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라파 겉 핥기 錄(록) (5) 「로마」의 不可思議
하루 아침에 건설될 수 없었던 로마
만고성쇠의 발자취 완연하고 모든 것이 신비스럽게만 보여
발행일1965-10-03 [제489호, 3면]
어떤 신부님은 「로마」의 3대 불가사이의가 무엇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모른다고 했더니 항간에서 우스개소리로 말하는 3대 불가사의를 설명해주는 것이었다.
첫째로 『오늘 현재에 「로마」에 거주하는 신부, 수사, 수녀 등의 성직자 수효를 아는 사람이 한사람도 없다』는 것이고 둘째로 『가난을 「모토」로 내세운 방지거회의 재산을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고 세째가 『예수회 총장머리속 내용을 아는 이 없다』는 것이었다.
과연 성직자가 많은 「로마」였다. 가톨릭의 총본산이니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성직자 수효가 부족한 한국사람 눈으로 볼때는 이 「성직자의 수효」가 부럽기만 했다.
「피사의 사탑」이 세계 3대 불가사의에 낀다는 소릴 듣기는 했지만 이같은 이야기는 처음 듣는 터였다.
조그마한 돌덩이 하나에까지 전설이 있고 역사가 있는 나라이지만 「현재의 일화」도 곧잘 만들어지는 나라였다.
영하 「종착역」으로 널리 전세계에 알려진 「로마」의 「테르미니」역은 과연 「로마」로 통하는 종착역이었다.
고대도시 「로마」의 현관인 이 「종착역」을 최현대적인 흰대리석 건축으로 무쏘리니가 지어놓은 것도 신기한 일이었다.
정면에서 이 역안으로 들어가면 광장같은 홀이 있는데 기둥이 하나도 없는 것이 이 건축의 특색이다.
나는 이렇게 나대로의 「로마」의 불가사이의를 점검해 보았다.
이 거대한 현대건축인 「종착역」은 왼쪽 한귀퉁이가 이상하게도 일그러진 감이 있다.
다 허물어져가는 성터 같은게 있는데 독재자 무쏘리니도 그 유물만은 허물지 못하게 하고 이 세계의 자랑인 「테르미니」역을 건축했다는 것이었다.
그 황제 「디오 클레지아노」 욕장(浴場)의 폐허의 보존을 위해 설계변경까지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나는 서울 시내의 유물들이 관수교다리 파묻히듯 새도시계획속에 삼켜져 버리는 안타까운 습성을 마음속에 뇌어보았다. 쾨테도 「로마」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내와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정말 성급한 「스케줄」로 한달 동안에 「로마」를 이해 한다는 것은 지나친 나그네의 욕심같기만 했다.
그야말로 「로마」의 겉만 핥아보는 도리밖에 없었다.
어느 성당엘 가봐도 『이 성당엔 벽화가 유명하다』 또는 『조각성당으로 유명하다』 『마루바닥 「모자이크」로 세상에 알려졌다』식으로 자랑거리가 적어도 몇가지씩은 갖고 있었다.
그래서 서양 미술사에서 귀에 익혔던 라파엘, 미켈안젤로, 포티첼리, 베르니니, 핀트리치오 등의 예술대가들의 작품을 볼수 있은 것이 얼마나 과남한일인지 모르겠다.
어느 성당인가 이름을 잊어버렸다.
성당에 들어서니 온통 2층으로 통하는 옛날 계단에 수많은 사람들이 꿇어 앉았다가는 또 엎들여 계단에 「키스」를 하고- 하면서 자꾸 한걸음씩 올라가고 있는 것이었다.
『아니, 왜들 저러는 겁니까?』
멋쟁이 신사·숙녀들이 저렇게 경건한 태도로 저렇게 하는데는 무슨 연유가 숨어 있을것만 같았다.
『저거요? 저건 성 계단이랍니다. 본시오빌라도가 벼슬에 있을때 예수님이 끌려가서 문초를 받기위해 딛고 올라간 그 계단을 이스라엘에서 옮겨온 것이랍니다.』
그래서 세계 각국 사람들이 모여 들어 예수의 수난을 묵상하고 성로신공을 하는 것이라 한다.
계단은 반질 반질 닳아 모서리도 없어지고 말았다.
나도 그 「키스」 행렬속에 끼어 인류를 구속하기위해 가시밭길을 걸어간 예수님의 발자취를 묵상하면서 더듬었다.
외람스럽게도 예수님의 체취가 아직도 이 계단에서 나에게 실감있게 풍겨주는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