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잃은 개] (5) M지부장 ①
발행일1965-10-03 [제489호, 4면]
『그래도 그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읽어는 봐야지, 알겠니? 그럼 다른 종이 한장을 가지고 그림을…』
『무슨 그림이요?』
『한 가족』
『가족이요?』
그는 곧 상을 찌푸리며 바른 손을 내리덮은 너무 긴 소매를 걷어 올리고 혀를 내밀고는 『가족! 가족이라! 기가 막혀!…』
「이런 사정이므로…」 알리스양은 다시 읽기 시작한다. 「고아 알랭 로베르를 지급히 재수용하여 달라고 청하는 외에 다른 해결책이 없어졌읍니다.…」
도장 세개가(동근것 하나, 사각하나, 타원형하나) 알리스양에게 익숙한 서명 위에 찍혀있었다. M…지소장은 둘다 30년대의 제작인 자기 승용차 「씨트로엔」과 타자기 한대를 가지고 5백명의 어린이를(그중 일곱은 자기자녀) 말고 있다. 그의 일요일과 휴가는…무슨 무일요일이며 무슨 휴가인가?
그의 주일(週日)은 월요일 밖에 없고, 그의 1년은 10월 밖에 없다! 그리고 매일 저녁 아홉시까지 그의 사무실로 전화를 걸 수 있다.
『일을 너무하십니다.』
『더구나 그것을 조금도 고맙게 생각하지 않을 관청과 배은망덕하는 아이들을 위해서 말입니다…』하고 뚱뚱보 우유장사, 백만장자 푸주간주인 상스러운 왕대폿집주인이 그에게 말한다.
눈섭이 새까만 가장 배은망덕하는 소년은 입을 반쯤 벌리고 시무룩하니 가족을 거리느라고 열심이다.
알리스양은 첨부된 서류들을 읽기 시작한다. 알랭 로베르의 이력서, 기른 부모들의 진술(자주빛 잉크로 쓴 것), 교사의 보고서(소학생 숙제장 종이에 쓴 것), 의사의 증명서, 부인 가정방문원의 조사서, 전화로 받은 보충정보, 건강수첩, 반(班)에 있어서의 최초의 행동보고서 휴우…가지가지의 모양과 빛깔의 이종이사이로 열두명 가량 되는 어른들이 알랭 로베르 고아를 둘러싸고 빙빙 돌고 있다-그러나 알랭 로베르의 비밀이 그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채로 있다.
『가족을 다 그렸니…? 그럼 사람을 하나 그려라. 그래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든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든지 네가 아는 사람이든지 네맘대루!』
아니라고 대답하고 무엇이든지 거부하기로 미리부터 딱 결심을 하고 있는 알랭 로베르도 즐거이 연필을 도로 잡는다. 그림을 그리는 것은 달리거나 잠이 드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그의 마음을 가볍게 하고 긴장을 풀어주고 해방감을 느끼게 한다.
『사람을요?… 자아, 됐어요…』 그러나 그 여자는 아직 다 읽지 못했다. 소년은 그 여자를 냉정히 관찰한다.
말소리를 내지 않고 달싹거리는 저 입술, 글줄을 따라 빨리 움직이는 저눈….
(저 여자는 좀 돈모양이지, 그 큰애가 말해 준대루야!.)
과연 이제는 일건서류를 덮어 놓고 그림들을 정성껏 챙기고 나더니 알리스양은 그에게 저울추를 큰 것부터 작은 것까지 차례로 늘어놓게 하고, 거스름돈을 돌려주게하고 달이름을 대라고 하고(빌어먹을! 10월하고 12월 사이에 달이 또 하나 있긴 있었는데!) 「테이블」과 자동차를 정의하라고 하고(날 천치로 아는군!) 조국이 무엇이냐고 (어허…) 물어본다.
이번에는 또 다른 것! 그 여자는 그에게 엉터리없는 이야기를 해준다.
『어떤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는데 엄마가 「공부를 이내 시작하지 말아라, 너한테 알릴 일이 하나 있다」고 말했다. 엄마는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여보세요, 그걸 어떻게 알아요?』
『네 생각에는?…』
『저어, 아들이 죽었다구요.』
『좋다.』 (왜 좋다구할까?)
『이번엔 내말을 잘 들어라. 내가 말을 해줄텐데 그 가운데는 바보 같은 말이 있다. 그것이 어떤 건지 말하는 거다. 내가 이렇게 말한다고 하자 「난 형제가 셋이 있는데 루이와 로제와 나다」 여기서 바보 같은 말은 어떤 거냐?
『아줌마요』
소년은 이렇게 대답하며 생각한다.(저 여잔 완전히 돌았구나, 큰애 말이 맞았어!)
