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현행문답을 고쳐야 하는가. 현행문답은 서술 방법이나 내용이 모두 중세기 때의 유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스도교적 정신과 신앙에 젖어서 살던 중세기 사람들은 이해보다는 암기를 앞세우려는 문장의 고정적인 배치에 치중하였고 그러한 문답식 교리서의 형식으로 만족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오늘과 같이 그리스도교적 정신이 희박해지고 속화된 세계에 사는 사람들은 이러한 문답식 나열만으로는 가톨릭교리의 전모를 이해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그러므로 암기 중점의 문답식을 지양하고 각 진리를 유기적으로 서로 연결시키고 하나로 통일하여 믿음의 유기체로서 제시하기 위해 해설적으로 풀어서 엮었다.
종교개혁을 계기로 해서 종래의 교리서에 호교적이고 이론적인 점이 첨가되고 보충됨에 따라 교리서가 구원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고 다만 교리에 대한 지식을 주고 더하는데 치중한 느낌을 주게 되었다. 현행문답의 내용이 바로 이러한 것이다.
또한 현행문답은 인간이 중심이 되어 하느님은 인간 뒤에서 그 공과를 보상하는 존재로 밖에 나타나지를 않는다. 인간은 자신의 윤리적 완성과 죽은 후 천국에 가기 위해서만 교리를 믿고 계명을 지키고 성사를 받아야 하는 것 같다.
그러므로 교리서의 개혁이 구라파 도처에서 일어났고 그중에서도 독일의 교리서는 새 교리서의 「모델」이 되었다.
독일의 교리서가 나온지 10여년이 되었으니 교리서 개혁에 있어서 그만큼 우리는 남보다 뒤지고 있는 처지이다
그런데 이렇게 훌륭한 독일의 교리서 조차 「바티깐」 공의회의 결과로 전면적 개편을 면치 못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개편에는 적어도 10여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독일에서는 우선 성경과 성전의 관계, 하느님의 백성으로서의 교직자와 신자와의 관계 등 시급하게 수정해야 할 것부터 부분적인 수정을 시작하였다고 한다.
우리의 문답이 이제서야 개정을 보게되니 만시지탄이 없지 않으나 한편 공의회의 문서에 의거하여 부분적 수정을 동시에 할 수 있게된 것이 불행중 다행이라고 스스로 위로하는 바이다.
새 교리서의 윤곽은 어떠한 것인가.
새 교리서의 전체 구조는 「편」과 「과」로 나누어져 4편(1편 하느님과 우리의 구원, 2편 교회와 성사, 3편 그리스도를 따르는 생활, 4편 사말) 52과로 구성된다. 각 과마다 끝에 문답을 만들어 익히게 하였는데 문답의 수는 모두 62조목이다. 현행문답의 흰조목이 설명으로 들어간 셈이다. 추상적인 문답을 가능한한 피하고 그리스도 및 우리의 구원과 관련시켰다.
한가지 예를 들면 『교회는 무엇입니까?』 라고 묻는 대신에 『예수님은 왜 교회를 세우셨읍니까?』라고 묻고 『예수님은 만민에게 복음을 전하고, 모든 이가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과 일치하여 새로운 백성을 이루도록 교회를 세우셨읍니다』라고 대답한 것과 같다.
본론에 들어가기전에 서론을 두었고 그 서론의 내용은 현행문답과 대동소이하지만 문답을 만들지는 않았다.
서론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인생의 수수께끼를 풀기위해서 어느 시대나 어느 민족에게나 종교가 있었다. 유교, 불교 등 이러한 종교들이 부분적인 진리를 갖고 있으나 온전한 진리와 충만한 종교생활은 그리스도의 교회안에서만 가능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리스도의 말씀을 믿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스도는 교회를 통해서 우리를 가르치며 교회의 가르침은 대총 「사도신경」에 기록되어 있다.
서론 끝에 소개된 「사도신경」은 새 교리서의 기틀을 이루고 성사와 계명도 이 기틀 안에서 취급된다. 사실 성사도 믿음의 대상이요 계명도 계시의 일부가 아니고 무엇인가. 교리서의 형식은 본시 신앙의 조목을 가르치는데서 발전하였고 최초로 체계화된 것이 「사도신경」이다.
예비자이건 신자이건 신자의 자녀이건 예외없이 「신경」을 외우고 교회 앞에서 고백함으로써 교회의 일원이 되고 신앙의 길을 걷기 시작하였다.
그후 그들은 복음(케뤼그마) 성서를 통해서 교회를 거쳐 받은 신앙을 더욱 발전시켜 나갔다. 현행 문답과 비교할 때 어느 정도로 순서가 변경되었을까.
▲제1편 은총에 관한 교리를 천주성신과 함께 그의 활동으로 취급하였다.
우리의 구원에 대한 성부 성자 성신의 개별적 활동을 통해서 삼위일체의 현의를 보다 뚜렷이 하려는 의도에서 삼위일체의 현의를 1편의 결론으로 하였다.
▲제2편 교회와 성사를 함께 묶었다. 교회와 성사와의 관계는 아주 긴밀한 것으로 교회 자체가 월등한 성사이며 7성사는 교회의 기관(器官)을 이루기 때문이다. 교회헌장을 따라 모든 성인의 통공과 성모 마리아를 교회편에서 취급했다.
▲제3편 로마 교리서의 순서를 따라 계명편을 3편으로 돌려 그리스도를 따르는 생활이라고 했다.
▲제4편 「사도신경」이 『육신의 부활을 믿으며 영원히 삶을 믿나이다. 아멘』하고 끝을 맺은 것처럼 새 교리서도 「사말」에 대한 교리로 끝을 맺는다.
사목헌장은 우리가 서론에서 제기한 인생의 수수께끼를 이렇게 풀어준다.
『죽음에 직면했을 때 인생의 수수께끼는 그 절정에 이른다… 비록 죽음의 신비는 인간의 상상을 완전히 초월하는 것이나, 하느님의 계시진리의 가르침을 받은 교회는 하느님이 인간을 현세의 비참을 초월한 복된 목적을 위해 창조하셨음을 확고히 주장한다』
새 교리서의 초안은 오는 11월에 있을 전국주교회의의 인준을 받기 위해 상정될 예정이다.
崔奭祐 신부(전국교리서편찬특별위원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