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잃은 개] (49) 병원 - 침묵 ⑧
발행일1965-09-11 [제534호, 4면]
「빠리」에서는 도대체 한다는 말이 「그걸 내가 어떻게 안단 말이냐?」야?
『그렇지만 「떼르느레」는 어떻든 내가 늘 있는 거기서는 우체국 아주머니가 썩 잘나는데요…』
『거긴 조그만 동네지? 그야물론 알지!… 그렇지만 알 수 없어!』
그가 얼굴이 핼쓱해지는 것을 보고 그 여자는 말을 이었다.
『너 무슨 다른 실마리라도 있니 성이나 이름 같은거…』
『이거 봐요…언제나 끝나는 거요?』
뒤에서 이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댁의 차례를 기다리세요! 지금 이분 상대를 하고 있다는걸 못보세요?(이 말에 「이분」의 마음이 약간 위로를 받았다)
저기 선반 위에 있는 전화번호 책에서 찾아봐라, 이동네 거리들을 찾아라, 번호책 찾을 줄 알겠지?』
『네, 고맙습니다. 아주머니!』
선반은 너무 높고 번호책은 사슬로 매여있었다. 소년은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 그뿐 아니라 「빠리」의 「로베르」라면 끊없이 긴 리스트를 몸에 지니고 있었다. 혹 이 동네에 사는 「로베르」에 표를 질러 나가느라면… 그러나 별안간 「까이드」의 욕이 생각났다.
『알랭 로베르… 둘 중에 어느기 성인지 알 수 있어?』
모른다! 자기 자신도 그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알랭」이 성이라면? 그는 마침내 번호책을 끌어내 가지고는 「알랭」이 있는데를 폈다. 「알랭」도 「로베르」만큼이나 많았다…
그는 시간도 잊고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조금도 상관하지 않고 꼼짝 않고 거기 있었다. 주소를 옮겨쓰는 직원들, 신분증을 내보이는 저 사람들, 모두 성명, 성명을 지닌, 소포 편지 서류더미 따위들과는 조금도 관계 없이 말이다.
이번에는 「까디」가 그를 사막에서 꺼내주었다. 개가 짖는 것이 아니라 부르짖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밖으로 곤두박질해 나갓다. 개는 경련을 일으켜 땅바닥에 딩굴고 빳빳해진 다리는 우스꽝스럽게 허공에서 허위적거리고 있었다. 구경군들이 빙 둘러서서 움직이지 않고 보고 있었다. 한 소년이 개를 손가락질 하며 웃고 있었다. 연약하고 불그레하고 「이리 저리 궤맨」자리가 있는 개의 배가 드러났다. 그 많은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할리가 없었다… 그뿐 아니라 어떤 사람들은 신문을 손에 들고 있기도 하고 포켓에 넣어가지고 있기도 했다… 잠깐 동안 알랭 로베르는 혼자서 달아날까 하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생각을 고쳐먹었다! 그는 빙 둘러선 구경군들 틈을 헤치고 들어가 패짝을 끌러서 품에 안고 뛰었다. 그는 불 붙은 장작, 신음하는 장작을 안고 가는 느낌이 들었다…
『「까디」 우리 「까디」야… 「까디」 이러지 말란 말이다…』
그는 개에게 중얼거렸다.
그는 『「까디」가 죽으련다!』는 생각은 감히 하지 못했다. -그는 개가 그 생각을 알아차릴까바 겁이 났던 것이다. …행인들이 그를 쳐다보기 때문에 그는 걷기로 했다. 옷을 초라하게 입었을 적에는 뛰지 않는 것이 낫다. 언제나 도망치는 것 같이 보이니까… 「까디」를 위해서 그는 벤취에 앉는 위험을 무릎썼다. 그리고 휴식을 취하는 그 순간부터 몹시 피로를 느꼈다.
그는 쟘바를 벗어 개를 싸주고 그놈에게 가만히 말하면서 기다렸다. 몇분 지난뒤 뜨뜻한 혀를 뺨에 느끼고 거칠은 발이 제손에 얹히는 것을 보고 다시 안심이 되었다. 그는 개를 일으켜 세웠다. 개는 코를 내불고는 『또 가볼까?』하는 뜻을 가진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들은 다시 길을 떠났다.
소년은 생각했다.
『이롬은 아프다. 지금은 이것 밖에 문제될 것이 없다. 아무때고 이놈이 「임종」을 할 수 있다. 개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 알았다!』 소년은 갑자기 이렇게 생각했다.
『병원의 망할 자식들을 비난하는 그 신문기자, 내 주머니에 있는 신문에 그 사람 주소가 있어. 그리고 또 어쩌면 그 사람이 내 부모 찾는 걸 도와줄지도 몰라…』
이번에는 개를 붙잡아매지 않고 자기 쟙바에 아주 따뜻하게 싸서 마당 안쪽 죽은 나무잎 보금자리에 뉘였다. 『「까디」에 관한 문제』 때문이라고 알리자 곧 속이 매스꺼울 정도로 빠른 승강기로 건물 꼭대기에 올려다 주었다. 그는 사람들이 모두 동시에 말하며 보는 둥 마는 둥 쳐다보는 사무실을 여러개 건너갔다.
