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잃은 개] (4) 엄마는 서류 ③
발행일1965-09-26 [제488호, 4면]
『어제 온종일 울은애 말이지요?』
『예, 「인턴」의 생각에는 그 애가…』
『이염(耳炎)이란 말이지요? 끌레랑 선생님도 그게 아닌가 생각하셨어요.』
『허지만 그럴 이유가 도무지 없어요』
『그렇구 말구요! 아주 좋은 생각으로, 젖먹이는 엄마에게서 떠어내는 18개월짜리 어린애가 이염에 걸릴 아무 이유도 없지요. 그러나 그렇게 되는걸요! 그리고 내일부터는 도무지 낫지 않는 설사에 걸려서 줄줄 내놓겠지만 어떻게 손을 댈수가 없을 거예요. 그리고 이제부터 두달 안으로 그애는 홍역을 치르고 백일해를 앓고 수두에 걸리고 할거예요. 아무 이유도 없이요! 그런 것은 모두 「혼란의 반응」이라구하는 거예요. 그러나 의사들이 그것을 믿기까지는 오랜 시일이 걸렸지요… 끌레베르 외잰 같은 아이들에게는 참 안된일었지요!』
간호부는 어린 알베르를 가리키며 물었다.
『이 애가 훌륭한 간호를 받지 않았다고는 못하시겠지요! 6년 동안 일광해양(日光海洋) 요양소 생활, 다리를 절기는 하지만 적어도 불구는 아니거든요!』
『어쩌면 더 중할지도 모르는 다른 불구가 있는 거예요. 나는 이 애가 다리를 좀더 절더라도 어머니라는 것이 무언지 아는게 더 나으리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이앤 제 어머니가 버렸는 걸요!』
『어머니 없이 살수는 없어요. 그리고 우리의 유일한 존재 이유는 그 애들에게 어머니를 하나 주는 거예요… 날 또 보러오겠지, 알베르야?』
그 여자는 그 깊이없는 시선에서 빛이 반짝인다고 생각하고, 거의 희망을 걸기까지 한다.
『아니』 알베르는 이렇게 말하며 간호부의 거무스럼한 날개 밑에서 잘름거리며 나간다.
알리스양은 눈을 찌푸리며 그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폭 쉰 다음 얼마 전부터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눈도 거의 깜박이지 않는 까만 머리가 곱슬곱슬한 소년을 불러들인다. 소년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가? 아무 생각도 안하고 그저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 있는 수많은 다른 아이들 같이 그도 기다리고 있었다….
『거기 앉거라. 네 일건서류를 읽어야 하겠으니 넌 그림이나 그리고 있어라…』
『그림이요?』
『그래 여기종이 몇장하구 색연필이 있다.』
『뭘 그려요?』
『집이라든지…』
알랭 로베르는 교실에서 공부하고 있는 불쌍한 동무들을 생각한다. 그런데 자기는… 가지가지 색연필이 열, 열둘, 열넉자루라! 「미친놈들의 의사」고 아니고 간에 시작은 그리 나쁘지 않은데… 집이라? 가만 있자!
그는 망서리다가 연필을 모두 뒤죽박죽이 되게 해서는 그중에서 초록빛 연필을 마치 치과의사가 그 많은 기구중에서 적당한 것을 골라잡는것 같이 거만하고 정확한 손짓으로 잡았다가는… 아니! 우선 요 남빛을!
그의 하는 짓을 곁눈질해 보고 있던 알리스양은 서류를 펴서 읽기시작 한다.
불란서 공화국
자유-평등-박애 「빠리」 빈민구제총사무국 「쎈현」 연소자구제국연소자구제과 M…지 소M…지 소장 발신
성 바오로 원선시오 구호병원장께
「나는 귀하에게 고아 알랭 로베르의 재수용을 요청하며 그의 이력서를 보내드리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는 바입니다. 알랭 소년은 두살때부터 「롯시피」(우레르느군)에서 큰 농장을 경영하고 있는 드루 부부집에 맡겨 졌었읍니다.
