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잃은 개] (51) 불리한 처치 ①
발행일1966-09-25 [제536호, 4면]
알랭 로베르는 조금도 반항하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 가볍게 어른들의 손에 몸을 맡겼다. 모험은 끝났으나 실패는 아니었다! 언제고 그는 부모를 찾아낼 것이다.
그리고 「까디」는 구원된 것이었다.
그놈을 치료해 줄 것이고 「거리의 사람들이」 그놈이 다시는 「믈룅」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막을 것이다. 자기는 이 파란 차가 아마도 「떼르느레」로 데려갈 것이다. 아아! 자기가 모든 이야기를(거의 모든 이야기를 말이지!)하고 났을 적에 패짝들이 어떤 얼굴을 할까?
『그러니까 그 큰 신문 사장이 이렇게 말했단 말야…』
마르끄… 「비로드」… 「기만해」… 「레이다」… 들의 얼굴이 다시 나타났다. 그런데 그 얼굴들이 점점 더 희미해져 갔다. 왜냐하면 그는 경찰차 안쪽에서 옆에 있는 사람들의 싱거운 「가바르딘」 냄새를 맡으며 잠이 들어가는 중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다른 어떤 얼굴때문에 잠이 홱 달아났다. 처음에는 그 얼굴을 찾아낼 수가 없었다. 포마드 광고에 있던 얼굴, 「파나마」의 리타의 얼굴, 동정녀상의 얼굴이 한꺼번에 혹은 차례차례로 그 얼굴을 지워놓는 것이었다. 그러나 등대불들이 안개를 뚫는 것처럼 마침내 초록색 눈들이 그의 몽롱한 정신을 꿰뚫었다.
『여대장님, 아아! 여대장님…』
「파나마」의 리타가 옷을 벗는 것을 보려 고백 「프랑」을 내고나서 어떻게 이 눈길을 똑바로 볼 수 있단 말인가?… 그뿐 아니라 모든 불행이 거기서 시작된 것이었다. 그가 붙잡힌 것도, 다시는 부모를 찾아내지 못하게 된 것도 「까디」가 「믈룅」으로 돌아가게 된 것도, 「올라프」가 죽게된 것도, 프랑쏘아즈 여대장이 그에게 다시는 말을 걸지 않으리라는 것도, 마르끄가 다른 친구를 골라잡게 될 것도 모두 그놈들의 더러운 소굴 때문이다. 왜냐하면 이제는 실패한 이 소년이 그의 실패를 하나하나 쓰디쓴 오만으로 되새기는 것이었다. 가장 좋지못한 것, 가장 나쁜 것만을 그가 당해야 롷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아아! 어떤 곳엘 가더라도 「떼르느레」만은 다시 가지 말아야 한다!
『이보세요, 날 어디로 데려가는 거지요?』
『너 안자고 있었니?』
경관이 한숨을 쉬었다.
『이 친구, 그야 우선 사법경찰로 가야지. 하지만…』
그는 절망적인 발작을 염려했었는데 소년은 그를 보고 거의 웃으며
『아 그래요!』
하고는 안심이 되어 다시 잠이 들었다.
마르쎌 경관은 어이가 없이 그를 들여다 보았다. 그리고는 운전수의 두꺼운 뒷덜미와 소년의 야성직이고 깨끗한 옆얼굴을 보았다. 황소와 새끼양 같은 것이었다. 그는 다시 한번 자기가 딴 직업을 택했어야 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는 그리스도교인 경관이었다. 그래서 성공할 운이 별로 없었고 행복해질 운은 도무지 없었다.
그 차고 회색빛 도는 손을 경관의 크고 따뜻한 손에 잡힌채 알랭 로베르는 졸면서 층계를 올라서고, 복도를 여러개 지나고 했다 - 아무도 없다! 그러나 그 아무도 없는 곳이 아직도 사람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헌종이, 차디찬 담배, 뒤범벅이 된 입김, 그리고 과부 냄새와 비슷한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시금털털한 냄새도 났다. 마르쎌 경관은 소년을 의자에 앉혔다.