『잘 있었어? 「까디」에 대해서 뭘 좀 안다지?』
「이빨」과 비슷하지만 빨강 머리고 또 같은 파이프담배를 피우는 싱글러기는 커다란 작자였다. 알랭 로베르는 자신을 다시 찾았다.
『난 「까디」가 어디있는지 알아요.』
『말해 봐라!』
소년은 이야기를 꺼냈다. 아동보호소 「떼르느레」, 대봉의 주소, 병원, 트럭, 신문, 우체국… 키 큰 빨강머리는 건성으로 듣고 있었다.
(조금 아까 사람들이 그를 건성으로 보던 것과 같이) 그뿐 아니라 그의 책상 위에서는 전화기들이 직직거리고 와오아거리고 탁탁거리고 가다가는 벨소리가 나기까지 했다. 기자는 힘없는 동작으로 수화기를 들었다.
『엉? …마랭을 불러! …엉… 2백줄, 더는 안돼…엉? …그건 데스크에서 적당히 할 거야!…』 그는 매번 친절하고도 귀찮은 듯한
『그래서』라는 말로 소년을 다시 상대했다.
『그렇지만 「까디」는 어떻게 됐어? 그보다도 「까디」 이야기를 해달란 말이다』하고 가끔 소년의 말을 중단시키는 것이었다.
소년은 말라 들어가는 입으로 말했다.
『나는 아저씨가 내 부모 찾는 것도 도와줄 수 있을걸로 생각했어요…」
그리고는 「하지만 그걸 내가 어떻게 안단 말이냐?」하는 말을 기다리며 가슴을 움추혔다.
『얘야 그건 내 담당이 아니다! 그리고 또 말이다, 너같은 처지에 있는 소년들은 많단다…』
『제 부모의 글씨를 아는 애들이 많아요? 천만에요!』
신문기자가 어깨를 들썩 하려고 하는 순간에 아주 마치 맞게 전화벨이 울렸다.
『엉? …좋아! 좋아! 하지만 조금만 있다, 지금 난 어떤 얘기를 듣는 중이니까(그는 여전히 힘 없는 동작으로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래서 얘야 이젠 빨리 해치우자! 「까디」는 어디 있니?』
『그렇지만 내 부모에 대해서는요?…』
『이거 봐라, 우선 경찰에 물어야 한다. 그렇게 할 생각은 없지, 아마?』
『「까디」 말인데요』
알랭 로베르는 일어서며 말했다.
『이 일에 경찰을 끌어드리진 않겠지요?』
『글쎄… 개입시키게 될걸! 여긴 개 집이 아니니까! 하긴 고아원도 아니지만』
기자는 조그만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렇지만 순경들이 개를 병원으로 도로 데려갈거에요!』
『아마 그럴테지…』
『그렇지만 신문에 아저씨가 쓴걸 보면…』
『엉 엉』
기자는 파이프와 연필을 포켓에 쑤셔넣으며 말했다.
『하지만 우리 일은 법에 어긋나는 일을 하는게 아니다. 알겠지? 우린 대중을 깨우치는 거야. 대중이 할 수 있는대로 해봐야 되는거지!』
『대중이라는건 뭔데요?』
『뭐? 그야 대중이란건 … 길에 다니는 사람들이지!』
알랭 로베르는 서서 몹시 창백해진 얼굴로 눈을 깜박이지 않고 기자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길거리에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까디」가 도로 끌려가지 못하게 한다는 거예요?』
전화벨이 다시 울렸다.
『엉? 그래! 곧 가네… 얘, 넌 여기서 날 기다리는거다… 아주 잠간만!』
기자는 문을 열어놓은채 벌써 사라졌었다. 소년이 그리로 살그머니 들어가 뛰지 않으려고 조심을 하면서 사무실 여러개를 지나 층계를 곤두박질해 내려가니 귀가 멍멍하도록 요란스러운 지하실이 되었다. 그는 모르는 곡간에 들어간 생쥐 모양으로 인쇄기 사이에서 방황하다가 마침내 벽시계와 신문을 읽는 뚱뚱보가 지키고 있는 유리달린 짝문을 발견했다.
그는 「까디」를 놓아둔 바로 그 마당으로 빠져나갔다.
『빨리 가자, 야!』
그들의 발자취를 더 잘 흐트러 놓으려고 그는 일부러 제일 작은 길들만 골라잡았다.
그랬더니 이윽고 다시 신문사건물 앞에 오게 되었다…. 그러자 그는 곧장 앞으로 도망 가기로 하고- 이렇게 해서 몇시간 동안을 걸었다.
신문판매대 길을 지나면서 보니 석간신문들에 「까디」에 대한 기사가 대문짝 같은 활자로 실려있었다. 순경이나 마찬가지로, 벤취나 마찬가지로 신문장사들도 피해야만 했다 …다행히도 밤이 되었었다. 소년은 길을 찾아 트럭운전수들의 차고에까지 갔다.
『야, 거기 꼬마! 뭘 찾는거냐?』
『그랑쎄요.』
『정오에 「마르세이유」로 떠났다…. 내 말이 안들려? 자 빨리 꺼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