 그저 자기의 자유를 시험해 보기 위해서였다! 자기는 초생달빵을(초생달빵!) 사가지고 벤취에 앉아서 좀 더 … 아니야! 「빠리」에서는 절대로 벤취에 앉을 것이 아니야. 화장 대신에 그는 이마와 귀 뒤에 향수를 서너방울 발랐었다. 싱싱한 햇살 때문에 논을 찌푸리고 알랭 로베르는 생각했다.
『부모를 만나는 것은 오늘이다. 나는 계획이 있어…』
그런데 다른 알랭 로베르는(큰 소리로 말하면 따귀를 갈겼을 알랭 로베르) 이렇게 덧붙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찾아내지 못하면 다른 트럭을 얻어 타고 「떼르느레」로 돌아간다. 「이빨」은 야단을 치겠지 -좋아! 그렇지만 여대장님은 나를 용서해주고야 말거야. 나는 마르끄하고 둘이서 이 개를 거두어 기르고, 그리고 다른 패짝들은…』
『…「오로르」이요, 「위마」요!…「믈룅에서 도망친 개」 기사 있읍니다…「오로르」 사세요!…』
신문 가두 판매원의 말귀절이 그에게까지 오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화살은 오랫동안 날았다. 그러나 대번에 들어가 박혔다. 알랭 로베르는 얼굴이 하이얘져 가지고 떨리는 손으로 새 지폐 한장을 신문팔이에게 내밀었다.
『넌 잔돈이 없단 말이냐?』 - 그리고는 개를 끌고 가장 깊숙하고 가장 어두침침한 대문 밑으로 갔다. 대번에 다시 겨울이 되었다.
실험견 「믈룅」 시립병원서 도주
여러가지 기관, 특히 제3의 병은 신장을 접종한 개
누가 「까디」를 찾아낼 것인가?
알랭 로베르는 개에게로 몸을 굽히고 『까디!』하고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개는 좋아서 몸을 부르르 떨고 얼굴로 뛰어오르며 무릎과 손들을 핥기 시작했다. 다시 읽으려고 하다가 소년은 물방울 하나가 신문에 떨어지는 것을 보고 이상히 여겼다… 그것은 땀에 흥건히 젖은 그의 이마에서 떨어진 것이었다.
기사의 나머지 부분을 읽으니 약간 마음이 놓였다. 거기에는 그런 실험의 잔학성을 분개하는 말이 있었다.
「까디」가 영영 병원으로 돌아가지 말기를 바란다는 것이었다.
『까디!』
개는 머리를 갸우뚱 하고 귀를 쫑긋 세우고 앉아서 이 이름을 설탕덩이처럼 기다리고 있다가 다시 기쁘게 짖으며 그것을 맞았다.
『「까디」 이녀석아 우리는 어떻게 된다는 거냐?』
개의 옆구리에 있는 길다란 상처, 이제는 소년의 눈에 그것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 상처를 숨기자! 어떻게 해서라도 우선 그것을 숨기자!…
팽팽해진 낚시줄로 주의가 끌리는 낚싯군과 같이 알랭 로베르는 「까디」가 줄이 끊어져라고 잡아당기는 것을 발견했다. 개는 인도 위에 둥그런 베개처럼 생긴 커다란 패짝을 보았던 것이다. 그 개는 아마 10년째 아침마다 그러는 것처럼 늘 멎는 가로등 기둥에 발을 멈추면서 호나 동네 순시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대식가이고 습관은 조금도 어기지 않는 정년퇴직관리와 같이 얼굴이 무섭고 소갈머리가 없게 생긴 쏘세이지 같이 몽투룩한 개였다. 그래서 12월 1일부터는 외출할 적에는 아직도 나프탈린 냄새가 나는 그 밤색털옷을 입혀 주어야만 했다…. 다행히도 그 개의 순시는 「까디」와 그의 주인이 그를 기다리고 있는 원형천장 밑으로 지나갔다. 이들이 태양 밑으로 다시 나타났을 적에 「까디」는 「옷을 입고 있었다』 얼마 동안 알몸둥이의 커다란 개 한마리가 숨을 헐떡이며 그들을 쫓아갔다. 그러다가 미친듯한 그의 짖는 소리가 멀어져가더니 그 다음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제는 빨리 서두르는거다…』
그들은 큰 거리를 다시 올라가서 스무개나 되는 길을 돌아가는데 그 때마다 소년은 그의 종이에서 그 거리 이름들을 지워갔다… 마침내 그들은 도착했다.
『「까디」야, 이 철창문에 너를 붙잡아 매놀테니 꼼짝 말고 있어라! 꼼짝말아!- 꼼짝말아!…』
이렇게 다시 한번 외치고 천장 밑으로 들어갔다.
「타아잔」 - 「편집 및 서무」 - 4층 오른편.
그의 가슴이 하도 세게 뛰는 바람에 그는 층계참마다 발걸음을 멈추어야 했다. 「노크 없이 들어오시요」
『무슨 일로 왔읍니까?』
그에게 「해라」를 하지 않은 이 대머리 벗어진 늙은 사람이 처음이었다. 그의 눈은 마치 얼음밑에 사로잡힌 두마리 짐승 모양으로 꼼짝 하지 않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어, 할아버지 신문을 내게 보내주는 사람이 누군지 알고 싶어서요. 대봉을 가지고 왔어요… 보세요…』
『아아니 그걸 내가 어떻게 안단 ㅁ라이요? 그건 구독자용 대봉이 아닙니다!』
『무슨 말이야요?』
『누군가 가게에서 신문을 사가지고 당신에게 보낸거요. 아무라도 살 수 있는거요…』
소년은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나」가 아니야요, 그분들은 내 부모야요!』
소년의 목은 쉬어있었다.
『그럼 그분들의 주소를 알겠구려!』
『저어… 그 대봉을 돌려 주세요!』
『여기 있소! 여기 있어요!』
알랭 로베르는 문을 쾅 하고 닫았으면 했지만 「블룬트」 장치가 천천히 받는 소임을 맡아했다.
『바보같은 늙은이! 그 늙은이의 안경을 내동댕이 칠걸 그랬다! 「아무나…」라고 진짜지!…』
분노의 밀물이 아직도 그의 절망을 덮고 있었다. 절망은 층계 중간에서야 비로소 나타났다. 소년은 비틀거리지 않기 위해서 난간을 꼭 붙잡아야 했다.
그러나 외로와서 짖으며 그 자신만큼이나 절망에 빠진 「까디」를 다시 만나자 한가지 새로운 생각이 떠올랐다.
길…길…길…(그는 오늘 아침부터 돌아다닌 거리를 계산했다 - 아아! 「도끼!」 - 이때문에 한동안 시간이 지났다)
『됐어! 천주의 성모 마리아는 우리 불쌍한 죄인을 위하여 빌으소서…』
그는 우체국으로 들어가기 전에 개를 다시 가로등대에 잡아맸다. 그는 격자너머로 가장 상냥한 걸울을 골라잡아서 매우 오랫동안 꼬리잡이를 했다 - 그러나 염려했던 것보다는 덜 걸렸다.
『아주머니 이것 보세요. 이 주소를 쓴 사람이 누군지 알았으면 좋겠어요… 이것 보세요!』
『이 꼬마양반아 그걸 내가 어떻게 안단 말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