두루 부부는 해방 전후 때에 외아들을 잃었읍니다. 그들은 이렇게 참척(慘척)을 당하고 난뒤에 고아를 한명 맡기로 한 것입니다. 이들 부부의 나이는 각각 쉰네살과 쉰한살입니다. 정직하고 근면 하고 검소하여 그 지방전체 주민들에게서 존경을 받는 드루 부부는 알랭 로베르를 늘 이해와 정의로 대우하였읍니다. 그들은 나중에 이 소년을 양자로 삼겠다는 의사를 내게 표명한적은 한번도 없읍니다. 그러나 이 고아가 그를 길러 주는 그들 부부에 대한 태도를 갑자기 바꾸지 않았더라면 이 기탁(寄託)이 아마 그런 방향으로 발전하였을 것입니다.
알랭 로베르는 정열적이기는 하지만 발표를 안하는 성격입니다. 웃는 때가 별로 없고 속이야기를 절대로 하지 않읍니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질문을 해서 무엇을 알아낼 수가 없었읍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드루 부부의 진술, 교사 마리씨의 진술 및 르뒤 「의사의 증명서」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읍니다.(부대 서류일체를 이 신청서에 동봉하였음.)
이 진술들을 보면 지난 4월부터 고아 알랭 로베르는 길러주는 부모에게 대하여 갑자기 태도가 달라진 모양입니다. 그는 저들을 이전처럼 아빠 엄마 하고 부르기를 거부하고 거의 말을 걸지 않게 되었읍니다.
『그 애가 우리를 판단하는 것 같았읍니다』하고 드루씨는 지적하고 『우리를 원망하는 것 같았어요』하고 드루씨 부인은 덧붙입니다. 알랭 로베르는 세수도 하지 않게 되었읍니다. 학교통학이 불규칙하게 되었읍니다. 학교에 가는 때에도 아무것에도 흥미를 가지지않고 싸움이나 걸며 벌을 주어도 싫은 생각 없이 받는것 같습니다.(마리씨의 말) 농장에서도 이와 마찬가지로 정원일을 소홀히 하고, 심부름을 제대로 하지 않으며 시간관념을 잃은 것 같고 거짓말이 점점더 합니다. 농장에서도 두루씨가 벌을 주겠다고 위협해도 효과가 없읍니다. 벌을 일부러 받으러들기까지 하는 모양입니다. 그를 길러주는 양부모가 소유하는 자동차 차체에 줄을 벅벅 긋고 가족의 유품을 일부러 깨뜨려 버리기까지에 이르렀읍니다. 꽤 난폭한 광경이 벌어진 뒤 8월 27일 드루씨 부부는 알랭 로베르를 내게 돌려왔읍니다. 마음을 끎과 동시에 약을 오르게 하는 성격의 소유자인 이고 아들 위해서 시도한 여러번의 기탁을 동봉하여 드립니다. 그것들은 모두가 실패였읍니다. 라피뇌르씨댁에서는 가축을 전부 놓아주었읍니다. 랑쁘로와씨 댁에서는 아무말도 없이 사흘 동안이나 집을 나갔읍니다.
아르블랭씨 댁에서는 아직 파란 사과를 일부러 다 땄고 드랠씨 댁에서는 단식투쟁을 시작했읍니다.
9월말에 나는 「알므뷜」 면(面)에 마지막으로 한번 더 기탁을 해보았읍니다. 그는 바로 그 이름날 집에서 도망쳐 나와 행길가에 서서 「자동차편승」을 하였읍니다. 그를 위하여는 불행한 일로 제일 먼저 차를 멈춘 사람은 다른 이가 아니고 순회중에 있던 바로 나 자신이었읍니다!
이런 태도, 이런 미친짓은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것 같아 보이기 때문에 그만큼 더 중대한 것입니다.
이런 행동으로 말미암아 이 지방에서는 이 고아에 대한 평판이 아주 좋지못해서 이제는 아무도 알랭 로베르를 맡아 기르겠다고 할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다시 의사타진을 받은 드루씨 부부는 그래도 일정한 보증만 있으면 그를 다시 받아들이기로 동의한다고 말하였읍니다. 그러나 고아가 이 해결책을 한사코 거절합니다. 이러한 사정 이므로…』
『자아, 집 그렸어요!』
알랭 로베르는 색연필을 내려놓으며 말한다.
『난 아직 네 서류를 못다 읽었는데…』
소년은 그 여자를 험상궂은 눈으로 보며 중얼거린다.
『그자들 하구픈 말을 하래요, 난 다 알아요!』
『물론!』 알리스양은 부드럽게 대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