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傳敎實話(전교실화)] 길 잃은 양을 위해 (10) 단돈 70원에 運命(운명)을 바꿔 ③
발행일1966-10-02 [제537호, 2면]
그날도 나는 4사하 10방에 한동우라는 극형수가 있다는 것을 알고 찾아갔었다.
『여기 한동우씨가 누굽니까?』
『네, 접니다.』
푸른 수의(囚衣)를 걸친 그는 감방 안에 앉아 있다가 의아한듯이 벌떡 일어났다.
첫인상은 참으로 양같이 유순하였고 너무나도 착하게 생긴 그의 눈은 오히려 슬픔마저 감돌고 있었다.
『난 천주교 신잡니다.』
『아 네에 그러세요』
서로간에 짤막한 목례와 미소가 오고갔다.
『그런데 혹시 전에 성당엘 나가본 적이 있나요?』
『아직 나가본 적은 없읍니다.』
『그럼 누구 친구중에 천주교 신자라도 없었나요?』
『그런 친구는 없었읍니다만 어려서 천주교에 대한 이야기는 가끔 들었읍니다.』
『그래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약간 사이를 두었다.
『그런데 참으로 인간에겐 너무나 큰 고통이 많지요』
고개를 숙인채 듣고 있던 그는 지난날 자신의 슬픈 과거를 회상함에서인지 갑자기 표정이 우울해졌다.
『인간의 이 큰 고통은 죄의 벌로 말미암은 것이지요. 그러나 죄는 자유의지(自由意志)에 대한 인류의 그릇된 운영에서 발행된 것이지만 이 자유의지야 말로 지선(至善)하신 천주님께서 오직 사랑하는 인류에게 주신 가장 고귀한 선물인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이 큰 고통은 다만 인류의 죄를 벌하려는 목적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자기가 지은 죄를 속죄하고 공로를 세울 수 있는 기회를 주기위한 것이지요. 그러므로 고통은 곧 천주님이 섭리요 생명의 원리인 것입니다. 이로써 인간은 자기의 죄를 씻을 수 있고 인생을 위대하게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를 위하여 성교회의 가르치심을 받아야 하는 겁니다. 나하고 앞으로 천주교 교리를 배워 믿음을 가져보지 않겠나요?』
가벼운 한숨을 내쉰 그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고개를 들었다.
『감사합니다. 저 역시 그런 생각은 갖고 있었읍니다만 이 안에서 어떻게 할 수가 없어 그냥 있었읍니다. 앞으로 그런 기회를 좀 마련해주십시오.』
이렇게 말한 그의 얼굴엔 안도와 기쁨의 내색이 희미하게 드러나는 것 같았다.
『그럼 앞으로 자주 만나서 이야기도 하고 신부님도 오시면 만나보기로 합시다』
『네에, 정말 고맙습니다.』
사형수란 절박한 위치에서도 누구하나 찾는 이 없었던 그를 걱정해주는 사람이 있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감격하였던지 그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몇번이나 고맙다는 말을 되풀이 하였다.
『그럼 책을 줄테니 그걸 보고 내가 하라는대로 한번 해보시오.』
이젠 새로운 용기라도 얻은듯 그의 얼굴엔 제법 생기가 돌고 있었다.
왜그런지 그를 보기만하면 울고 싶도록 측은히 여겨지는 것은 무엇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진작 그를 만나지 못한 것만이 애석할 지경이다.
(주여 모진 운명 속에서 죄를 지고 교수대를 향해 하루하루 세상을 살아가며 마음은 갈바를 몰라 헤매는 이 젊은 사형수를 불쌍히 여기소서)
그후로 나는 매일과 같이 그를 만나 보았고 「천주교 요리문답」과 「상해천주교 요리」를 갖다 주었다. 그는 「상해천주교 요리」를 보았고 12단을 외우기 시작했다.
『잘 있오?』
『네, 안녕하십니까?』
만나면 언제나 그와 나는 말보다 서로의 미소가 더욱 다정한 인사였다.
『오늘은 시간이 좀 있으니 나하고 성호경 한번 해봅시다.』
『성부와 성자와 성신의 이름을 인하여 하나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