『또 들어봐라 「나는 이웃집에 방금 의사와 공증인(公證人)과 신부가 들어가는걸 보았다. 이웃집에 무슨 일이 있는 거냐?」』
『블롯드(역자 주=트럼프놀이의 일종)를 하려는 거지요』 알랭 로베르는 넌지시 말한다.
알리스양은 많이 웃는다.(왜 웃는 걸까?), 그리고는 미로(迷路) 그린 것을 내보이며 거기에서 나갈 길을 찾으라고 한다.
그러나 알랭 로베르는 무엇보다도 여기서 나갔으면 좋겠다!
15분 전부터 그와 함께 놀고 있는 이 어른은 맞추기나무 상자를 열고, 얼굴 한복판에 코가 없는 그림들을 뒤적이며 『좋아!』하고는 알수 없는 그림들을 그에게 보여준다.(층층대 밑에서 울고있는 여자, 자동차를 팔로끄는 노인, 말…)
그러면서 설명하라고 한다- 이것은 모두 정상적이 아니다! 그리고 제일 좋지 못한 것은 그가 대답하는 바보 같은 소리를 모두 적어서 일건서류 속에 끼워 두는 것이다! 저 여자는 일건서류를 뒤죽박죽으로 만들어 놓는 중이지, 그래! 그럼 이거 안되겠는데!
『됐다…이젠 반으로 돌아가라, 그렇지만 내일 의사선생님을 보러 다시 오너라…』(가엽은 의사 선생님!) 알랭 로베르는 생각한다.(그의 간호부가 미쳤다는 걸 알게 되면 뭐라고 할까? 이 선생님까지도 어쩌면.
위원회가 열린 지가 벌써 한시간 반이 되었는데 끌레랑 의사는 아직 한마디도 발언을 안했다.
그것은 「브릿지」(역자 주=트럼프놀이의 일종)에서 처럼 의사표명을 하기전에 여러 차례를 기다릴 줄 아는 사람들만이 이기는 아주 독특한 놀음을 하고 있는 까닭이었다.
으뜸 「카드」를 많이 들고 있을수록 오랫동안 「패스」를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위원회는 개회한지 두시간 후가 아니면 거의 시작이 되지 않는 것이다.
오늘 아침에는 스물다섯명이 하는 판인데 그중 어떤 사람들은 판돈이 얼마인지도 모르고 또 대부분이 -다행히도- 규칙을 모르는 것이다. 초록빛 나사로된 이 섬 둘레에는 네 성(省)과 여러 현과 여섯개쯤의 사회단체의 대표자들이 앉아 있었다. 「아이들」이란 말이 많은 귀절에 끼어들고 모든 입에 오르내렸다. 그러나 거의 한번도 같은 아이들 이야기는 아니었다.
어떤 사람들 생각으로는 범죄소년, 어떤 사람들 생각으로는 학교성적이 뒤떨어진 아이들 또 다른 사람들에게는 허약하고 병든 소년들, 최후의 사람들에게는 잠재적견습공(潛在的見習工)들이었다.
이래서 범무성과 보건성과 문교성과 노동성은 이 소년들의 지도를 맡겠다고 선의로 주장했다. 예산 때문에 그들을 인수(引受)하겠다고 주장하지는 않았지마는… 예산이라는 말도 줄곧 나오는 단어였다! 그러면 그때마다 지출감사관(支出監査官)들과 재무성 대표들은 귀를 기울였다. 지금은 거의 두시간 전부터 지난번 회합의 회의록을 재검토하고 있었다.
지난 회까지의 줄거리가 새 이야기만큼이나 긴 신문연재소설 모양으로 위원회는 그 위원들에게 지난주에 도무지 지켜보지 않았던 것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주는 것이었다.
늘 한과를 늦게 배우는 성적좋지못한 생도들이 하는 것과 같다…
지난 회의에서 따는 사람들은 매번 이런 재검토로 말미암아 잃는 사람들이 놀음규칙을 알게되지 않을까 해서 전전긍긍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요술장이는 요술을 다시 시작해서 구경군들을 어리둥절하게 할뿐이다…. 역설적(逆說的)이지만, 이타원형의 잔디밭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참으로 소년소녀문제에 홀로 열중하는 사람들은 침묵을 지키고 눈을 내리감고 자는 것 같은 것으로 알수가 있었다. 본능적으로 그들은 한해를 이루는 것같이 보이지 않고 「로프」를 사용하는 등산가들의 계열처럼 전진하다가 조금 뒤에 그들의 사격을 집중시키기 위해서 간격을 두고 앉아 있었다.