『우선 네 주머니에 있는 걸 내보여다오, 이 친구야!』
「이 친구」는 쓰다남은 돈, 향수병, 노끈, 설탕을 꺼냈다. …그러나 경관은 근심스럽게 새 지폐만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이제는 네 얘기를 들어보자』
「떼르느레」 이야기도 빼놓고(이제는 그리로 도로 데려다 줄까바 겁이나서)
「믈룅」 이야기도 빼놓고 (「까디」에게 해가 미치지 않게 하려고), 벤취며 화물차 주차장이며 그 「소굴」 이야기도 하지 않고, 제 얘기를 하자니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알랭 로베르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리고는 거짓말을 했다. 그러다가 거짓말이라는 것이 눈치채이게 된다는 것을 알게되자 입을 다물었다. 마르쎌 경관은 참을성 있게 이 침묵의 성채를 둘러보았다.
『아아니, 방금 이렇게 말하고서… 아아니 이봐라 이 친구야, 그게 될 말이야…』
지금은 꽉 다문 입 가장자리에 두 줄기 남자다운 구름이 잡혔다. 두명의 보초라고나 할까…
입김에서 고기냄새를 풍기는 뚱뚱한 작자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잘가게 마르쎌, 난 자네가 돌아가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아니, 그런데 이건…(두꺼운 테이불 위에서 새 지폐 뭉치르 ㄹ집어서 뒤적거렸다) 잠간 이리 좀 오게!』
그리고 의자 등받이에서 곱슬거리는 머리만이 내다보이는 소년에게서 꽤 멀리 갔을 적에 말했다.
『그애 한테서 무러 알아냈나?』
『아무것도. 그저 얘기뿐이야.』
『그랬을거야! 자네한테 「꽁삐애뉴」은행 도난사건 얘기했지. 그곳 검찰청에서 날더러 「빠리」에서 조살 해달라는 부탁을 해왔네. 그런데 애들이 그 사건에 관련됐다 말이야…』
『지폐 얘긴가?』
『물론이지!』
『자넨 그일 정말 심문할 생각인가?』
하고 마르쎌 경관이 느릿느릿 물었다.
『말해 뭘해!』
그는 눈썹을 찌푸리고 그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는 소년 앞으로 가서 자리를 잡고 인자한 말투로 시작했다.
『그래, 여행은 맘에 들더냐?』
『난 졸려요』
알랭 로베르가 말했다.
『조금 이따! 조금만 이따가 자라. 두세가지만 좀 물을테니 대답하고 나서…』
『그럼 빨리해요!』
소년은 이 작자가 벌써 싫었다. 그의 냄새는 구역질이 났다. 그리고 그의 얼굴은… - 그러나 바로 그 얼굴이 달라지는 것이었다.
『빨리 해치우고 싶다 그말이지? 나도 그래! 하지만 여기서 명령하는건 나란 말이야』
『아니야요, 저분이야요!』
소년은 자기 자리에서 가슴을 조리고 있는 다른 경관을 더러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안심하고 말했다.
『자, 얘야, 대답하려므나!』
마르쎌 경관은 이렇게 말하고 나서 동료의 귀에다 대고 속삭였다.
『조용히 다루게!』
『이 돈은 어디서 생긴거냐?』
『끌레망쏘가 우리한테 준거야요.』
『끌레망쏘! 자아봐! 이 녀석이 우릴 놀리지 않냐 말이야!』
하고 뚱뚱보가 소리를 버럭 질렀다.
『아아! 넌 작은 병정놀이가 하고 싶으냐?(작은 병정놀이를 한다니 무슨 말인가? 해도 괜찮아!) 너…「꽁삐애뉴」를 아니?』
경관은 도시 이름을 주먹질 모양으로 한번 내질렀다. 너무 세게, 그리고 그저 아무렇게나.
(「꽁삐애뉴」? 작은 병정? …「도끼」가 이런 말을 해 주었더라… 아아! 그래 나폴레옹!)
『알구 말구요!』
『그리구 「꽁삐애뉴」에 벌써 가봤지 응?』
『아니요!』
『갔지!』
(하긴 「떼르느레」 말만 안나오면야…)
『갔다고 해둡시다!』
『갔다고 해두다니! 갔으면 갔구 안갔으면 안간 것이지! 그래 「꽁삐애뉴」에 갔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